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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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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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번 레일웨이 호텔 앞에서 노숙을 했다. “형! 여기 한국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벌써 눈을 뜬 허 PD가 밖을 보며 말했다. 관광객이라면 몰라도 이런 시골에 한국 사람이 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커튼을 젖히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점포 앞을 쓸고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터라 모두 부스스한 얼굴로 밖을 내다봤다. “우리 나가보자.” 허영만 화백이 말했다.

점포 앞마당을 쓸고 있던 사람은 추측대로 한국 사람이었다. 이름은 ‘제임스 권’. 이곳 모스번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놀랐지만, 이른 아침부터 노숙자 차림의 한국인 네 명을 본 권 선생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란 듯했다. 뉴질랜드에서 오지만 찾아다니며 살다 이곳에 정착했다는 권 선생은 살갑게 우리를 맞으며 차도 대접해주고 이 지역에 대한 정보도 나눠주었다. 그 중에 우리가 가장 솔깃했던 이야기는 네아나우의 바다가재 공판장 이야기였다.

“바다가재 공판장 꼭 가보세요. 수출용 바다가재를 포장해서 산 채로 세계 각국에 보내는 곳인데, 그중 더듬이가 살짝 꺾어진 것이나, 이동 중에 떨어뜨려 정신이 나간 놈, 등딱지가 아직 단단하지 않는 놈들은 싼 값에 판매하고 있어요. 공판장에는 수천 마리의 바다가재가 칸막이 수조 속에 나누어져 담겨 있는데, 맨 마지막 수조에 있는 가재들이 수출 판정에서 불합격된 녀석들이라 거기서 한마리를 고르면 됩니다. 물살이 빠르고 거친 밀포드에서 자란 자연산 바다가재는 미지근한 수온에 느릿한 해류 속에서 자란 미국산 바다가재에 비하면 쫄깃한 맛과 탱탱한 힘이 근본적으로 달라요. 오늘 저녁에 화이트와인 한 잔과 함께 회를 떠서 먹으면 평생 기억에 남을 먹거리가 될 겁니다.”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 모두는 몇 번씩 침을 삼켰는지 모른다. 바다가재 이야기를 들은 우리 넷은 서둘러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세 끼를 챙겨 먹고 다니면서도 왜 우린 맛있는 이야기만 들으면 약해질까?

뉴질랜드는 도로망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한국에 비하면 구불거리는 도로가 시원하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소통이 원활해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지방도로는 그 나름의 특색까지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이어지는 94번 도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트랙 9개 중 3개가 이 94번 도로 주변에 있는데, 밀포드 트랙, 루트번 트랙, 케플러 트랙이다. 3박 4일 정도의 장거리 트랙부터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벼운 물통과 샌드위치를 싸서 오를 수 있는 왕복 6시간 이하의 짧은 트랙들도 많다. 이러한 쇼트 트랙들은 비교적 힘들지 않고 접근이 용이하며 예약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길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94번 도로를 지나가지만, 정작 이 주변의 진짜 아름다움을 맛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뉴질랜드에 오게 되면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이틀 정도 추가해서 94번 도로 주변의 절경을 놓치지 마시라. 지구 어디에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 도로가 끝나는 마지막 1시간은 최고의 경치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펼쳐지므로 94번 도로의 여행을 멋지게 장식해줄 것이다.

테아나우에서 시작해서 밀포드 사운드에서 끝나는 이 94번 도로는 막다른 길이다. 다시 말해 갔던 길을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답답한 느낌을 주지만, 이렇게 길을 만든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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