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해?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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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 말어?

0 개 150 조기조

택시를 타면 말을 거는 기사들이 있다. 우선은 귀찮다. 왜 말을 걸까? 손님을 보면 대강 뭐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기사들이 많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에 몇 마디를 건네 보면 거의 확실하게 알 수 있단다. 답을 해? 말어? 나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가 않다. 필요한 것은 찾아서 보고 또 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택시를 타는 경우는 지하철이나 버스 노선이 마땅치 않거나 자리에 편안히 쉬며 가고 싶을 때다.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니 내가 기사님 눈치를 보거나 비위를 맞출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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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이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말을 걸어서 순간 불쾌했단다. “아가씨, 결혼하셨어요?” 아가씨면 결혼을 안 한 것 아닌가? 하긴, 만약에 “아주머니, 결혼하셨지요?” 하고 물었더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겠다. 마지못해 “왜요?” 하고 물었더니 눈치를 살피던 그가 이야기를 털어놓더란다. “딸이 결혼을 해요.” 보태주지 못해 미안한데 바르게 자라 주어서 고맙다고, 또 꼭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하겠다고 해서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단다. 여러 번 예식장엘 가보기는 했지만 그걸 눈여겨보지 않아 후회된다며…. “축하드립니다. 좋으시겠어요.” 맞장구에 내릴 때까지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지만 이 여성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간의 일을 주마등처럼 회상했단다.


『그동안 아이를 돌보느라 아버지에게 소홀한 것이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쉽사리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왜 이리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지? 자녀가 있고 직장 일을 하니 남편이 가사의 대부분을 거들어도 육아는 거의 내 몫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더 찾기 때문이다. 가끔 아빠가 무능하시다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자라면서 하고 싶은 것을 절반도 말하지 않았지만 제대로 들어주시지 않아서 이담에 무능한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인간관계는 대화로 이루어지고 대화로 해결된다. 대화 없이는 관계도 없다.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고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침묵이 흐를 때 어색(語塞)하다고 한다. 말이 막혔다는 뜻이다. 공통의 주제가 없으면 어색하다. 그런데 말이 많고 넘쳐도 고통이다. 누구라도 말을 독차지하면 안 되기에 시간 제한까지 두는 곳이 있다. 말은 정해진 시간에 다 하는 것이 능력이고 기술이다. 목소리가 크다고, 들린다고 다 듣겠는가? 오히려 사람들은 보드라워야 귀를 연다. 내가 제일 못하는 일이지만 상대방이 편하게 말을 하도록 잘 들어주는 것도 대화의 기술이다.


영어에 나오는 듣는다거나 들린다는 hear와 listen이 어떻게 다른지 몰랐다. 그게 그건 줄 알았다. hear는 어떤 소리가 귀에 저절로 들어오거나 들리는 것이라면 listen은 귀담아 듣고 그 내용을 이해하려는 것 같다. Can you hear me?는 “내 말을 알아듣니?”보다는 “내 말 들려?” 하는 것이다. “잘 들어!” 하고 말할 때 “Listen carefully!” 또는 “Listen up!”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경청하세요!”라는 것이다.


부모형제나 친구, 동료들과 편하게 소곤소곤 이야기할 때는 talk라는 단어를 쓴다. 쌍방향이고 의견이 교환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이나 말을 키워 멀리 보내는 장치를 스피커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말하기의 기술이나 말하기가 스피킹이고 대화의 기술이나 대화는 토킹이다. 일방적인 말하기, 발표, 또는 언어 능력 그 자체를 강조하는 것이 스피킹이고 의견 교환 또는 대화의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 토킹이다. 둘 다 잘하면 좋겠지만 일상에서 주로 쓰는 대화는 감정을 표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토킹인 것이다.


멀리 사는 딸과는 이따금 1분이 되지 않는 대화를 나누곤 한다. “오냐…..” 내가 잘 쓰는 대답이다. 열 가지는 될 것 같은 오냐의 길이와 높낮이로 딸과의 대화를 다 한다. 목소리에는 감정이 드러난다. 내가 느긋한지, 건강한지, 아니면 짜증스러운지도 다 녹아 있다. 가끔은 감추려고 애쓰는 외로움이나 섭섭함이 들킬까 봐 태연한 척을 하기는 한다.

산야가 온통 울긋불긋하다. 어디를 가도 마음이 열리겠다. 가족이나 친구, 누구라도 함께 걸으면 말이 절로 나오겠다. 또 걸어야 건강에도 좋다. 어느 나라에서는 고맙다는 말을 하기 전에는 말을 말라고 가르친단다. 만나면 말하기보다 듣기를 해 보련다. 잘 들어주기만 해도 대화가 된다. “그럼”과 “그래?”면 될 것이다. 그 기사가 딸의 손을 잡고 행복하게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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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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