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베이→오클랜드(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웨일베이→오클랜드(Ⅰ)

0 개 1,944 코리아포스트
박영석 대장에게는 독특하고 훌륭한 성품이 하나 있다. 힘들어하는 대원을 보면 협박과 구박을 번갈아 하다가도 막상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 오면 모성 본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모성 본능은 때때로 융숭한 밥상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장모님' '이모' '친정집'이 연상될 정도로 정성이 듬뿍 담긴 밥상이다. 에베레스트에 함께 갔을 때 5000미터가 넘는 산 중에서 고소증에 시달려 맥없이 앉아 있던 나에게 박영석 대장이 정성스레 말아줬던 김치국수를 생각하면, 지금도 혀 밑에 침이 자르르 고이며 고마운 생각이 든다.(높은 산에서는 낮은 기압으로 인해 맛있게 국수 삶기가 매우 힘들다. 여기에는 박대장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특히 함께 간 대원들이 힘들어하면 영락없이 솜씨를 발휘하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어제의 빡빡한 일정과 장거리 이동에 지친 우리 모습에 모성 본능이 자극되었는지, 박영석 대장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두 팔을 걷어붙인다. 박영석 대장의 넘치는 에너지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바다가재를 직접 잡을 수 있는 웨일 베이

박영석 대장이 보신이 필요한 우리를 위해 아침 일찍이 간 곳은 얕은 바다 속에 바위가 잔뜩 박힌 웨일 베이(Whale Bay 고래만)라는 곳이다. 아직은 쌀쌀한 아침 바다에 뛰어드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그는 몸에 꽉 끼는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신는다. 침을 뱉어 잠수경에 김이 서리지 않게 하는 손길이 능숙하다. 해변에서 뒤로 걸어 들어가다가 허리춤이 물에 잠기자 수영을 하더니 이내 물속으로 들어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봉주 형님이 "이런 평범해 보이는 바다 속에 정말 바다가재가 있을까?"라고 묻자, 박대장의 근성을 잘 아는 허영만 화백이 정답을 내 놓는다. "여기가 목욕탕만 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올걸?"

잔잔한 수평선을 보며 깜박 잠에 빠지려던 순간 박영석 대장의 실루엣이 물 밖으로 나왔다. 박영석 대장의 오른손에는 붉은색의 커다란 바다가재 한 마리가 들려 있다. 그 후로도 산소통에 산소가 없어질 때까지 박영석 대장은 몇 번이고 물속을 들락거렸다. 나올 때마다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바구니에 소담스럽게 누워 있다. 바다가재의 머리통을 칼등으로 때려 기절 시킨 후에 배를 가르고 살을 발라 껍데기 속에 올리자 훌륭한 회가 몇 접시 만들어졌다. 소라, 성게, 전복과 바다가재의 깔끔한 맛 속에도 도는 새우처럼 세련된 단맛에 대여섯 마리의 바다가재 회가 순식간에 없어졌다. 우리가 잡은 바다가재의 몸통 부분과 남은 전복들은 등산용 버너 위에서 매운탕으로 바뀌었다.

뉴질랜드에서 바다가재를 잡은 것은 생각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벼운 잠수 장비와 함께 바위가 많은 바다 속에 들어가서 바위틈을 뒤지다 보면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바위틈에 있는 바다가재를 작살이나 총 등으로 잡으면 불법이다. 바다가재가 상처를 입은 채로 돌 틈에서 죽어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손이나 끈을 이용해서 산 채로 잡아야 한다. 만약 법규를 어기면 꽤 많은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뉴질랜드 수산업체들이 최근 바다가재의 고통을 최소화하여 죽이는 법을 홍보할 만큼 뉴질랜드에서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만, 결코 동물의 권리가 사람보다 앞서는 추한 경우는 없다. 뉴질랜드의 바다가재는 캐나다 등의 북미산과는 달리 앞발에 집게가 없고 몸통에 살이 많은 데다가 쫄깃해서 전 세계의 고급 바다가재 시장에서 인기가 좋다. 청정한 뉴질랜드 바다에서 잡힌 대부분의 바다가재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공수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요리로 변신하게 된다.


바다가재 친절하게 죽이는 법?

바다가재는 매우 원시적인 생명체여서 뇌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어느 한 곳(머리 쪽일지라도)을 칼로 푹~ 찌른다고 즉시 죽지 않는다. 일반적인 의견으로는 끓는 물에 넣기 전에 냉동실이나 얼음물에 넣어 기절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얼어서 아무 감각이 없고 움직이지 못할 때 끓는 물이 담긴 냄비에 15초간 넣을 것. 바다가재가 냄비에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2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