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과 공생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기생과 공생

0 개 290 조기조

bb18e1f9c481e90416ccdcf8e35e1a55_1757455373_6773.png
 

기생충(parasite)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상을 많이 받은 이 영화는 반지하를 지상으로 들어 올렸다. 지상도 지하도 아니지만, 지상은 아닌 것이 반지하다. 또 부자와 빈자가 처음으로 가까워졌을 때 드러나는 차이가 냄새라고 하였다. 냄새는 여유와 관련된 차이다. 먹는 것과 입는 것, 씻는 것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냄새가 삶의 방식, 환경, 처지를 드러낸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을 일이 거의 없기에 그들의 냄새는 아주 다르다.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냄새라 하는데, 맡기에 좋은 것은 향기고 거슬리는 것은 악취다. 누구에게서 어떤 냄새가 더 날까?


내가 어릴 때는 기생충이 많았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거의 모두가 회충이 있었다. 요충과 편충, 디스토마도 있었다. 먹는 것도 변변치 않은데 기생충에게 영양을 빼앗겨 영양실조를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뱃속에 회충이 너무 많아 배가 아파 고통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기생충이 많은 이유는 화장실의 변을 거름으로 쓰고, 그렇게 기른 채소를 깨끗이 씻지도 않고 날로 쌈을 싸 먹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영양 보충을 한다고 개천이나 강에서 잡은 고기를 날로 먹기도 했다. 그때엔 디스토마 약이 잘 듣지 않아서 걸리면 위험한 병이었다.


학교에서 일괄 나누어 주던 회충약, ‘산토닌’이 기억난다. 자고 나서 아침을 굶고 이 약을 거의 한 움큼이나 물과 함께 삼켜야 했다. 역겨운 냄새가 났다. 파리와 모기도 많아 살기가 편치 않았다. 밭에 채소를 심고 기르려면 벌레가 다 뜯어 먹으니 그때 나온 살충제가 DDT라고 있었다. 이어 나온 것이 BHC라고 기억나는데, 놀랍고도 무서운 가루약이어서 간혹 사람들이 먹고 죽기도 했다.


심심해서 돈을 들여 정원에 판자로 틀을 짜고 거름흙과 부엽토, 비료를 사다 붓고 씨앗과 모종을 사다 심었다. 장에서 사다 먹는 것보다 아주 비효율적인 일이지만, 심고 가꾸는 재미로 한 것이다. 씨앗은 잘 나지 않았다. 그런데 제자리에서 자라는 호박, 주키니가 싹을 틔우더니 잘 자랐다. 얼마나 반가운지 매일 나가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즐겼다. 어느 날 좀 시들해 보여서 살펴보니 벌레들이 새순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 벌레들을 잡아냈다. 그런데도 또 이상해서 보니 다른 벌레가 줄기에 들어가서 진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잡지? 어떻게 알고 왔을까? 씨앗에 벌레의 알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니 흙에 있었던가?


정원수로 많이 쓰는 오크(Oak) 나무가 이상해서 보니 어떤 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고치를 만들었다. 마치 누에고치 같다. 겨울을 나면 이 고치에서 번데기가 나방이 되어 나오고, 나방은 수많은 알을 낳을 것이다. 알에서 깨어난 벌레들이 또 잎을 갉아 먹을 것이고, 그러면 나무들이 어떻게 제대로 자라겠는가? 고치를 따서 없애버릴까 하다가 두고 본다. 나방이나 벌레가 새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새들이 이들을 잡아먹고 살고, 똥을 누면 또 풀과 나무에 거름이 되는 것이다. 기생충은 필요악일까?


군에서 단체정신(team spirit)을 기르려고 목봉체조를 시킨다. 요령을 피우고 잔꾀를 부리면 동료들이 힘들고 지친다. 이것도 기생이다. ‘팀스프릿’은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미 해병대와 함께했던 훈련의 이름이기도 하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데, 손발을 맞추고 눈빛만 보아도 알아차리고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팀스피릿이다. 엄호하는 동료를 믿어야 내가 적진으로 돌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세상에는 대체로 80-20 법칙이 들어맞는다. 조직에서 20% 정도만 열심히 일하는데, 이들은 꼭 필요하다. 제 밥값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잘하는 사람들을 비방하고, 일한 것보다 더 많이 받아 챙기려는 사람들이 문제 아닌가?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었다. 살아남으려면 품질과 서비스,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가격은 원가 절감으로 낮추지만, 불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경쟁력이 있다. 로봇 같은 기계로 바꾸고 무인화, 자동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앞선 기업은 디지털화된 업무에 AI를 적용해 자동화와 예측, 최적화를 실현하는 AX(AI Transformation)로 가고 있다. 이것이 추세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이런 일에 게을리하고, 반대하거나 심지어 방해하면서 임금과 보너스를 더 챙기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있다면 기생충이다. 기업은 기술혁신과 연구개발을 아끼지 말고 성과는 고루 나누어야 한다. 적당히 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절박한 현실이다. 그런데 너무 빨아먹어 숙주(宿主)가 죽으면 기생충도 굶어 죽게 된다. 세상은 기생이 아니라 공생이다.


* 출처 : FRANCEZONE


bb18e1f9c481e90416ccdcf8e35e1a55_1757455356_7211.jpg
 
■ 조 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 ‘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20 | 1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52 | 1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07 | 3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19 | 7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1 | 9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01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0 | 9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38 | 9일전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86 | 9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4 | 9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3 | 9일전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66 | 9일전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5 | 9일전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4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5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7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3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25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6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3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88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7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4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

어떤 전쟁

댓글 0 | 조회 239 | 2026.01.14
아침마다 의식처럼, 볕이 쏟아지는 툇…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