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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자동차 보험의 구조와 ‘무사고자’에게도 인상이 오는 이유
“나는 사고도 안 냈고, 클레임 한 번 한 적도 없는데… 보험료가 또 올랐네?”
아마 많은 교민분들이 매년 갱신 통지서를 받을 때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운전 습관도 조심스럽고, 차도 멀쩡한데 왜 보험료만 계속 오를까요?
공동 위험 분담의 원리 — 보험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계산된다.
자동차 보험의 기본 구조는 공동 위험 분담(Pooling)입니다.
보험사는 개별 고객만 보는 것이 아니라, 뉴질랜드 전체 운전자들의 사고율, 평균 수리비, 자연재해 비용, 재보험료, 운영비 등을 모두 합쳐 전체 요율을 정합니다.
예를 들어 100명이 자동차 보험에 가입했고 그중 5명이 사고를 낸다면, 보험사는 그 5명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비용을 100명 모두가 낸 보험료로 충당합니다.
이렇게 해서 리스크를 평균화합니다.
즉, 내가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사고율이 높아지거나, 한 번의 사고당 수리비가 비싸지면 내 보험료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은 일종의 리스크 공동 펀드이기 때문입니다.
수리비 급등 — 단순 범퍼 교체가 이제는 센서 교체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배터리 및 주요 부품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또한 요즘 자동차들은 대부분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를 기본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사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예전에는 범퍼를 긁으면 단순 도색이나 교체로 끝났지만, 이제는 그 안에 카메라, 레이더, 센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작은 접촉사고라도 부품 교체와 캘리브레이션(정렬) 비용이 더해져 한 번 수리비가 5,000~10,000달러를 넘는 경우가 흔합니다.
결국 사고 한 건당 보험금 지급액이 커지고, 그 부담이 전체 가입자에게 나눠집니다.
부품값•인건비•운송비의 동시 상승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물류비와 환율, 인건비가 동시에 올랐습니다.
뉴질랜드는 부품의 거의 전량을 일본, 한국, 유럽 등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운송비와 부품 단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페인트, 플라스틱, 전자부품은 평균 20~30% 이상 인상됐고, 수리소의 인건비 또한 물가 상승률에 맞춰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 모든 비용이 결국 보험사의 지출 증가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으로 반영됩니다.
자연재해 손해보상 이후에도 이익이 나는 구조
2023년 오클랜드 홍수와 사이클론 Gabrielle 이후, 수십만 건의 차량 피해가 접수되며 사상 최대 규모의 보험금이 지급됐습니다.
그런데도 뉴질랜드 최대 보험그룹인 IAG(AMI, State, NZI, Lumley 등)는 그 모든 보상을 마친 뒤에도 약 18억 뉴질랜드 달러(1.8 billion NZD)의 보험이익(Insurance Profit)을 기록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순이익이 아니라 보험 영업으로 발생한 실질 이익을 의미합니다.
대규모 재해를 겪고도 이익을 낸다는 것은 보험료 인상이 단순히 적자 보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보험료는 리스크 관리와 이익 유지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인 셈입니다.
무사고 할인(No Claim Bonus)의 한계
물론 무사고자에게는 일부 할인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전체 요율이 오르면 그 혜택은 바로 상쇄됩니다.
예를 들어 10% 할인을 받더라도, 전체 보험료가 15% 인상되면 결국 보험료는 여전히 올라 있는 셈입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보험료 인상 자체를 막기는 어렵지만, 다음 세 가지는 매년 꼭 점검해볼 만합니다.
보험사별 Premium 비교 – 갱신 전 타사 견적을 꼭 받아보기
보장 옵션 점검 – Glass Cover, Hire Car Option 등 생활 패턴에 맞게 조정
Premium Review 요청 –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은 일정 조정 여지를 가지고 있음
특히 몇 년째 같은 보험사를 이용 중이라면, 전화 한 통으로 Premium Review를 요청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일정 부분 보험료 조정이 가능합니다.
나 혼자 잘해도, 시스템은 움직인다
보험은 결국 개인의 운전 습관보다 집단의 통계 구조가 더 크게 작용하는 제도입니다.
사고가 없어도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면 보험료는 오릅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 구조를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관리할 때, 그 안에서도 최대한 유리한 포지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험은 자동 갱신 상품이 아니라, 매년 협상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