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나카 → 모스번(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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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나카 → 모스번(Ⅱ)

0 개 1,975 NZ코리아포스트
하스트에서 출발해서 와나카(Wanaka)로 가는 길은 아기자기하다. 허영만 화백은 캠퍼밴 뒤에서 편히 누워 졸음이 오더라도 멋있는 배경을 놓칠까봐 감히 잠을 청하지 못한다. 뉴질랜드는 한시도 눈을 뗄 시간을 주지 않는다. 와나카 호수가 나오기 전까지 길 좌우에 계속해서 나오는 폭포들이며 작은 산책길들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숲 속의 물들은 너무 맑아 옥색을 띠고 있고 얼음같이 찬 물 속에는 송어나 연어가 비슷한 색을 띠고 있어 반투명한 느낌을 준다. 허 PD는 아름다운 폭포들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분주하다.

와나카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때쯤, 우리는 PC방에 들어가 이메일을 확인했다. 와나카는 뉴질랜드에서도 작은 마을인데, 이곳 컴퓨터에 ‘한글’이 이미 깔려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국이란 나라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독특하고 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 하나만으로도 능력에 버거워 주위를 돌아보기 힘들었지만, 뉴질랜드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한국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이곳 신문에서는 한국에 대한 기사와 광고가 종종 나온다. 특히 요즘은 전자, 통신, 자동차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과 소프트웨어 등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서,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강한 나라로 인식되어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동안 밀린 메일 100여 통을 보며 일일이 답장을 하려 하다가, 갑자기 업무로 돌아가면 지금까지의 좋은 여행 기분을 망칠 것 같아서 조용히 모니터 화면을 닫고 나왔다. 어차피 다시 돌아나올 길이기 때문에 퀸스타운에서 돌아올 때 들르기로 하고 그냥 지나가 작은 마을 모스번(Mossburn)에 도착했다.

캠퍼밴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어둑할 무렵 모스번 레일웨이 호텔 내부에 있는 퍼브(Pub)에 들어갔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역사를 바꿔서 만든 작은 건물이다.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건물이 워낙 오래 되다 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호텔’과는 거리가 멀다. 혼자 자는 싱글 룸이 간단한 아침 식사를 포함해서 35달러 정도니까 금액이 매우 싸다.

이 건물은 1923년에 지어져서 지금까지 80년이 넘도록 영업을 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가 구석구석 박혀 있는 것 같았다. 모스번은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마을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주변의 테아나우나 퀸스타운에서 숙박을 한다. 덕분에 그곳에서는 현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를 보자 반색하는 두 명의 마오리 아줌마들 때문에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곧 시골 사람 특유의 순박한 웃음에 경계를 풀고 한 테이블에 같이 앉게 되었다. 허영만 화백이 “김태운, 아는 사람들이냐?”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볼 정도로 절친한 사이 같아 보였나 보다. 마오리 여인들의 남편들이 함께 왔는데, 운전을 위해 맥주는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옆에 앉아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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