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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에 따르면 부모님을 여의는 슬픔은 천붕지통(天崩之痛), 즉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큰 슬픔으로 여겨집니다. 그 자체로도 큰 슬픔인데, 부모님의 유산 상속과 관련하여 문제까지 생긴다면 스트레스가 가중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그런 일이 발생하지 말아야 하고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 필자의 경우 유산 상속 관련된 일도 종종 맡으면서 우리 주변에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유산상속과 관련된 다양한 민사소송의 사례연구를 해보려고 합니다.
첫째, 유언장(Will)을 작성하지 않았는데 사망시점에 같이 살던 배우자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Administration Act 1969 (유언검인 및 집행법) 77조 및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재산분할법)이 동시에 적용이 될 겁니다.
유언검인 법 상으로 배우자와 자식이 모두 있는 경우는 (1) 배우자에게 모든 동산 (가구 등 – 부동산 및 현금 제외) 및 특정금액 (현재기준으로는 $155,000)이 먼저 주어지고, 그 나머지에 1/3까지 주어지고, (2) 자식들에게는 2/3가 균등분배 될 것입니다.
재산분할 법 상으로는 배우자가 절반을 클레임 할 수 있구요. 이 경우 배우자는 각각 법에서 어느정도를 받을 수 있는지 비교를 한 다음에 보통 사망으로부터 6개월 내에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을 하지 않으면 유언검인 법이 자동으로 적용이 되구요. 보통 “특정금액”의 존재 때문에 유산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유언검인법이 유리해지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4명의 자녀를 가진 A라는 사람이 $30,000짜리 가구등의 동산, 그리고 $900,000 짜리 집을 소유한 채로 사망을 했다면, 유언검인 법을 따르면 그 집에 있었던 모든 가구 등의 물품이 먼저 배우자에게 전달되고 ($30,000), 집은 아무래도 판매될 것이며, 판매금액의 $155,000도 배우자에게 먼저 전달됩니다. 그 후에 남은금액의 1/3인 $248,333이 추가로 배우자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총합 $433,333). 자녀 네명은 집에서 남은금액 $496,667을 네명이서 갖게 됩니다.
만약 재산분할 법을 선택하면 총 $930,000 중에서 절반 ($465,000)을 받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서, 만약에 배우자가 자녀들의 생부 혹은 생모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그 배우자분이 돌아가시고 나면 자녀들이 또 유산상속을 할테니깐요. 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자녀들과 소위 “새엄마”, “새아빠” 즉 부모가 재혼한 배우자 사이에서 생깁니다. 특히 새로 결혼을 사이이면 또 문제가 적은데, 사실혼 (de facto) 관계인 경우 자녀들이 많은 경우 사실혼 관계를 부정하는 일이 생길겁니다. 기존 칼럼에서 수차례 다루었듯이 사실혼이 인정되는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복잡하니깐요. 그 경우 사망한 사람은 증인이 될 수 없으니 남은 사람끼리 사실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다퉈야 하는 조금은 안타까운 일이 종종 있습니다.
둘째, 유언장을 작성하였고, 사망시점에 같이 살던 배우자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유언장의 조항들 및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재산분할법)이 동시에 적용이 될 겁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배우자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만약에 유언장 상에 절반보다 많이 받도록 되어있으면 당연히 재산분할법을 선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 배우자와 평생 살고 그 배우자 사이에서만 자녀를 둔 경우, 대부분 “내 배우자에게 다 물려준다”는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유언장에서 이름이 빠졌거나 절반보다 적게 지급이 되는경우, 그냥 재산분할법을 선택해서 절반을 택하면 됩니다.
셋째, 유언장을 작성하였는데, 자녀들의 이름이 아예 빠졌거나 아니면 자녀들 사이에서 균등분배를 받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 Family Protection Act 1955에 의거하여 부모가 소위 “유지보수 지원” (maintenance and support) 의무를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겁니다.
이 경우 법원에서는 살아생전 부모와 해당되는 자녀 사이의 관계, 살아생전 지원한 금액, 해당자녀의 현재 재산규모, 전체 유산 규모, 그리고 다른사람들에게 가는 피해 등을 고려하여 추가로 돈을 지불하라고 할 수도 있는 재량이 있습니다. 옛날 한국에서는 장남에게만 대부분 유산을 물려주는 관습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경우 많이 해당이 될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균등분배는 아니고, 꼭 필요한 정도로만 정도껏 합니다.
제 경험에 허구를 더하면, B라는 사람이 $400,000을 남기고 사망했는데, 유언에 따르면 막내아들은 $10,000만 받고, 큰 아들 둘은 각각 1/3씩 받고, 딸은 1/6, 딸손주가 1/6 이렇게 받는다고 해봅시다. 큰 아들 둘은 각각 $130,000씩 받는데, 막내아들은 고작 $10,000 받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누나를 꼬셔서 같이 소송을 했습니다. 하지만 막내아들에게 마약문제가 있어서, 큰 돈이 가면 헛되이 쓰고 심지어 남용으로 죽음이 염려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로 끝났고, 처음부터 자녀 네명이 1/4씩 공평히 받는것까지는 처음부터 바라지도 않았고 큰 아들 두명 몫에서 $50,000를 떼서 추가로 받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막내아들의 어머니 (하지만 진작 별거해서 유산 상속은 없었습니다)가 돈을 관리하기로 해주었구요.
또 다른 경험에 허구를 더하면, C라는 사람이 $460,000짜리 집 (플러스 $60,000 모기지), 그리고 $160,000짜리 집 두채를 남기고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유언에 따르면 큰딸이 $460,000 집과 모기지를 수령하도록 되어있고, 큰 딸을 포함한 네 자녀가 $160,000짜리 집을 다시 나눠가지라고 했습니다. 즉 큰 딸은 $400,000 가치의 첫번째 집에다가, 두번째 집에서도 $40,000 현금을 받게 생겼습니다. 아들 중 하나가 문제제기를 했는데, 재판 결과 아들은 아버지 살아 생전에 $60,000을 대출받아서 집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즉 그 아들이 받는 금액은 총 $100,000이나 다름이 없었지요.
그래도 차이가 컸는데, 법원에서는 결국 아들의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병 든 아버지를 큰 딸만 집에 남아 평생 수발했고 (다른 자녀들은 수십년전부터 다 타지로 나갔음), 현재는 본인이 아파서 거동도 못하고 연금만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대로 신청을 했던 아들은 아버지덕에 비슷한 가치의 집도 가지고 있었고, 번듯한 직장도 있었습니다. 법원에서는 “아들에 대한 유지보수는 할만큼 했다. 큰 딸한테 가장 큰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논지로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넷째,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살아 생전에 유산을 상속하기로 약속했는데 유언장에서 빠진 경우입니다. 이 경우 Law Reform (Testamentary Promises) Act 1949이 적용이 됩니다.
독자분들께는 이런 다툼이 아예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일어난다면 어떻게 분쟁이 흘러갈지 예견하여 조기에 합의를 해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그런 칼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