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슨 호수 → 아서스 패스(Ⅱ)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피어슨 호수 → 아서스 패스(Ⅱ)

0 개 2,058 NZ코리아포스트
아이켄 산 산행

소화나 할 겸 데블스 펀치볼 폭포(Devil’s Punchbowl Falls)에 잠시 가려고 30분 예정으로 나선 것이 아이켄 산(Mt Aicken)으로 향하고 있다. 트랙이 불안정하여 데블스 펀치볼 폭포로 가는 길을 폐쇄하는 바람에 뱃살이나 빼자고 시작한 것이 꽤 힘든 트레킹으로 바뀌고 말았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봉주 형님은 “난 내려갈란다. 애고고.” 딱 두 마디만 남기고 하산하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트레킹은 일반적인 등산과 다른 점이 많다. 한국에서는 주로 산에 가면 제일 정상의 ‘점’을 향해 간다. 하지만 트레킹은 좋은 경관을 따라 ‘선’으로 이동한다. 그러므로 ‘정점’이라는 하이라이트가 끝나게 되면 시들해지는 등산과는 달리 클라이맥스는 좀 약하지만 즐거움과 감격이 계속된다.

나는 트레킹 때에 발밑에서 나는 온갖 소리와 기억들을 좋아한다. 모래를 밟을 때의 사각거림, 자갈밭의 그 요란한 소리, 진흙밭의 찌걱거림, 찰방거리는 물을 지날 때는 장난꾸러기 시절, 우산 없이 신나게 몸을 적시던 즐거움이 떠오른다.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을 걸을 때는 힘도 들지만 그보다 큰 즐거움이 있다. 비가 올 때 비옷 위로 떨어지는 소리며 날아갈 듯한 강품을 만난다면, 자연을 만든 창조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므로 감사할 것. 세상을 살기 위해 모든 신경과 에너지를 머리로 보냈지만, 트레킹 중에는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온몸으로 내려오는 기분이 든다. 물론 신선한 공기나 경치는 말할 필요도 없다.

허영만 화백이나 허 PD 모두 오지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나 역시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허벅지가 뻐근하고 힘들지만 아무도 힘든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허 PD나 허영만 화백의 얼굴에서 삐질삐질 나오는 땀방울을 보면 분명히 나만큼 힐들 텐데.

길은 끊임없이 오르막이다. 산의 아랫부분에서는 커다란 비치나무 숲 속으로 구불거리며 나 있는 길을 따라 가고, 허리까지 숙이면서 지나가야 하는 관목 숲과 낙석이 가득한 너덜지대, 물이 말라버린 진흙길 등을 지나서 한참을 간다. 제일 먼저 쉬다 가자는 얘기는 하기 싫고, 그렇다고 뒤처져 가기도 싫고, 약한 티 내기도 쉽지 않은 일행들, 그래서 우리는 거의 두 시간 동안 한 번도 쉬는 일 없이 오르고 또 올라 아이켄 산의 작은 봉우리 중 하나에 올라섰다.

뉴질랜드 트레킹의 큰 즐거움은 고립감이다. 산 정상에 오는 동안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할 정도로 한적했다. 고립감은 같은 장소라도 소음이 없고,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분 좋은 긴장감과 스릴감을 준다.(특히 도시에서 온 사람은 산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뉴질랜드는 사나운 짐승이나 독충, 뱀 등이 없는 안전한 땅이기 때문에 이러한 고립감을 위험 없이 즐길 수 있다. 웬만한 뉴질랜드의 트랙들에서는 사람들의 방해 없이 자연과 단 둘이서 독대할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진 서던 알프스와 발밑에서 울리는 폭포 소리가 초대형 아이맥스 극장보다 훨씬 큰 무한 화면과 리얼 사운드 시스템으로 우리만을 위해서 상영된다. 오징어와 팝콘 대신 시원한 바람에 실려오는 초목의 은은한 향이 폐 속 깊은 곳에 있는 먼지까지 모두 날려 보낸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198 | 20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1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1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4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7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59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