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지 않는 한국의 청년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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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지 않는 한국의 청년들, 그 이유를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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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저는 며칠 전에 루마니아의 클류즈에서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젠더 의식, 젠더 관계의 역사에 대해 특강한 적이 있었습니다. 특강의 끝에 최근의 출산율의 극단적 저하, 즉 한국이 세계 최저의 초저출산율을 기록한 나라가 됐다는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바로 이 부분에 대해 학생들이 질의시간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고안하여 계획적으로 실시해 왔는데, 왜 아무런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아마도 한국학을 배우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도 궁금해 하는 대목일 것입니다.


​저는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론>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본론>에서는 노동자들의 절대적 및 상대적 빈곤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많은 마르크스주의 비판자들이 상대적 빈곤화 이론을 “1840년대 이전의 현실만을 반영한”, 이미 철지난 이야기로 일축하곤 하는데, 미국 제조업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임금 지수를 보면 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1949년이 100이라고 치면 1973년, 즉 전후 황금기의 마지막 해에는 177 정도로 오르긴 오른 게 맞습니다. 단, 2024년에는 이 제조업 실질 임금의 지수는 1949년과 비교했을 때에는 174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즉, 전후 황금기가 끝나고 나서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이 미국에서 그냥 제자리에 멈추어졌다는 겁니다.


전후 황금기야말로 예외적인 것이었는데, 그 뒤로는 미국 자본주의가 마르크스가 분석한 그 “정상적 궤도”에 돌아온 겁니다. 제조업 상품 수출을 늘리고, 그 당시만 해도 저임금 국가였단 중국과 나름의 분업 구조를 가진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은, 이와 약간 다르긴 했습니다. 2000년 노동자 실질 임금이 100이라면, 2004년에는 111 정도 된 것입니다. 한데,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오르긴 올라도 아주 소폭이었고, 2015년에 겨우 120를 돌파한 것이죠. 1인당 노동 생산성 등은 같은 기간에는 거의 50% 정도 올랐음에도 말입니다. 즉, “나라”는 부강해져도 노동자들의 벌이는 제자리 걸음이거나, 아주 성공적인 수출 대국(한국)의 경우에는 겨우 약간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한데 절대적 빈곤화 이론에 반대자들이 토를 달아도 상대적 빈곤화 이론을 많은 비마르크스주의적 경제 학자들도 수용합니다. 피케티 등이 제시한 통계도 있지만, 육안으로 봐도 자본 소득은 노동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된다는 것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대한민국을 봅시다. 2003년에는 서울시 소재 아파트 1평당 매매가격은 평균 1158만 원이었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2018년에는 이미 그 액수는 두 배 이상 뛰어서 2542만 원이 됐습니다. 지금은 평균 1평당 가격은 3861만 원이 평균입니다. 20년 동안 3배, 즉 300% 이상 오른 것입니다.


같은 기간에 명목 노동자 임금은 120%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상대적 빈곤화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아파트 같은 지대 소득의 원천을 갖고 자본 소득을 올리는 유산자에 비해서는, 노동만을 팔면서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늘 “열세”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봐도 <자본론>의 이 빈곤화 이론을 빼놓고 현재 자본주의 사회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건 한국의 재앙적인 초저출산율과 무슨 상관 있느냐고 이제 반문하시겠지만, 상관은 아주 직접적입니다. 한국 총인구의 대략 70% 정도는 임금 노동자들입니다. 그 중에서는 대기업 독과점 프리미엄이 없는 중소기업 종사자들은 약 80% 정도 될 것입니다. 이들이 아이를 가지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바로 재정적, 시간적, 심적인 “여유”입니다. 한데 부동산 매매가나 전세, 월세 값 등이 노동 임금보다 훨씬 빨리 오르는 상황에서는 그들에게는 이런 재정적 여유는 어디에서 올 수 있겠어요?


또, 상대적 빈곤화 속에서는 많은 이들은 투 잡을 뛰어야 하는 등 사실 “육아”에 바칠 시간을 아예 갖지 못합니다. 또 특히 젊은층에서는 개개인의 여가 시간은 거의 소셜 미디어 등 전자 자본에 의해 많이 식민화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비정규직 비율이 43%나 이르는 사회에서는,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를 사람들에게 아이까지 책임질 심적 여유가 쉽게 생기겠어요? 결국 노동자들의 빈곤화와 저출산 현상이 서로 연결돼 있고, 한국의 극단적인 초저출산은 비교적 높은 부동산 가격 증가폭과 부유한 나라치고 아주 극단적인 노동 불안화, 육아 비용 폭등 등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 제 답변의 골자였습니다. 그리고 초저출산을 포함해서 사회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자면 <자본론>이 필독이라는 점을, 제가 답변 끝에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위의 사례를 보시면 기초적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강의가 왜 대학생들에게 필요한지 바로 아실 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모르면 사회 제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서울대 당국들이 지금 폐강시키려 하는 서울대 경제학부에서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강의 존속을 위한 그 학생들의 투쟁을 꼭 지지하고 싶습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익힌 사람과 익히지 못한 사람의 사회를 보는 “눈”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사회 제현상에 대한 체계적 파악이 불가능한 사람은, 차후 “민주 시민”의 역할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서울대는 물론이고, 각 대학에서 <자본론> 등을 읽는 강좌를 적어도 교양 선택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우리에게 나은 미래라도 보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 박노자 l 오슬로대 한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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