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

0 개 2,758 이동온

변호사가 지켜야 할 근본적인 덕목과 윤리 중 수위를 다투는 항목이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이다. 모든 변호사는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 안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모든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지 말아야 하는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이 비밀 엄수의 책임은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가 종료 된 이후에도 계속 지속 되는데, 의뢰인의 업무가 종결된 후에도, 비밀 엄수의 책임은 계속 유지 된다. 의뢰인이 업무 도중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더 이상 기존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도 기존 변호사는 그 의뢰인과의 관계로 인해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할 수가 없고, 그 의뢰인의 사후에도 그 고객의 정보는 비밀이 유지 되어야 한다.

고객의 비밀이라는 것이, 그 고객의 자산 내역일 수도 있고, 새로 만든 유언장의 내용일 수도 있다. 상업적 계약 관련 일이라면, 계약의 내용이 비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고객이 변호사의 고객이라는 사실 조차 기밀이 유지 되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간혹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얻게 되는 정보 중에는 스케일이 다른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변호사 사무실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 의뢰인은 변호사의 기존 고객은 아니었지만 변호사와 상담을 요청하고, 이 의뢰인은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고백하게 된다. 이때 변호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물론 의뢰인의 말이 거짓 일수도 있으니 상황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만약 의뢰인의 고백이 신빙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 아니면 살인의 수사를 촉구해야 할 것일까? 경찰에 연락을 한다면 익명으로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의뢰인의 정보까지 밝혀야 할 것인가.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얻게 된 모든 정보는 설사 그것이 살인이라는 중죄의 시인이라 할지라도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시인한 살인의 용의자로 엉뚱한 사람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어 무고한 사람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그때에도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야 할까?

뭐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이 있으려고, 하고 웃어 넘기는 독자도 있겠지만, 이는 실제 1969년에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노부부의 집에 강도가 들어, 노부인이 사망하게 되는데, 이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패트릭 미한이라는 사람이 유죄를 선고 받고 징역을 살게 된다. 

세상은 나중에야 알게 되지만, 실제 범인은 미한이 아닌 윌리엄 맥기네스라는 사람이었고, 맥기네스는 자신의 변호사에게만 살인을 시인하게 된다. 맥기네스의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기에 미한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지목 되었음을 알게 되지만, 의뢰인의 비밀 엄수라는 책임에 얽매여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만약 맥기네스의 변호사가 끝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미한은 평생 살인범으로 남게 되었겠지만, 맥기네스의 변호사는 그의 사후에 맥기네스가 실제 범인이었음을 알리고, 미한의 구제에 힘을 쏟게 된다. 

맥기네스의 변호사는 맥기네스가 살아 있는 동안은 비밀을 지켰지만 맥기네스의 사후에 그가 실제 범인이었음을 알림으로써, 의뢰인의 비밀 엄수의 책임을 어기게 되었고, 이는 의뢰인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그리고 변호사 협회의 고발을 통해 변호사 면허가 박탈 당할 수도 있는 큰 과실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정의’라는 큰 시각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단 미한을 사면하고 맥기네스의 변호사를 딱히 처벌하지 않는다.

패트릭 미한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변호사의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 원칙의 해석에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보수적인 뉴질랜드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아마 다른 결과가 나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어찌되었건 의뢰인에 대한 비밀 엄수는 법과 변호사를 지탱하는 큰 디딤돌이고, 의뢰인의 비밀은 변호사에겐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비밀로 남아야 할 것이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02 | 22시간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7 | 8일전
Consultation on Acti…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1 | 9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0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2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1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0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5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5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0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3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39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4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09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5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7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4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8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7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5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3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0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3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 더보기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28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