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과 복원의 예술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수선과 복원의 예술

0 개 47 조기조

b9f88e746961be8c810b4ebe1c116da3_1773089201_2764.png
 

반복적인 힘(스트레스)이 가해져서 성질이 변하거나 약해지는 것을 ‘피로(Fatigue) 현상’이라고 한다. 단순히 시간이 흐르거나 환경 때문에 성질이 변하는 것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노화(Aging)다. 가만히 놀고먹어도 시간이 흐르면 노화되고 언젠가는 생명체의 활동이 정지된다. 열, 빛, 습기 등의 외부 요인으로 성능이 나빠지는 것을 열화(Deterioration) 또는 노후화라고 한다. 성능은 유지되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능률 높은 제품이 값싸게 나오면 기존의 것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를 진부화(Obsolescence)라고 한다. 중고로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다. 통화는 잘 되지만 버튼식 전화기를 쓰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이 녹스는 것처럼 화학 반응으로 금속 등이 삭는 것을 부식(Corrosion)이라고 한다. 일정한 힘을 아주 오랫동안 받아 형태가 변하는 것을 크리프(Creep)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를 막거나 늦추려고 애쓴다.


시간이 경과하는데 조금도 변하지 않는 물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질서 있는 상태에서 보다 무질서한 상태로 변하려는 성질을 엔트로피(Entropy)의 법칙이라고 한다. 이 무질서한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엔트로피다. 에너지는 한 곳에 집중되어 있다가 자연히 흩어진다. 그러면 사용 가능한 상태에서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우주에서 시간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엔트로피 때문이다. 이를 ‘시간의 화살’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꿈에서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자산이 못 쓰게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잘 알고 있는 정비, 수리, 수선, 유지보수, 리폼(reform, up-cycling) 등이다. 기계와 장비에 대해서는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는 예방(豫防) 보전(保全)에 익숙해 있다. MRO는 기업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을 뜻하며, 가끔은 정밀정비(Overhaul)라는 의미로도 쓴다. MRO는 공장을 돌리고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모성 자재와 서비스를 조달해 자산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만약 기기나 설비가 고장 났다면 수리하고 복원해야 한다. 폐기하는 자산을 분해해 일부를 개조하거나 재활용하는 것이 리폼(Reform)이며 업사이클링이다.


이러한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회계에서는 수선비라고 하는데, 원상복구와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에 들어가는 비용은 당기의 비용(수익적 지출)으로 처리하고,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기능을 현저히 향상시키는 데 든 비용은 그 기계나 장비의 원가를 올려 자산(자본적 지출)으로 잡아 몇 년간 감가상각을 한다.


물건을 오래 쓰다 보면 손때가 묻고 정이 든다. 또 장인이 만든 것은 가치가 있고 명품이다. 그런데 부주의로 파손되면 버리기 아깝다. 일본에서는 쓰다가 깨진 도자기가 박살 나지 않은 이상, 생옻(Raw Urushi)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무기우루시(밀가루 옻)’로 조각을 이어 붙이고, 마르면 금가루를 입혀 복원해 사용한다. 이런 전통 수리 기법을 킨츠기(Kintsugi, 金継ぎ)라고 한다. 킨츠기는 수백 년 된 기술이다. 금가루로 장식하니 오히려 깨져 복원한 도자기가 더 아름답게 태어난다. 옻칠은 천년을 간다고 했다. 이러한 복원 과정은 3개월 정도 걸리는데, 옻칠이 마르고 굳는 시간을 느긋하게 기다리기 때문이란다. 여유롭지 않은가? 복원한 흔적이 분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명품 가방을 사서 쓰던 사람이 낡아지자 수선점에 ‘새활용’(리폼)을 부탁했다. 재봉틀이 없거나 손기술이 없는 사람들은 수선점을 이용한다. 그런데 명품회사가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그 수선점을 소송했던 모양이다. 골목의 작은 수선점 주인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1심, 2심에서 패소했지만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고, 명품이라도 개인이 사용하다 ‘새활용’하는 것은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상식적이지 않은가? 거금을 들여 산 것이 명품이다. 그런 명품을 쓰다가 낡으면 고쳐 쓰지도 못하라는 말인가.


