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재칼럼 | 지난칼럼 |
말버러 사운드(Marlborough Sounds)는 뉴질랜드 남섬 북부의 복잡하고 신비로운 해안선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수백 개의 작은 만과 섬들이 뒤엉킨 듯 펼쳐져 있다.
이 지역에는 “사라진 섬”, “이동하는 섬”, “눈에 보이지 않는 섬”에 대한 전통 마오리 설화가 존재하며, 특히 Ngati Kuia, Ngati Apa ki te Ra To, Rangitane o Wairau 등의 부족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온다.
Te Motu Huna o Te Mareikura (마레이쿠라의 숨겨진 섬)
* 바다에 숨겨진 것
말버러 사운드에는 수백 개의 섬이 있다.
하지만 마오리 전승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섬”이 더 있다고 전해진다.
그 섬의 이름은 테 모투 후나(Te Motu Huna), 즉 ‘숨겨진 섬’이다.
이 섬은 지도로는 찾을 수 없고, 일반적인 배로는 접근할 수 없으며, 오직 기억과 마음의 방향을 따라갈 때 안개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 여신 마레이쿠라
이 숨겨진 섬에는 옛 마오리 신화 속에서 강력한 존재로 전해지는 마레이쿠라(Mareikura)라는 여신이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바다와 안개, 기억의 수호자였으며, 사람들이 잊고 지낸 중요한 기억을 섬의 바위와 나무, 바람 속에 저장해두었다.
* 길 잃은 항해자
오래전, 젊은 마오리 항해자 호우라(Houra)는 북섬에서 남섬으로 향하던 중 갑작스런 바다 안개에 휩싸인다.
그는 방향을 잃고, 노를 저을 힘도 남지 않아 배 위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그의 꿈속에서 한 여인이 그에게 속삭인다.
“너는 나를 잊었지만, 나는 너를 기억하고 있단다. 테 모투 후나로 와라.”
깨어난 호우라는 흐릿한 기억을 따라 배를 조용히 밀어 나간다.
* 섬과의 만남
안개가 걷히자 눈앞에는 본 적 없는 섬이 있었다.
작은 폭포가 바다로 떨어지고, 해안선은 부드럽고 고요했다.
섬 전체가 마치 기억으로 만들어진 듯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그는 섬에 닻을 내리고 올라간다. 그리고 바위틈에서 어릴 적 돌아가신 어머니의 노랫소리, 잊고 있던 조상의 이름, 사랑했던 여인의 눈빛을 떠올린다. 그 모든 것들이 섬의 바람과 함께 살아 숨 쉬고 있었다.
* 마레이쿠라의 뜻
마레이쿠라는 그에게 나타나 말한다.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며 중요한 것들을 잊곤 하지. 나는 그 기억들을 대신 지켜주는 존재란다.”
“너는 다시 길을 떠나야 해. 하지만 지금 너는 왜 그 길을 가는지 알고 있겠지?”
호우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 사라지는 섬
그가 배를 타고 섬을 떠나려 하자, 섬은 다시 안개에 싸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는 원래의 항로로 되돌아오게 된다.
함께 항해하던 동료들은 그를 보며 놀라워한다.
“너무 오래 사라져서, 너를 찾으러 나서려던 참이었어!”
그러나 호우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난 길을 잃은 게 아니었어. 잠시 나 자신을 찾으러 다녀온 거야.”
* 오늘의 말버러 사운드
지금도 말버러 사운드에는 가끔씩 낚시꾼이나 카약 여행자가 낯선 섬처럼 보였다가 사라진 지형을 봤다는 이야기를 한다. 현지 마오리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용히 말한다.
“그대는 마레이쿠라의 부름을 받은 것이야. 마음의 기억이 네게 길을 보여준 거지.”
* 전설이 주는 교훈
테 모투 후나는 단지 보이지 않는 섬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잊고 지내는 소중한 감정과 기억들에 대한 상징이다.
때로는 방향을 잃는 것도 자신을 찾는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