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털링 실버 (Sterling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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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털링 실버 (Sterling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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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동으로 나누는 메달은 아시다시피 은메달이 2등이다. 은(銀)은 눈부시지 않고 은은하다. 깨끗하고 깔끔하다. 은수저, 은장도, 은하수가 떠오른다. 은수저를 사용하는 이유는 독이 든 음식을 감별하는 기능이 있어서다. 은이 유황화합물과 같은 독극물에 닿으면 표면이 검은색으로 바뀐다. 그래서 임금님의 수라상에 은수저를 썼다. 은은 또 그 자체로 세균과 바이러스의 번식을 막는 뛰어난 항균성이 있다.


부(富)를 상징하는 것으로 금수저를 들지만, 원래는 은수저(silver spoon)였다. 그래서 영어에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이 있다. 은장도(銀粧刀)는 칼집이나 손잡이 등 칼의 일부 혹은 전체를 은으로 장식한 작은 칼이다. 주로 노리개처럼 허리춤에 차거나 옷고름에 달고 다녔으니, 그 자체로 장신구가 된다. 가난하면 가질 수 없었으니 부와 신분의 상징인 셈이다. 은장도는 호신용 무기이자, 정절(貞節)과 순결을 지키는 수단으로도 지녔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라는 시조가 있다. 은한(銀漢)은 밤하늘에 흐르는 별들의 강, 즉 은하수(銀河水)를 뜻한다. 은한의 ‘한’은 한강(漢江)의 ‘한’이다. 배꽃이 핀 한밤중에 (잠은 안 오고) 하늘을 보니 은하수가 반짝인다. 그 은하수에 비친 배꽃은 무슨 말로, 어떻게 아름답다고 표현할까? 이런 밤에 함께하면 좋을 사람이 어찌 그립지 않겠는가. 배꽃은 수수하고도 은은하게 아름답다.


유타주의 고산 도시 파크시티는 10월부터 내린 눈이 4월까지 간다. 1860년대 후반, 은광이 발견된 이후 번성했던 이 광산 도시는 이제 스키 리조트 타운으로 변했다. 온 산이 스키장과 리조텔로 바뀌었다. 은광으로 먹고 살다가 채산성이 맞지 않아 1982년에 폐광했고, 이제는 스키장 안에 흔적만 보존하고 있다. 이곳에서 마흔 해를 넘긴 선댄스 영화제도 2027년 1월, 제43회 영화제부터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개최된다. 선댄스 영화제를 만든 로버트 레드포드도 세월을 이기지 못했다. 지난 9월 16일, 89세로 영면에 들었다. 그래도 그는 이름을 남겼다.


파크시티는 과거의 광산 역사를 도시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존하고 있다. 스키장 곳곳에 “실버 킹 샤프트 하우스(Silver King Shaft House)”와 같은 오래된 광산 건물, 광산 갱도 입구, 광석 운반용 트램웨이 타워 등의 산업 유적들이 남아 있다. 박물관에서는 광산과 스키 역사를 전시하고 있으며, 스키를 타면서 광산 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는 “실버 투 슬로프(Silver to Slopes)”라는 스키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항균과 살균 작용을 하는 은은 은단(銀丹)으로 입속을 깨끗하게 하고, 야전에서는 은 나노로 만든 필터로 물을 걸러 마시기도 한다. 금 다음으로 뛰어난 전연성(展延性; 얇게 펴지고 늘어나는 성질) 때문에 반지, 목걸이, 식기, 악기, 장식품 등 보석 및 공예품 제작에 널리 사용되었고, 돈(은화)으로도 만들어 썼다. 이런 가공에 쓰이는 스털링 실버(Sterling Silver)는 고급 은 제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합금으로, 은 92.5%와 다른 금속(주로 구리) 7.5%로 만든다. 구리는 은의 강도를 높이고 내구성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와인으로 유명한 나파밸리의 캘리스토가(Calistoga)에는 “스털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라는 포도주 양조장, 즉 와이너리(winery)가 있다. 스키장 오르듯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야 하지만, 얕은 언덕 위에 있는 지중해풍의 하얀 건물은 걸어서 올라가도 좋을 만큼의 높이다. 빠지면 못 나올 큰 오크통 속에 잠자는 와인의 숨소리를 들으며 둘러본다. 나파밸리를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유리잔 하나를 사면 5회의 시음을 할 수 있는데, 취하고 말았다.


‘야무진 은’을 뜻하는 스털링(sterling)은 ‘순은처럼 빛나고, 진짜이며, 가치 있다’는 의미다. 그전에도 와이너리가 있었지만, 1964년에 프랑스의 보르도 와인, 특히 메독(Medoc) 지역의 샤토(Chateau)처럼 품질 좋은 포도주를 이곳에서 만들어 보겠다는 의욕으로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스털링’이라 명명했단다. 빛나고 가치 있는 일을 했다. 나파밸리를 온 세상에 드높였다.


산전수전을 겪고 지혜가 들어차면 희끗해지는 머리카락이 실버다. 능력 있는 이 실버들이 세상을 인도하고, 이들이 있어 실버산업이 번창한다. 내가 골드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이 들면 되는 실버 말고, 알이 들어찬 실버, 어둠 속에서도 은은히 빛이 나는 ‘스털링 실버’로 나고 싶다.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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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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