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와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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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와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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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반구에서 매년 12월 21일이나 23일 사이에 찾아오는 동지(冬至)는 한 해의 주기가 끝나고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순간을 나타낸다. 동지는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도달하는 시점이며, 북반구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어지는 순간이다. 또 태양이 가장 낮게 뜨는 날이고 일조 시간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가 지나면 6월 하지(夏至)까지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지기에 부활이나 재생의 의미를 갖는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길고 음(陰)의 기운이 극에 달하는 날이라 양(陽)을 상징하는 붉은색 팥으로 죽을 쑤어 먹어 음기를 물리치고, 집안 곳곳에 뿌리면 잡귀와 액운을 막는다고 믿었다. 팥을 삶고 쌀가루를 알처럼 만들어 함께 끓여서 새알을 나이만큼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했다. 팥은 적두(赤豆)라고 불렀는데, 두부·콩나물·간장·된장 등 다양한 식품의 원료가 되는 콩, 즉 대두(大豆) 또는 황두(黃豆)만 못해 ‘팥 없는 살림은 살아도 콩 없는 살림은 못 산다’고 했다. 그래도 여름날 먹는 팥빙수와 빵의 소로 들어가는 팥 앙금은 팥이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다. 대체 불가다.


동지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양에서만 기리는 것이 아니었다. 기원전 2800년경에 만들어진 오크니 제도의 메이쇼우 무덤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풀이 무성한 작은 언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직육면체 모양의 돌로 덮인 무덤과 남서쪽으로 향한 길이 10미터의 좁은 입구 방이 있다. 이 통로는 거대한 돌판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앙의 방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폭이 약 5미터에 달한다. 중앙 방의 네 모서리에는 거대한 입석이 하나씩 서 있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 돌 중 일부는 무게가 3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도구가 사슴뿔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 돌들을 제자리에 옮기는 데 들인 노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당시에 어떻게 해서 적어도 10리(里)가 넘는 거리를 이런 큰 돌을 운반했는지는 불가사의다. 동지 전후 3주 동안, 즉 한겨울에는 지는 해가 통로를 직접 비추어 무덤 안으로 빛을 쏟아 넣는다.


메이쇼우 돌무덤에 영감을 준 구체적인 신앙과 의식은 알 수 없지만, 동지가 ‘한 해의 자정’으로서 갖는 엄청난 의미, 즉 달력에서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앞으로 6개월 동안 이어질 밝은 시간으로의 전환점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그래서 죽음에서 재생으로 이어지는 순간, 시간의 순환적 본질을 깨닫고 이를 경배했을 것이다.


메이쇼우 무덤 외에도 고고학자들은 동짓날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수십 개의 신석기 시대 유적을 발견했다. 영국의 스톤헨지는 가장 높은 삼석탑이 한때 지는 해를 액자처럼 담아냈고, 아일랜드의 뉴그레인지는 길일인 동짓날 일출 방향에 맞춰 통로가 놓여 있다. 아우터헤브리디스 제도의 칼라니쉬 입석들도 비슷한 태양의 빛을 받고 있다.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에는 41개의 돌덩이로 만들어진 거석 통로인 라 로슈 오 페(La Roche aux Fees)가 있는데, 일부 돌덩이는 무게가 40톤이 넘는다. 동짓날 일출과 함께 이곳은 한 해 동안 따뜻한 겨울 햇살을 가득 받는다. 전설에 따르면 요정들이 하룻밤 사이에 이 구조물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원전 2750년경 신석기 시대의 고인돌(무덤)이다.


양력으로 치는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1~10일)에 들면 ‘애(기)동지’, 중순(11~20일)에 들면 ‘중동지’, 하순(21~30일)에 들면 ‘노동지’라고 불렀다. 올해의 동지는 음력 11월 3일로 전형적인 ‘애동지’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으로 시루떡을 해서 먹는다. 시루떡을 찔 때 잘 익은 호박을 넣으면 맛도 영양도, 보기도 좋다. 가마솥에 떡 시루를 놓고 솥과 시루의 틈에 김이 새지 않도록 밀가루나 쌀가루를 반죽해 돌려 막았는데, 이것이 시루핀이다. 아무 맛도 없는 것이었지만 이것 또한 주전부리로 먹었다.


당연히 동지가 오면 또 하지가 오고, 순환하는 계절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계절이 고루 순환하는 곳은 남반부나 북반부의 중위도 지역(약 30°~60°)인 온대 지방이다. 적도 가까이는 태양이 거의 정점에 머물러 있어 1년 내내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하다. 기후는 사계절 대신 건기와 우기로 나뉘며, 온도 변화는 미미하다. 동지나 하지가 되어도 낮과 밤의 길이 차이가 거의 없어 체감상 특별한 변화가 없다. 추위가 없고 자연에서 눈과 얼음이 생기지 않으니 나이테도 생기지 않는다.


동지가 지나니 산천이 얼어붙고, 나목에 핀 눈꽃과 상고대가 선물인 나라에서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오시는 산타 할아버지가 감기 걸리실까 걱정이다. 아끼던 목도리를 드려야지. 아이들이 잠들면 따끈한 차 한 잔 드릴게요, 산타 할아버지.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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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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