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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aching the Basics Brilliantly가 던지는 메시지
뉴질랜드 교육부는 2025년 10월 16일, Teaching the Basics Brilliantly(기초학력 강화 정책)의 최신 업데이트를 발표했는데, 2026년부터 새로운 평가체계(SMART, Phonics Check 등)를 도입하고, 2030년까지 Year 8 학생의 80%가 읽기, 쓰기, 수학에서 학년 수준 이상을 달성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커리큘럼을 재정비하고, 교사들이 일관된 교수법과 공통 평가 기준 아래에서 학생의 성취를 모니터링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조치는 언뜻 보면 과거로의 회귀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는 뉴질랜드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라는 심각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뉴질랜드는 혁신적 학습 환경(ILE), 학생 주도 학습, 탐구 중심 수업 등 새로운 교육 모델을 적극 도입해왔다. 그러나 OECD PISA 결과와 국내 학력 평가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읽기와 수학 성취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의 격차가 심화되었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탐구나 창의적 활동을 시도하기 전에, 정작 기초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토로하는 것이 현실이다.
Teaching the Basics Brilliantly는 단순히 기초로 돌아가자는 구호가 아니라 ‘학습과학(Science of Learning)’에 근거해 지식 중심 커리큘럼을 재구성하고, 교사의 전문성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결합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2026년부터는 Year 3~8 학생 전원이 연 2회 읽기, 쓰기, 수학 성취를 표준화 도구로 평가받게 되며, ‘SMART(Student Monitoring, Assessment and Reporting Tool)’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이를 지원한다. 학생의 학습 궤적을 정량적으로 추적해 조기 개입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발표는 곧바로 교육 현장의 반발을 불러왔다.
정책이 공개된 직후, 전국의 650여 명 교장들이 공동서한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들은 변화의 속도와 범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교육부 장관에게 정책 시행의 속도 조정 또는 유예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새 평가체계와 SMART 도입이 충분한 지원 없이 일괄 시행될 경우,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 전문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교장단은 “too much, too fast(너무 많고, 너무 빠르다)”는 표현으로 정책 추진의 속도가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교육이 오랫동안 지켜온 학교 자율성과 국가의 책임성 사이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된 셈이다.
이런 반발은 교육 정책과 교육 현장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정책이 제시하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학교가 그 변화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방식을 조율하는 일은 지금 뉴질랜드 교육에서 가장 현실적인 과제이다.
결국 이번 변화는 후퇴가 아니라 재정립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를 다시, 그리고 더 정교하게 세우려는 시도이다.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되, 권위주의가 아니라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한 전문성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다. 이는 암기식 교육으로의 회귀가 아니라, 학습과학에 기반한 체계적인 기초교육의 복원으로 볼 수 있다.
뉴질랜드 교육은 창의와 기초 사이의 균형을 다시 모색하는 시점에 서 있다. 기초를 다시 세우는 일은 어쩌면 혁신보다 더 어려울 지 모른다. 그러나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읽고, 쓰고,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단단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바로 그 출발선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인 것이다.
전정훈 원장
Edu-Kingdom College, North Shore
newcan119@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