유행이 지난 양복을 뜯어 고쳐 놓고는 거의 입지 않고 있다. 명품이 아니어서 소송당할 일은 없으니 다행이다. 시계나 반지는커녕 전화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나는 명품이라고는 없다. 명품이 무슨 소용 있나? 


* 출처 : FRANCEZONE


b9f88e746961be8c810b4ebe1c116da3_1773089164_1791.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334 | 3시간전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95 | 3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 더보기

욕심부리면 트리플 보기 – 과욕이 부르는 실패

댓글 0 | 조회 90 | 3시간전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마라… 더보기
Now

현재 수선과 복원의 예술

댓글 0 | 조회 48 | 3시간전
반복적인 힘(스트레스)이 가해져서 성… 더보기

지방간(脂肪肝, Fatty Liver)

댓글 0 | 조회 205 | 4일전
웬만해선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간(… 더보기

2027 한국대학 전형별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327 | 7일전
2026년도 한국대학 입시가 마무리되… 더보기

Biomed&Health Sci 개강 1주일차 체크리스트

댓글 0 | 조회 271 | 2026.02.27
지난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자녀의 공부, 어디까지 도와야 할까

댓글 0 | 조회 588 | 2026.02.26
자녀가 학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 더보기

외로움이 만드는 위험한 선택

댓글 0 | 조회 240 | 2026.02.25
— 고립, 멘탈헬스, 그리고 갬블링의… 더보기

봉평 장날에

댓글 0 | 조회 161 | 2026.02.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봉평 장터에서… 더보기

네스 호의 괴물, 네시(Nessie)

댓글 0 | 조회 120 | 2026.02.25
인간은 왜 아직도 그 그림자를 놓지 … 더보기

술친구 남자 세사람

댓글 0 | 조회 555 | 2026.02.25
놋주발에 퍼담아 아름목자리 요밑에 묻…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치대, ‘어릴 때부터’ 준비하는 학생이 유리할까요?

댓글 0 | 조회 464 | 2026.02.25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4편 – 〈실크로드의 유령〉 (Ghost of Silk Road)

댓글 0 | 조회 131 | 2026.02.25
“실크로드는 죽지 않았다. 그저, 더… 더보기

튤립과 비트코인

댓글 0 | 조회 200 | 2026.02.25
은퇴를 하고는 시간 여유가 생기자 약… 더보기

이민심사 관점의 SMC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706 | 2026.02.24
Skilled Migrant Cate… 더보기

잘 늙어가는 방법

댓글 0 | 조회 611 | 2026.02.24
최근에 “엡스틴 파일” 속에서 대표적… 더보기

코스 매니지먼트와 인생 계획 – 전략 없이 무작정 치면 낭패

댓글 0 | 조회 237 | 2026.02.24
골프에서 ‘코스 매니지먼트’는 단순한… 더보기

바위 속 부처님을 모시다 - 마애불

댓글 0 | 조회 189 | 2026.02.24
멀고 긴 여로서기 475년, 고구려 … 더보기

정년 이후의 고용관계

댓글 0 | 조회 368 | 2026.02.24
예전 칼럼에서 뉴질랜드는 대한민국과 … 더보기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댓글 0 | 조회 155 | 2026.02.24
시인 최 승자한 숟갈의 밥, 한 방울… 더보기

23. 웰링턴(Wellington) – 타라(Tara)의 전설

댓글 0 | 조회 151 | 2026.02.24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바람이 거세… 더보기

UCAT 매년 응시 후 알게 된 알짜배기 팁과 노하우

댓글 0 | 조회 326 | 2026.02.23
UCAT ANZ은 University… 더보기

설날과 떡국

댓글 0 | 조회 232 | 2026.02.21
올해는 2월 17일(화)이 음력(陰曆… 더보기

교육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댓글 0 | 조회 812 | 2026.02.18
몇 년 전, 오클랜드 의대에 재학 중…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