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레이(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왕가레이(Ⅰ)

0 개 2,372 코리아타임스
아침에 일어나니 십년지기 친구 상석이 도착해 있었다. 상석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교민으로 왕가레이 최고의 낚시꾼이다. 교민 사이에서는 "생선을 잡고 싶으면 상석과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낚시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함께 낚시하러 간 상대가 아무것도 잡지 못하면 자신이 잡은 생선을 기쁘게 나눠 주는 푸근한 친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우리를 아침 식사에 초대 했다. 무뚝뚝해 보이는 상석의 표정과는 달리, 그의 따뜻한 배려는 늘 주위를 밝게 만든다. 그를 따라 나서며 자연스럽게 오늘 일정도 결정됐다. "그래, 오늘은 낚시를 하는 거다."

이 곳은 노스랜드다. 말 그대로 '북쪽의 땅'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북쪽'의 이미지가 살을 에는 바람과 추위라면, 뉴질랜드가 위치한 남반구에서 '북쪽'은 따뜻함을 상징한다. 그리고 넉넉한 강우량으로 인한 초원과,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과 바다도 이곳의 상징이다.

노스랜드의 중심에 있는 왕가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마오리어인 왕가레이는 '소중한 항구'라는 뜻을 가졌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지만 남반구에서는 해가 북쪽으로 치우친 궤도를 그리며 움직인다. 그래서 노스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따뜻한 아열대 기후를 가졌다. 이런 온화한 기후 덕분에 왕가레이 앞바다는 어종이 풍부하면서도 가장 좋은 도미 산란지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날그날의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우리 같은 운칠기삼(運七技三) 낚시꾼도 50센티미터가 넘는 대어를 어렵지 않게 잡곤 한다. 게다가 상석의 정확한 물때(밀물, 썰물) 판단과 미끼 선별 등의 노하우는 우리의 승률을 몇 단계 쭈욱 끌어 올려 줄 것이다.

상석이 알려 준 오션비치(Ocean Beach)의 비밀 포인트로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한참 걷다가 경사진 모래언덕을 만나면 비린내 나는 미끼 봉지를 입에 물고 뚱뚱한 도마뱀들처럼 네 발로 기어서 흘러내리는 모래를 거슬러 올라간다. 그 언덕 위에 펼쳐진 완만한 잡초 숲을 한참 헤치고 나가면 드디어 작은 섬이 하나 나온다.

일단 낚시터에 도착하니 각자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영석 대장은 오자마자 미끼 봉지를 뜯어 큰 미끼를 통째로 엉성하게 바늘에 걸고 일찌감치 바다에 던져 놓았고, 회의 참맛은 알지만 낚시는 잘 모르는 허영만 화백은 미끼를 끼울 줄 몰라서 반 토만 난 생선머리를 들고 우왕좌왕이다. 봉주 형님은 객석에 앉아 한창 리허설로 분주한 무대를 쳐다보듯 정적에 휩싸인 바다를 배경으로 부산스러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 초보자들을 돌보느라 고생 많은 상석은 우선 미끼를 알맞은 크기로 자르더니 배려 깊은 그의 성격답게 한 사람씩 찾아가 미끼를 끼워 주고 릴 던지는 요령부터 가르치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라는 나라가 워낙 평등하고 후해서인지 우리 같은 엉성한 낚시꾼들에게도 미끼만 달면 고기가 올라왔다. 그것도 50센티미터가 넘는 대어들이 줄지어 낚였다. 큰 고기들의 힘을 못 이긴 낚싯줄이 세 번이나 끊어졌고 온몸을 적시는 파도와 사투를 벌인 끝에 결국 우리는 세 시간 동안 카하와이 9마리(40-55센티미터 정도), 도미 2마리(34센티미터 이상), 트레벨리 1마리, 우럭 2마리를 손에 넣었다. 중반부터 우리의 눈치를 보며 미끼를 낚시 바늘에서 떼먹으려다 잡힌 뺀질이 갈매기는 훈방 조치했다. 갈매기는 흔하지만 야생 조류이기 때문에 만약 고의로 잡거나 죽이게 되면 뉴질랜드의 엄격한 자연보호법에 저촉되므로 반드시 바늘을 빼고 돌려보내 주어야 한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2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