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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스본(Gisborne)은 뉴질랜드 북섬의 동쪽 끝에 위치한 도시로, “태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땅”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마오리 부족인 Ngati Porou(응아티 포로우)의 고향이며,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마오리 정착지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은 ‘마우이와 태양(Maui and the Sun)’, 즉 반신반인 마우이가 태양의 속도를 늦춘 이야기이다.
Te Hikoi a Maui me te Ra – 마우이와 태양의 여정
* 해가 너무 빨리 지는 땅
아주 먼 옛날, 기스본 땅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태양이 너무 빨리 떠오르고 곧 사라지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태양은 너무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러 농사를 짓기도 전에 어두워졌고, 가족과 함께 모닥불 곁에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사람들은 태양이 사람의 삶을 무시한 채, 혼자만의 속도로 달린다고 한탄했다.
* 마우이의 결심
이에 젊고 용감한 반신반인 ‘마우이(Maui)’는 사람들의 불만을 들은 뒤 이렇게 외쳤다.
“태양이 너무 빨리 간다면, 내가 그를 붙잡아 속도를 늦추게 하리라!” 사람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태양은 하늘의 신이야. 네가 어찌 그를 붙잡을 수 있겠느냐!”
하지만 마우이는 웃지 않았다. 그는 진심이었다.
* 히쿠랑기 산으로의 여정
마우이는 먼저 히쿠랑기 산(Hikurangi) 정상으로 향했다. 그곳은 마오리 전통에서 가장 먼저 태양이 떠오르는 신성한 산이었다. 그는 말한다.
“태양이 가장 먼저 눈뜨는 그 자리에 내가 먼저 기다리고 있어야 하리.”
그는 가족들과 부족들의 머리카락을 모아 긴 밧줄을 만들었고, 그 끝에는 태양을 감쌀 수 있는 마법의 올가미를 묶었다.
* 태양과의 대결
히쿠랑기 산의 어둠 속, 마우이는 동쪽을 향해 앉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고 거대한 태양 ‘라(Ra)’가 불꽃을 품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우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밧줄을 던져 태양을 붙잡았다. 태양은 분노하며 외쳤다.
“누가 나를 묶었느냐! 나는 하늘의 불이다! 나를 풀지 않으면, 이 땅을 모두 태워버리겠다!”
그러나 마우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은 너무 빨리 간다. 우리가 숨 쉴 틈도 주지 않는다. 속도를 늦춰라,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당신을 놓지 않겠다!”
태양은 저항했지만, 히쿠랑기 산 꼭대기에서 온 세상이 마우이의 용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결국 태양은 패배를 인정하고 말했다.
“좋다, 마우이. 나는 이제부터 느리게, 더 오래 이 땅에 머무르겠다.”
* 삶의 변화
그 이후로 태양은 하늘을 더 천천히 움직였고, 사람들은 낮 동안 농사도 짓고, 아이들과 뛰놀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히쿠랑기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마우이의 이름을 불렀고, 그가 자신들의 삶을 바꾸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 오늘의 히쿠랑기
지금도 히쿠랑기 산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Ngati Porou 부족에게는 조상들이 내려온 신성한 땅으로 여겨진다. 매년 새해가 되면 기스본 지역 사람들과 마오리 후손들은 히쿠랑기 산에 올라 첫 해돋이를 맞이하며 “마우이, 감사합니다. 우리의 시간은 당신 덕분에 풍요롭습니다.”라고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