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0 개 273 에이다

# 산 속의 침묵

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마오리 전설에 따르면, 루아페후는 오래전부터 말을 아끼는 산, 그리고 가장 오래된 지혜의 정령으로 여겨졌다.


# 정령들의 어른

통가리로, 나우루호에, 타라나키 같은 산들이 사랑과 분노로 충돌하며 전설을 남겼을 때, 루아페후는 언제나 가만히 앉아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존재였다.


그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아니라, 늘 곁에서 바라보며 자연의 질서와 정령들의 흐름을 읽는 조용한 안내자였다.

마오리 장로들은 말한다.


“루아페후는 신의 눈이다. 그는 침묵 속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아무 말 없이 세상을 이해한다.”


# 영혼을 이끄는 길

전설에 따르면, 방황하는 영혼이 땅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루아페후의 정상이다.


그 곳엔 인간의 언어는 없고, 눈과 바람, 얼음과 돌이 만든 영혼의 언어만이 흐른다.


루아페후는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일부 마오리 부족은 조상의 뼈를 루아페후 쪽을 향해 묻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그 곳이 정령의 북극성이기 때문이다.


# 나만의 언어를 가진 산


통가리로가 전사라면, 루아페후는 철학자였다.


• 그는 눈으로 시간의 흐름을 측정했고,

• 바람의 방향으로 감정을 읽었으며,

• 얼음이 녹는 속도로 인간의 욕망을 보았다.


어느 해, 사람들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당신은 그렇게 고요한가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정상 부근의 화산호 위로 하얀 안개가 떠올랐고, 그 안개 속에는 조용히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숨어 있었다.


“말은 사라지지만, 침묵은 남는다.”


# 화산호의 눈물

루아페후 정상에는 Crater Lake(타푸포토 Lake, ‘신성한 호수’)가 있다. 그 호수는 늘 차가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하에서 열이 올라오는 뜨겁고 깊은 물이다.


마오리 전설에선 이 호수가 루아페후의 눈물이라 한다. 산은 말은 하지 않지만, 그 슬픔은 호수로 흘러 하늘을 비추고, 방문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 지혜를 구하는 이에게

오래전, 한 젊은 마오리 전사가 삶의 방향을 잃고 루아페후를 찾았다. 그는 말없이 며칠을 산자락에 앉아 눈을 바라보고, 침묵을 들으며,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루아페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안의 수 많은 말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진짜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그는 마을로 돌아가 장로가 되었고, 아이들에게 듣는 법, 기다리는 법, 말하지 않는 용기를 가르쳤다.


# 오늘날의 루아페후

지금도 루아페후 산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관광지이자, 스키와 등산, 사진 촬영의 명소다.


그러나 마오리 부족 Ngati Rangi와 Ngati Tuwharetoa에게 루아페후는 여전히 “마타우랑가(지혜)”의 정령이다. 그들은 말한다.


“산은 변하지 않았어. 다만,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을 뿐이지.”


# 전설이 남긴 것

루아페후의 전설은 화려한 전쟁이나 사랑이야기와는 다르다.


그것은 고요함의 가치, 시간과 기억의 깊이, 그리고 말보다 더 큰 울림을 가진 침묵의 힘을 가르쳐 준다.


그 산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 안의 혼란도 잠시 멈춘다. 왜냐하면, 루아페후는 지금도 묻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너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고 있는가?”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47 | 3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399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54 | 7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780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29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192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59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35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16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66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34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2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67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65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199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597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65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 더보기

욕심부리면 트리플 보기 – 과욕이 부르는 실패

댓글 0 | 조회 203 | 2026.03.10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마라… 더보기

수선과 복원의 예술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0
반복적인 힘(스트레스)이 가해져서 성… 더보기

지방간(脂肪肝, Fatty Liver)

댓글 0 | 조회 289 | 2026.03.07
웬만해선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간(… 더보기

2027 한국대학 전형별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405 | 2026.03.03
2026년도 한국대학 입시가 마무리되… 더보기

Biomed&Health Sci 개강 1주일차 체크리스트

댓글 0 | 조회 357 | 2026.02.27
지난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자녀의 공부, 어디까지 도와야 할까

댓글 0 | 조회 746 | 2026.02.26
자녀가 학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 더보기

외로움이 만드는 위험한 선택

댓글 0 | 조회 295 | 2026.02.25
— 고립, 멘탈헬스, 그리고 갬블링의… 더보기

봉평 장날에

댓글 0 | 조회 219 | 2026.02.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봉평 장터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