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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모든 코스는 다르다.
어떤 곳은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를 자랑하지만, 또 어떤 곳은 벙커와 해저드가 도처에 있어 한 샷 한 샷이 조심스럽다. 어떤 코스는 바람이 심하고, 또 어떤 코스는 나무가 빼곡하다. 코스마다 공략법이 다르고, 사용하는 클럽도, 스윙의 강도도 달라진다.
즉, 하나의 정답으로는 모든 코스를 공략할 수 없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종종 ‘이게 맞는 길이야’, ‘이렇게 해야 성공해’라는 말에 익숙해진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때로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도 ‘정답 같은 삶의 공식’을 듣는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하고, 결혼과 자녀, 내 집 마련까지.
하지만 살아갈수록 느낀다.
그 정답이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니라는 걸.
나는 뉴질랜드로 이민을 오면서 한국 사회에서 말하던 정답의 틀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배운 방식, 익숙했던 규칙이 이곳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언어도, 문화도, 사람들과의 소통 방식도 달랐고, 내가 내던 ‘정답’은 이곳에선 오히려 틀린 답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조금씩 나만의 코스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성공’이라 불리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중요하지 않았고,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 더 큰 만족과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다.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도 괜찮다는 것.
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사람은 자신의 스타일을 아는 사람이다. 거리가 짧더라도 정확한 아이언샷을 가진 사람,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잘 쓰는 사람,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코스를 풀어간다. 그리고 그 방식에 정답과 오답은 없다.
인생에서도 그렇다. 어떤 이는 도심 한복판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걸 좋아하고, 어떤 이는 조용한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다. 어떤 이는 일찍이 가족을 이루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 어떤 이는 홀로 여행하며 자유로운 인생을 즐긴다. 모두가 다른 코스를 걷고 있지만, 그 누구의 길도 틀린 길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골프 코스를 걷고 있다.
누군가의 코스는 벙커가 많고, 누군가의 코스는 비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코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만의 방법으로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방식에 휘둘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성공이 나의 목표가 될 필요는 없고, 누군가의 방식이 반드시 나에게 맞지도 않는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내 리듬대로, 내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