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깃든 천년고찰에서 찰나의 호흡으로 마음 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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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깃든 천년고찰에서 찰나의 호흡으로 마음 관하다

0 개 186 템플스테이

대구 동화사 ‘一心(일심)’我(아)! 선명상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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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발등을 왼쪽 허벅지 위로 올리세요. 오른쪽 무릎 아래를 좌복에 지긋이 붙이면서 허리를 한번 쭉 펴보시고요. 허벅지가 납작해졌나요? 좋습니다. 이번에는 왼발을 편하게 잡고 발등이 오른쪽 허벅지 위로 가도록 올려보세요.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발바닥은 위를 향해 있고 무릎은 아래로 향하고 있나요? 이 자세가 바로 결가부좌입니다. 허리가 저절로 펴지는 느낌이죠?”


대구 동화사 템플스테이 교육관이 진지한 열기로 가득하다. 지도법사 범준 스님이 좌선의 기본 자세인 결가부좌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스님의 시범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자세를 좌복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세를 잡아나간다. 서툴지만 열심인 참가자들을 바라보는 범준 스님의 시선이 다정하면서도 예리하다.


“좀 익숙하지 않은 자세죠? 허리를 세운 채로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흔들 움직이면서 자세를 잡아보세요. 엉덩이 부분의 좌복을 조금 접어서, 엉덩이를 걸친다는 느낌으로 앉으세요. 조금 편하실 겁니다. 그래도 결가부좌가 정 힘든 분들은 한쪽 발만 올리는 반가부좌를 하시면 됩니다.”


동화사 ‘一心(일심)’我(아)! 선명상 템플스테이는 기초부터 확실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호응이 유독 높다. 명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도 “스님의 지도를 받으니 자세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알고 교정할수 있었다”라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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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모양이 잘 잡혔으면, 이제 허리를 앞으로 내렸다가 배꼽을 들어 올리는 느낌으로 머리부터 쭉 세워보세요. 허리 뒤가 살짝 들어가는 느낌이 있죠? 이렇게 척추가 펴지는 느낌이 있어야, 상체와 하체가 자연스럽게 순환이 되어서 다리 저림이 좀 덜합니다.”


허리에 이어 목과 머리, 눈과 손까지 좌선의 기본자세를 배우는 시간만 15분 가량. 처음 선명상을 접하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선의 기본을 알려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참가자 모두가 자세를 정비한 모습을 확인한 스님이 죽비를 들어 내려쳤다.


“탁! 탁! 탁!”


죽비 세 번에 교육관에 적막이 찾아든다. 무더위에도 활짝 열어둔 문으로 가만가만 바람이 드나든다. 얕은 숨소리까지 귓가에 맴돌 정도로 고요한 가운데,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다.


배꼽 근처 단전에 두 손으로 만든 ‘선정인(禪定印)’의 수인, 눈을 완전히 감지 않고 아래로 내리뜬 반안(半眼)에도 조금씩 익숙해진다. ‘나는 누구인가’ 를 곱씹다 보니, 훌쩍 1시간이 지났다. 좌복을 정리하고 교육관에서 나온 참가자들이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미소를 나눈다. 잠시 담소를 나눈 뒤 각자 방사로 향하는 하루, 일상에서는 흔하지 않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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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 자락에 안긴 동화사의 템플스테이 도량은 본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탁 트인 하늘을 벗 삼은 나무들이 감싸 안고 있는 듯 아늑한 공간이다. 법당을 겸한 교육관과 템플스테이 사무공간이 나란히 이어진 아래로, 두 채의 목조건물에 참가자들의 숙소로 활용되는 방사들이 자리했다. 전각을 이룬 맑은 색의 나뭇결이 정갈하면서도 주변환경과 어우러져 고즈넉함을 더한다. 여유롭게 도량을 산책하던 참가자들이 다시 교육관에 모였다. 교육관 한 켠에는 스님들이 참가자들과의 차담을 위해 마련해 둔 작은 공간이 있다.


차담은 자연히 선명상 체험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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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상이 처음이라는 한 참가자는 “시간이 멈춘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앉았을 때는 모든것이 낯설고 잡생각이 일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며 “그런데 점점 시간의 흐름이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까지 내게 집중했던 순간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될 정도로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미소로 듣던 대온 스님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시간을 내어 좌선하라”고 당부하며 “잡생각이 올라올 때는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면서, 큰 숨을 세 번 정도 쉰 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돌아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선명상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성성(惺惺), 적적(寂寂)입니다. 고요한 가운데 깨어있는 거죠.


고요함 속에서 눈을 완전히 감으면 혼탁함이 쉽게 몰려오기 때문에, 깨어있음을 유지하기 위해 아래로 내리뜬 반안을 기본자세로 해요. 잡생각이 일어 흩어져도 이를 알아차리고 돌아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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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참가자는 남방불교 계열의 명상을 수행해 온 경험자다. 20여 년을 쉼 없이 일하다 번아웃으로 휴직을 한 후 동화사를 찾았다. 한 달 장기로 머물며 선명상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는 그는 “스님들에게 선명상의 자세와 호흡법, 마음가짐과 흐트러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항상 주변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에게 휩쓸리며 살아왔는데, 이곳에서 비로소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됐다. 다시 복직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느끼는 동화사에서의 2박 3일은 대단히 고요하고 정적이지만 동시에 활력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선명상을 통해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바쁜 삶에 치여 돌아보지 못했던 마음을 찬찬히 살피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템플스테이 일정을 마무리하고 도량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이 더없이 밝다.


■ 대구 동화사

   대구광역시 동구 동화사1길 1

   053)980-7900 ㅣ http://donghwasa.net


■ 출처: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매거진(vol.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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