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와 우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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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와 우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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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있는 샘에 바가지를 띄워놓고 퍼서 먹었다. 새미터(샘터)에 매끈한 돌을 놓고 찬거리를 다듬었고, 빨래도 했다. 물이 흘러가는 도랑에는 냉장고처럼 김칫독을 담가두었다. 시래기를 우리는 독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름이면 거기서 등물을 쳤다. 웃통을 벗고 엎드려 뻗치면 바가지로 등에 샘물을 퍼부었는데, 시리도록 시원했다.


동네에는 공동 우물이 있었다. 집에서 필요한 물은 아낙들이 양철 동이로 길어가서 쓰고,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고는 물기를 짜서 집으로 가져가 빨랫줄에 널었다. 동네 사람들이 쓰는 우물가는 만남의 장소였다. 우물은 땅을 파낸 움터에서 나온 물이 있는 곳이라, 저절로 솟아나오는 샘(spring)과는 약간 다르다. 크기로 보면 옹달샘 같은 작은 샘물에 비해, 주변을 너르게 다듬어 빨래까지 할 수 있는 우물가는 소통과 하소연의 자리이기도 했다.


1970년 4월 1일에 창간한 월간지 샘터가 2026년 1월호(통권 671호)를 마지막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다. 늦게 시작한 동면이라 언제 깨어날지 궁금하다. 창간 56주년을 앞두고 휴간하니, 환갑을 맞지도 못하고 또 자식들의 학비가 엄청 들 때 퇴직당하는 이웃집 아저씨 같다. 노후 설계는 커녕, 당장의 땟거리가 걱정이다. 그간 쏟아 부은 노력과 투자는 어찌하나? 디지털 파도에 밀려 좌초한 것 같다.


1970년 4월 1일, 김재준 목사와 소설가 한운사, 그리고 김업(본명 김종익) 회장이 뜻을 모아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잡지”를 만들자고 했다. 책값은 짜장면 한 그릇보다 비싸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이제까지 그걸 지켜왔다. 지금 짜장면은 전통시장 등 변두리에서 6,000원~7,000원, 고급 레스토랑에선 15,000원 정도 한다. 평균적으로 1만원을 보면 되겠다. 그런데 2020년부터 샘터 한 권은 3,500원이었다. 너무 싸서 안 사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무심하게도 나도 나 몰라라 했으니, 언젠가 복간하면 정기구독을 할 생각이다.


샘터를 즐겨보던 이유는 고인이 되신 작가 최인호의 연재, “가족” 때문이었다. 딸 ‘다혜’와 아들 ‘도단’이가 태어나서 자라고 결혼하고, 또 손주들이 태어나 ‘할배’가 되었고, 아파서 드러눕는 세월을 막지 못하는 그 동안 나는 그를 경배하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또 나를 돌아보았다. 1975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34년 6개월 동안 402회라는 경이로운 기록이었다. 샘터가 다시 나온다면 나도 글을 보내고 싶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것이니, 소풍을 함께 떠나는 팀이 가족인 것이다. 나의 소풍은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다. 도시락에 삶은 계란 하나 들고 떠나던 소풍, 그렇게 마시고 싶은 사이다 한 병을 들고 가지 못했는데, 나도 우리 가족의 소풍이 변변치 못했던 것 같아 가슴이 쓰리다.


여행을 떠나보라기에, 준비 없이 길을 나섰다. ‘한 달 살기’를 해 보면 좋겠다 싶어 간 김에 달포를 넘게 있었다. 동서보다 남북으로 이동했기에, 37.5도인 서울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좋겠다 싶었는데, 10.7도인 호치민에서 겨울을 땀 흘리며 보냈다. 베트남어 띠엥 비엣(Tieng Viet)을 몰라 말 한마디도 안 통하는 곳이라, 손짓 발짓으로 살았다. 코리아타운에서는 한국말로도 거의 통했다. 낮에는 땀이 나서 움직이기 싫었다. 움직이지 않으니 입맛이 나겠는가? 리듬이 깨어졌다. 긴 시간을 혼자 뒤적거리다 보니, 나를 살펴보기에는 좋은 시간이었다.


주위 사람들이 법석거리지만 말이 안 들리니 편하고 좋았다. 그들의 삶을 알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들도 먹고 살기에 바쁘다. 아슬아슬한 오토바이의 들이밀기에 운전을 못하겠다. 그들도 ‘빨리빨리’로 산다. 나라가 개발 중이니 부동산의 투자라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돈 없는 서민들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러는 사이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진다.


돌아보면, 육아는 아내에게 다 맡기고 나는 직장 일에만 매달렸던 것 같다. 그러니 애비로서도 서툴고, 할배로서도 잘할 자신이 없다. 이기적이겠지만, 내가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내 목표를 삼아야겠다. 품안에 있을 때 자식이지, 출가한 자식들은 제 가정이 있지 않은가? 내가 얼쩡거릴 공간이 아니다.


집집마다 수돗물이 들어오는 요즈음엔 샘터나 우물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우물가의 수다와 정보교환, 시집살이의 하소연도 사라졌다. 또 정저와(井底蛙)라고 있었다. 태평스런 그 우물 안의 개구리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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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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