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와 팥죽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동지와 팥죽

0 개 177 조기조

d602c8e340a430fc72be0717aed959a3_1768340531_5741.png
 

북반구에서 매년 12월 21일이나 23일 사이에 찾아오는 동지(冬至)는 한 해의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순간을 나타낸다. 동지는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도달하는 시점이며, 북반구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순간이다. 또 태양이 가장 낮게 뜨는 날이고 일조 시간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6월 하지(夏至)까지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기에 부활이나 재생의 의미를 갖는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음(陰)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날이라 양(陽)을 상징하는 붉은색 팥으로 죽을 쑤어 먹어 음기를 물리치고, 집안 곳곳에 뿌리면 잡귀와 액운을 막는다고 믿었다. 팥을 삶고 쌀가루를 알처럼 만들어 함께 끓여서 새알을 나이만큼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했다. 팥은 적두(赤豆)라고 불렀는데, 두부·콩나물·간장·된장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가 되는 콩, 즉 대두(大豆) 또는 황두(黃豆)만 못해 ‘팥 없는 살림은 살아도 콩 없는 살림은 못 산다’고 했다. 그래도 여름날 먹는 팥빙수와 빵의 소로 들어가는 팥 앙금은 팥이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다. 대체 불가다.


동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양에서만 기리는 것이 아니었다. 기원전 2800년경에 만들어진 오크니 제도의 메이쇼우 무덤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풀이 무성한 작은 언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직육면체 모양의 돌로 덮인 무덤과 남서쪽으로 향한 길이 10미터의 좁은 입구 방이 있다. 이 통로는 거대한 돌판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앙의 방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폭이 약 5미터에 달한다. 중앙 방의 네 모서리에는 거대한 입석이 하나씩 서 있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 돌 중 일부는 무게가 3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도구가 사슴뿔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돌들을 제자리에 옮기는 데 들인 노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당시에 어떻게 해서 적어도 10리(里)가 넘는 거리를 이런 큰 돌을 운반했는지는 불가사의다. 동지 전후 3주 동안, 즉 한겨울에는 지는 해가 통로를 직접 비추어 무덤 안으로 빛을 쏟아 넣는다.


메이쇼우 돌무덤에 영감을 준 구체적인 신앙과 의식은 알 수 없지만, 동지가 ‘한 해의 자정’으로서 갖는 엄청난 의미, 즉 달력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앞으로 6개월 동안 이어질 밝은 시간으로의 전환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래서 죽음에서 재생으로 이어지는 순간, 시간의 순환적 본질을 깨닫고 이를 경배했을 것이다.


메이쇼우 무덤 외에도 고고학자들은 동짓날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수십 개의 신석기 시대 유적을 발견했다. 영국의 스톤헨지는 가장 높은 삼석탑이 한때 지는 해를 액자처럼 담아냈고,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는 길일인 동짓날 일출 방향에 맞춰 통로가 놓여 있다. 아우터헤브리디스 제도의 칼라니쉬 입석들도 비슷한 태양의 빛을 받고 있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는 41개의 돌덩이로 만들어진 거석 통로인 라 로슈 오 페(La Roche aux Fees)가 있는데, 일부 돌덩이는 무게가 40톤이 넘는다. 동짓날 일출과 함께 이곳은 한 해 동안 따뜻한 겨울 햇살을 가득 받는다. 전설에 따르면 요정들이 하룻밤 사이에 이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2750년경 신석기 시대의 고인돌(무덤)이다.


양력으로 치는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1~10일)에 들면 ‘애(기)동지’, 중순(11~20일)에 들면 ‘중동지’, 하순(21~30일)에 들면 ‘노동지’라고 불렀다. 올해의 동지는 음력 11월 3일로 전형적인 ‘애동지’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으로 시루떡을 해서 먹는다. 시루떡을 찔 때 잘 익은 호박을 넣으면 맛도 영양도, 보기도 좋다. 가마솥에 떡 시루를 놓고 솥과 시루의 틈에 김이 새지 않도록 밀가루나 쌀가루를 반죽해 돌려 막았는데, 이것이 시루핀이다. 아무 맛도 없는 것이었지만 이것 또한 주전부리로 먹었다.


당연히 동지가 오면 또 하지가 오고, 순환하는 계절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계절이 고루 순환하는 곳은 남반부나 북반부의 중위도 지역(약 30°~60°)인 온대 지방이다. 적도 가까이는 태양이 거의 정점에 머물러 있어 1년 내내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하다. 기후는 사계절 대신 건기와 우기로 나뉘며, 온도 변화는 미미하다. 동지나 하지가 되어도 낮과 밤의 길이 차이가 거의 없어 체감상 특별한 변화가 없다. 추위가 없고 자연에서 눈과 얼음이 생기지 않으니 나이테도 생기지 않는다.


동지가 지나니 산천이 얼어붙고, 나목에 핀 눈꽃과 상고대가 선물인 나라에서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가 감기 걸리실까 걱정이다. 아끼던 목도리를 드려야지. 아이들이 잠들면 따끈한 차 한 잔 드릴게요, 산타 할아버지. 


* 출처 : FRANCEZONE


d602c8e340a430fc72be0717aed959a3_1768340511_9545.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22 | 11분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22 | 1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53 | 1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09 | 4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19 | 7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1 | 9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02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0 | 9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9일전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87 | 9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4 | 9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4 | 9일전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66 | 9일전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5 | 9일전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5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5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7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25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88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7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4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