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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과 공생

0 개 234 조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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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parasite)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상을 많이 받은 이 영화는 반지하를 지상으로 들어 올렸다. 지상도 지하도 아니지만, 지상은 아닌 것이 반지하다. 또 부자와 빈자가 처음으로 가까워졌을 때 드러나는 차이가 냄새라고 하였다. 냄새는 여유와 관련된 차이다. 먹는 것과 입는 것, 씻는 것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냄새가 삶의 방식, 환경, 처지를 드러낸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을 일이 거의 없기에 그들의 냄새는 아주 다르다.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냄새라 하는데, 맡기에 좋은 것은 향기고 거슬리는 것은 악취다. 누구에게서 어떤 냄새가 더 날까?


내가 어릴 때는 기생충이 많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거의 모두가 회충이 있었다. 요충과 편충, 디스토마도 있었다. 먹는 것도 변변치 않은데 기생충에게 영양을 빼앗겨 영양실조를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뱃속에 회충이 너무 많아 배가 아파 고통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기생충이 많은 이유는 화장실의 변을 거름으로 쓰고, 그렇게 기른 채소를 깨끗이 씻지도 않고 날로 쌈을 싸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양 보충을 한다고 개천이나 강에서 잡은 고기를 날로 먹기도 했다. 그때엔 디스토마 약이 잘 듣지 않아서 걸리면 위험한 병이었다.


학교에서 일괄 나누어 주던 회충약, ‘산토닌’이 기억난다. 자고 나서 아침을 굶고 이 약을 거의 한 움큼이나 물과 함께 삼켜야 했다. 역겨운 냄새가 났다. 파리와 모기도 많아 살기가 편치 않았다. 밭에 채소를 심고 기르려면 벌레가 다 뜯어 먹으니 그때 나온 살충제가 DDT라고 있었다. 이어 나온 것이 BHC라고 기억나는데, 놀랍고도 무서운 가루약이어서 간혹 사람들이 먹고 죽기도 했다.


심심해서 돈을 들여 정원에 판자로 틀을 짜고 거름흙과 부엽토, 비료를 사다 붓고 씨앗과 모종을 사다 심었다. 장에서 사다 먹는 것보다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심고 가꾸는 재미로 한 것이다. 씨앗은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제자리에서 자라는 호박, 주키니가 싹을 틔우더니 잘 자랐다. 얼마나 반가운지 매일 나가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즐겼다. 어느 날 좀 시들해 보여서 살펴보니 벌레들이 새순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 벌레들을 잡아냈다. 그런데도 또 이상해서 보니 다른 벌레가 줄기에 들어가서 진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잡지? 어떻게 알고 왔을까? 씨앗에 벌레의 알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니 흙에 있었던가?


정원수로 많이 쓰는 오크(Oak) 나무가 이상해서 보니 어떤 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고치를 만들었다. 마치 누에고치 같다. 겨울을 나면 이 고치에서 번데기가 나방이 되어 나오고, 나방은 수많은 알을 낳을 것이다. 알에서 깨어난 벌레들이 또 잎을 갉아 먹을 것이고, 그러면 나무들이 어떻게 제대로 자라겠는가? 고치를 따서 없애버릴까 하다가 두고 본다. 나방이나 벌레가 새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새들이 이들을 잡아먹고 살고, 똥을 누면 또 풀과 나무에 거름이 되는 것이다. 기생충은 필요악일까?


군에서 단체정신(team spirit)을 기르려고 목봉체조를 시킨다. 요령을 피우고 잔꾀를 부리면 동료들이 힘들고 지친다. 이것도 기생이다. ‘팀스프릿’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와 함께했던 훈련의 이름이기도 하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데, 손발을 맞추고 눈빛만 보아도 알아차리고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팀스피릿이다. 엄호하는 동료를 믿어야 내가 적진으로 돌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는 대체로 80-20 법칙이 들어맞는다. 조직에서 20% 정도만 열심히 일하는데, 이들은 꼭 필요하다. 제 밥값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잘하는 사람들을 비방하고, 일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아 챙기려는 사람들이 문제 아닌가?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살아남으려면 품질과 서비스,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가격은 원가 절감으로 낮추지만, 불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이 있다. 로봇 같은 기계로 바꾸고 무인화, 자동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선 기업은 디지털화된 업무에 AI를 적용해 자동화와 예측, 최적화를 실현하는 AX(AI Transformation)로 가고 있다. 이것이 추세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이런 일에 게을리하고, 반대하거나 심지어 방해하면서 임금과 보너스를 더 챙기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면 기생충이다. 기업은 기술혁신과 연구개발을 아끼지 말고 성과는 고루 나누어야 한다. 적당히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절박한 현실이다. 그런데 너무 빨아먹어 숙주(宿主)가 죽으면 기생충도 굶어 죽게 된다. 세상은 기생이 아니라 공생이다.


* 출처 : FRANCE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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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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