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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오래 치다 보면 한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된다.
“모든 상황에 하나의 클럽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바람의 방향, 거리, 잔디의 상태, 장애물의 위치 등은 매 홀마다 다르며, 그에 따라 우리는 다른 클럽을 꺼내든다. 드라이버는 멀리 보내야 할 때, 웨지는 정교하게 공을 띄울 때, 퍼터는 마지막 한 타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때 필요하다.
이처럼 골프는 철저히 ‘상황에 맞는 도구의 선택’이 좌우하는 경기다. 어떤 클럽이 더 비싸고 멋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 홀, 이 라이에서 가장 효과적인 클럽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이 진짜 골퍼의 실력이다.
이 원칙은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직업을 고를 때, 인간관계를 정리할 때, 자녀를 대할 때, 삶의 전환점을 맞을 때. 그때마다 우리는 자신에게 맞는 전략과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누군가는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누군가는 멈춰야 할 순간에 밀어붙이다 더 깊은 문제를 만든다.
인생에서의 ‘도구’란 꼭 물질적인 것을 말하는 건 아니다. 때로는 용기, 때로는 인내, 때로는 침묵, 그리고 때로는 도움 요청하는 태도가 인생이라는 필드에서 필요한 클럽이 된다. 문제는, 우리는 자주 익숙한 한 가지 방식에만 의존하려 한다는 것이다. 마치 드라이버 하나로 티샷부터 퍼팅까지 하려는 초보 골퍼처럼.
내가 이민 초기 겪었던 수많은 어려움도 결국 ‘도구 선택의 미숙’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일할 때는 힘으로 버텼고, 관계에서는 침묵으로 모든 걸 넘기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배웠다. 때로는 말을 해야 하고, 때로는 한발 물러나야 하며, 때로는 다른 이의 손을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좋은 골퍼는 자신의 모든 클럽의 특징을 알고 있다. 거리를 계산하고, 경사를 읽고, 상황을 판단해 그에 맞는 클럽을 선택한다. 인생도 그렇다. 감정의 기복, 인간관계의 충돌, 기회의 문 앞에서 우리는 늘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어떤 도구를 꺼내 드는가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모든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엔 낮은 탄도의 클럽이 필요하고, 짧지만 민감한 거리엔 가벼운 터치가 중요하다. 인생도 어떤 날은 밀어붙이고, 어떤 날은 기다려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이 나와 가장 맞는가를 알아채는 눈이다.
골프백에는 다양한 클럽이 있고, 인생에도 다양한 능력과 감정, 선택지가 있다. 우리는 그중에서 매 순간, 가장 적절한 것을 골라들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