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밀포드 사운드 → 퀸스타운(Ⅰ)

0 개 2,220 NZ코리아포스트
모스번 레일웨이 호텔 앞에서 노숙을 했다. “형! 여기 한국 사람 사는 것 같아요!” 벌써 눈을 뜬 허 PD가 밖을 보며 말했다. 관광객이라면 몰라도 이런 시골에 한국 사람이 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커튼을 젖히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점포 앞을 쓸고 있었다. 한국 사람이라고는 서로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전부였던 터라 모두 부스스한 얼굴로 밖을 내다봤다. “우리 나가보자.” 허영만 화백이 말했다.

점포 앞마당을 쓸고 있던 사람은 추측대로 한국 사람이었다. 이름은 ‘제임스 권’. 이곳 모스번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놀랐지만, 이른 아침부터 노숙자 차림의 한국인 네 명을 본 권 선생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놀란 듯했다. 뉴질랜드에서 오지만 찾아다니며 살다 이곳에 정착했다는 권 선생은 살갑게 우리를 맞으며 차도 대접해주고 이 지역에 대한 정보도 나눠주었다. 그 중에 우리가 가장 솔깃했던 이야기는 네아나우의 바다가재 공판장 이야기였다.

“바다가재 공판장 꼭 가보세요. 수출용 바다가재를 포장해서 산 채로 세계 각국에 보내는 곳인데, 그중 더듬이가 살짝 꺾어진 것이나, 이동 중에 떨어뜨려 정신이 나간 놈, 등딱지가 아직 단단하지 않는 놈들은 싼 값에 판매하고 있어요. 공판장에는 수천 마리의 바다가재가 칸막이 수조 속에 나누어져 담겨 있는데, 맨 마지막 수조에 있는 가재들이 수출 판정에서 불합격된 녀석들이라 거기서 한마리를 고르면 됩니다. 물살이 빠르고 거친 밀포드에서 자란 자연산 바다가재는 미지근한 수온에 느릿한 해류 속에서 자란 미국산 바다가재에 비하면 쫄깃한 맛과 탱탱한 힘이 근본적으로 달라요. 오늘 저녁에 화이트와인 한 잔과 함께 회를 떠서 먹으면 평생 기억에 남을 먹거리가 될 겁니다.”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 모두는 몇 번씩 침을 삼켰는지 모른다. 바다가재 이야기를 들은 우리 넷은 서둘러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매일 세 끼를 챙겨 먹고 다니면서도 왜 우린 맛있는 이야기만 들으면 약해질까?

뉴질랜드는 도로망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한국에 비하면 구불거리는 도로가 시원하지 못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소통이 원활해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지방도로는 그 나름의 특색까지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아나우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이어지는 94번 도로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로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트랙 9개 중 3개가 이 94번 도로 주변에 있는데, 밀포드 트랙, 루트번 트랙, 케플러 트랙이다. 3박 4일 정도의 장거리 트랙부터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가벼운 물통과 샌드위치를 싸서 오를 수 있는 왕복 6시간 이하의 짧은 트랙들도 많다. 이러한 쇼트 트랙들은 비교적 힘들지 않고 접근이 용이하며 예약이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지나가는 길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한국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94번 도로를 지나가지만, 정작 이 주변의 진짜 아름다움을 맛본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 뉴질랜드에 오게 되면 원래 계획했던 일정보다 이틀 정도 추가해서 94번 도로 주변의 절경을 놓치지 마시라. 지구 어디에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경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이 도로가 끝나는 마지막 1시간은 최고의 경치가 거짓말처럼 눈앞에 펼쳐지므로 94번 도로의 여행을 멋지게 장식해줄 것이다.

테아나우에서 시작해서 밀포드 사운드에서 끝나는 이 94번 도로는 막다른 길이다. 다시 말해 갔던 길을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답답한 느낌을 주지만, 이렇게 길을 만든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과 운동

댓글 0 | 조회 837 | 4일전
1. 장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식습관… 더보기

선거와 이미지

댓글 0 | 조회 273 | 9일전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다… 더보기

가스 안전에 관하여

댓글 0 | 조회 295 | 9일전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 더보기

멀어도 멀지 않은 길

댓글 0 | 조회 131 | 9일전
스페인에서 온 연인의 범어사 템플스테… 더보기

종자

댓글 0 | 조회 120 | 9일전
시인 최 재호울음 그친 하늘이 다시 … 더보기

알고 나면 속 시원한 학생비자

댓글 0 | 조회 467 | 9일전
뉴질랜드에서 학업을 시작하고자 하면,… 더보기

Pink Shirt Day

댓글 0 | 조회 494 | 9일전
2024년 5월17일(금요일)은 핑크… 더보기

잔인한 5월

댓글 0 | 조회 435 | 9일전
‘그니까요 쌤~ 제가 자~알 알아 들… 더보기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억재하는 식사와 생활 습관

댓글 0 | 조회 856 | 2024.05.14
1. 유익균이 좋아하는 음식과 습관들… 더보기

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댓글 0 | 조회 526 | 2024.05.14
▲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더보기

우리 명상은 철저한 내공

댓글 0 | 조회 153 | 2024.05.14
명상에는 크게 외공(外功)과 내공(內… 더보기

쓰레기통을 내어 놓다가

댓글 0 | 조회 937 | 2024.05.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양이 발걸음도… 더보기

지출 내역 절약하기

댓글 0 | 조회 398 | 2024.05.14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항상 특정 비용… 더보기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잔병치레가 잦나요?(1)

댓글 0 | 조회 166 | 2024.05.14
일반적으로 허약아란 몸이 야위고 자주… 더보기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걷는다

댓글 0 | 조회 430 | 2024.05.11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더보기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891 | 2024.04.24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 더보기

4월

댓글 0 | 조회 330 | 2024.04.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까까머리 학창시… 더보기

강화된 워크비자와 무슨 상관?

댓글 0 | 조회 1,667 | 2024.04.24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 7일, 이민부… 더보기

척추가 튼튼해야 건강이 유지됩니다

댓글 0 | 조회 556 | 2024.04.24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할 … 더보기

어떤 종이컵 모닝커피

댓글 0 | 조회 654 | 2024.04.24
이른아침 부지런히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더보기

공부가 나를 망쳤다 2

댓글 0 | 조회 454 | 2024.04.24
지난 시간엔 사회학자 엄기호님의 글을… 더보기

내 사랑으로 네가 자유롭기를

댓글 0 | 조회 213 | 2024.04.24
엄마와 딸의 춘천 청평사 템플스테이이… 더보기

은퇴를 위한 이주 선택 안내서

댓글 0 | 조회 1,294 | 2024.04.23
은퇴를 앞두고 뉴질랜드로 이주를 계획… 더보기

리커넥트 “Care to Self-care?” 멘탈헬스 프로젝트 보고

댓글 0 | 조회 253 | 2024.04.23
지난 4월9월 부터 4월11일까지, … 더보기

열흘 붉은 꽃 없다

댓글 0 | 조회 144 | 2024.04.23
시인 이 산하한 번에 다 필 수도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