진짜 시험의 조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진짜 시험의 조건

0 개 3,638 NZ코리아포스트
또 시험이다. 작년 말 ‘지학사’에서 ‘English Grammar Alive’책을 출간한 후, 한국의 ‘메가스터디 출판사 메가 북스’와 독해, 어휘, 쓰기 영어 책 3권을 출판하기로 계약하고 원고를 쓰고 있는 요즈음 하루 하루, 매 순간 순간이 시험의 연속이다.

말로 하는 수업도 매 순간 순간마다 긴장과 시험의 순간들이지만, 책은 한 번 출판되고 나면 개정판을 새로 출간할 때까지는 정정할 수 없기 때문에, 매 한 줄 한 줄마다 오류가 없는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또 내 책이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선택받고, “이 책을 참 잘 샀구나.”라는 평을 듣기 위해서는 ‘무엇을 쓸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잘라버릴 것인가’도 중요하고 ‘어떻게 쓸 것인가’도 중요하다. 힘든 작업이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 내가 원해서 치르는 진짜 시험이다.

‘to ask a person questions in order to test knowledge or get information(지식을 알아보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어떤 사람에게 질문을 하다)’을 뜻하는 영어 단어 ‘examine’은 원래는 오늘날과 같은 ‘객관적인 평가’의 의미를 갖는 ‘test’라는 뜻은 포함하고 있지 않은 단어였다. 원래 ‘examine’은 ‘out(밖으로)’의 뜻을 갖는 라틴계 접두사 ‘ex-’에 ‘to drive(몰다)’의 뜻을 갖는 ‘agere’가 합쳐진 Latin(라틴어) ‘exigere’에서 유래한 단어다. 즉, ‘자신의 능력[실력]을 밖으로 몰다, 보여주다’라는 주관적 의미가 강한 단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점점 많이 모여 살면서 도시를 만들고, 더 큰 국가 체제를 이루며, 필연적으로 인간 사회 속에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이라는 개념이 들어오면서, Latin(라틴어) ‘exigere’라는 단어에도 ‘to weigh accurately(정확히 무게를 달다, 정확히 평가하다)’라는, 객관성이 강조되는 의미가 덧붙게 되어, 오늘날의 ‘examine’이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examine’이라는 단어가 갖는 중요한 현대적 의미는 바로 이 ‘정확히 무게를 달다’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다. 시험이 객관성을 읽어 버렸을 때, 그 시험을 보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그 시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그 시험을 관리하는 그 사회의 지도층을 불신하게 된다. 그 사회의 일원이면서도, 그 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어디 대입 시험만 시험이겠는가? 취직 시험, 승진 시험, 각종 선거, 가수나 배우들의 선발 시험, 영화 시사회, 신제품 출시 후 판촉 광고 등, 세계화로 인해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지금, 시험이 아닌 것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시험 경쟁의 최 극점 지역 중에 하나인 한국에서 요즈음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이 연일 화제다.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나는 가수다 열풍’은 한국 사회를 ‘weighing accurately(정확히 평가해 보는)’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나는 가수다 열풍’의 원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이 있었지만, 내 생각은 한국 사회가 ‘진짜’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동안 TV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진짜가 아닌 허상이나 가짜를 무수히 목격해 왔다. 얼굴과 학벌은 예쁜데 연기 못하는 배우, 몸매는 예쁜데 노래 못하는 가수, 경력은 화려한 데 국회 인사 청문회장에서 추한 이력을 드러내고 낙마하는 공직자 후보들, 덩치는 초대기업인데 골목길 ‘구멍’ 가게 명줄까지도 기어코 끊고 마는 소인배 장사꾼들.

TV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의 무대는 진짜를 판가름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나도 보고 있다. ‘청중 평가단, 국민 평가단’의 눈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PD들보다도 뛰어나다는 것이 나의 평가다. 배우는 연기를 잘할 때 아름다운 것이고, 가수는 노래를 잘할 때 멋있는 것이라는 단순 명료한 진실을 한국의 ‘대중 평가단’은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대중 평가단’은 그러한 평가의 권리를 박탈 당해왔다. ‘그들만의 리그’에 들어간 ‘그들’에 의해서.

‘대중 평가단’의 평가 결과는 결코 학벌이나 외모나 소속 기획사에 영향 받고 있지 않다. 진짜 실력이 중요한 것이고, 그 무대 위에 설 때까지 진짜 최선을 다해 연습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제,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일, 만일 말이다. 만일, ‘위대한 탄생’처럼 진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시험을 통해 뽑은 인재들로 또 한 번 경쟁을 시켜 ‘나는 가수다’처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뽑아 회사를 운영하고, 고위 공직자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 청문회를 열 수 있는 날이 올 수만 있다면, 그 날이 올 수만 있다면, 한라에서 백두까지 만물이 춤을 추지 않겠는가? 그러면 정권이 바뀔때마다 실효도 없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만들어 내느라 쓸데없이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위대한 탄생’과 ‘나는 가수다’ 국민 평가단은 바로 그러한 감동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진짜 시험이 치러질 수 있는 그 날을.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학후 이민과정 활용 가이드

댓글 0 | 조회 27 | 15분전
뉴질랜드 영주권 비자를 취득하기 위한… 더보기

포기를 포기하라

댓글 0 | 조회 27 | 22분전
5월이 끝나갑니다.벌써 2024년의 … 더보기

이만큼의 은혜

댓글 0 | 조회 12 | 26분전
■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기까지 와… 더보기

청춘

댓글 0 | 조회 83 | 17시간전
시인 사뮤엘 울만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더보기

창 밖은 아파트

댓글 0 | 조회 440 | 21시간전
지금도 변함없지만 이 집에 처음 입주… 더보기

숲의 성장 소설을 읽다

댓글 0 | 조회 84 | 21시간전
인제 백담사 숲 명상숲으로 난 길을 …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2)

댓글 0 | 조회 163 | 22시간전
한방에서 말하는 간장과 심장은 간과 … 더보기

임시직 피고용인

댓글 0 | 조회 398 | 1일전
고용계약에는 정규직 외에도 여러 가지… 더보기

기적의 오토파지 금식과 디톡스

댓글 0 | 조회 263 | 1일전
1. 오토파지의 정의오토파지는 그리스… 더보기

72근의 정(精)을 아껴라

댓글 0 | 조회 124 | 1일전
인간은 태어날 때 몸을 에너지화 할 … 더보기

나이 들면 뭐가 중헌디?

댓글 0 | 조회 744 | 4일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 더보기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930 | 9일전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323 | 2024.05.15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334 | 2024.05.15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63 | 2024.05.15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37 | 2024.05.15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524 | 2024.05.15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530 | 2024.05.15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77 | 2024.05.15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83 | 2024.05.14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541 | 2024.05.14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65 | 2024.05.14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73 | 2024.05.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412 | 2024.05.14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82 | 2024.05.14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