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28평형 개똥지빠귀의 둥지

0 개 4,106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
마른 풀이 투 둑 떨어졌다. 뜰을 향한 거실(family room) 유리문 틀 위에서였다. 잠시 후 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를 물고 다시 문 틀 위로 날아왔다. 새가 집을 짓고 있었다. 아니, 작년에 산 새 집에 새 집이라니? 문틀 밑에 패티오(patio). 패티오 위에 찍찍찍 새똥.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빗자루를 들고 문 틀 위에 쌓인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싹싹 쓸어 버렸다.

문 틀 위 빗자루 질은 다음 날도 계속되었고 드디어 녀석은 사라졌다. 그런데 녀석은 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ㄱ자로 꺾어진 다른 쪽 방 위 문틀로 장소를 옮겨 또 부지런히 마른 풀과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고 있었다. 단호하게 빗자루 질 한 후, 뜰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는 데 또 녀석이 날아왔다. 그런데 녀석의 배가 불룩해 보인다. 새끼를 낳으려고 하나?

다음 날 아침 러닝 머신 위에서 운동을 하면서도 유리 문 밖으로 보이는 새들의 모습이 예전 같지가 않다. 우리가 양보 해야 하나? 새 집에 새집! 제 3의 길은 없는가? 집으로 오는 길에 킹스 플랜트 반(King's Plant Barn)에 들렀다. 정원 저 쪽 담장 옆에 새집을 달아 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 곳 직원 말이 우리가 새집을 달아줘도 소용없단다. 새는 우리가 달아 주는 새집이 아니라 기어코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둥지를 틀려고 할 것이고, 데크나 패티오는 찍찍찍찍 될 것이니, 아예, 초장에, 매몰차게 쫓아 버리란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뉴질랜드 토박이 키위 직원이 그렇게 말하니 내 빗자루 질에 정당성은 부여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집에 와 보니 새는 꽤 수북이 둥지를 틀 재료를 방 문틀 위에 또 모아 놓았다. 그래! 한 방 빗자루 질에 싹 쓸어 버리곤, 골판지를 잘라 새가 앉지 못하게 문틀 위의 공간을 없애 버렸다.

그 다음 며칠 동안 녀석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거실 문 밖에도 방 문틀 위에서도. 그런데 타카푸나 체육관 유리 문 밖에서 새들이 부지런히 먹이를 잡아 먹고 있는 모습 위에 녀석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20여년 전 집 없던 우리 부부의 모습도.

1985년 아내와 결혼 할 때, 우리는 양가 부모님들에게서 아무런 재정적 지원도 받지 않고 단 칸 월셋방에서 시작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8만원. 서울 종로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였던 나의 월급 27만원을 쪼개서 살림을 하고 곗돈을 붓고 나면 돈이 바닥났고, 상여금을 타면 겨우 적자를 메꾸어 나갔다. 1987년 아내는 서울 변두리 도시에 있는 8평형 아파트에서 월세로라도 살아 보고 싶다고 있다. 어느 날 막내 처제에게 '집에 좀 놀러 오라고'하자, 처제가 말했다. "형부, 언니네 놀러 가고 싶어도 언니넨 방이 하나여서 나 잘 방이 없잖아요. 빨리 방 2개짜리로 옮겨요."

1992년, 양가 부모님 도움 하나 없이 우리만의 노력으로 서울 주변 도시에 아파트를 분양 받았을 때, 다 짓지도 않은 공사 터를 주말이면 가 보곤 했다. 드디어 우리 집을 처음 갖게 되자, 재직하고 있던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토요일 오후에 집들 이하니 놀러 오라고 자랑스럽게 널리 알렸다. 정확히 28명이 집들이에 왔다. 28평형 아파트였으니, 한 평에 한 명씩 대접 한 꼴이었다. 다행히 손이 큰 아내 덕에 손님을 다 치르고도 자취하는 총각 선생 세 명에게 나머지 음식까지 싸 주었다.

참 미안했다. 집 한 칸 더부살고자 했다가 쫓겨난 새에게, 기쁜 우리 젊은 날에게! 그런데 지난 주 월요일 날, 집 앞 정원을 손보고 있었는데 앞쪽 담장을 타고 올라간 자스민 넝쿨에서 새 한 마리가 날아 올랐다. 녀석이었다. 아, 그 자스민 넝쿨 속에 녀석은 고맙게도 둥지를 틀고 있었다. 알을 품고 있는지 어미는 둥지에 웅크리고 앉아 빠꼼히 까만 눈 망울로 우리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녀석과 인사를 나누는게 우리 부부의 일과의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녀석의 이름을 모르겠다. www.yahoo.co.nz에서 검색하여 보고 디카로 찍어 킹스 플랜트 반에 가서 할머니 직원에게도 확인하여 녀석이 개똥지빠귀(song thrush)라는 것을 알아냈다.

개똥지빠귀는 숲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도시 안 인가 정원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뒷 목, 몸통의 깃털 은 계피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목 부분부터 배의 앞 중앙 부분으로는 흰색 바탕에 황갈색 얼룩점 들로 덮여 있다. 이른 아침과 저녁 무렵 나무 높이 올라가 우짖는 새소리는 실구름마저도 귀 기울이게 할만큼 아름답다. 그래서 개똥지빠귀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앞에는 'song thrush'라고 'song' 이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사람들은 개똥지빠귀가 새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훌륭한 음악가에 속한다고 말한다. (People say that the song thrush is among the finest of the bird world's musicians.) 어떤 이들은 이 새들이 음악적 능력에 있어서 사람들과 필적할 만 하다고도 한다.(There are even those who say that this bird can compete with the human species in its musical ability.)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은 개똥지빠귀를 음악의 진정한 대가라고 했다.(The composer Antonic Dvorak called this bird the true master of music.)

앞 뜰을 거닐다가 먹이를 찾아 다니는 녀석을 보면 지렁이라도 잡아 주던가, 먹이를 사다 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꾹 참는다. 아무리 우리가 그 새를 사랑해도 그것은 녀석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가 우리 인생의 몫을 마땅히, 감사히 감당해 온 것처럼.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305 | 2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880 | 4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697 | 9일전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195 | 9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156 | 9일전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38 | 9일전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12 | 9일전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663 | 10일전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44 | 10일전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06 | 10일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22 | 10일전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45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180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549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44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 더보기

욕심부리면 트리플 보기 – 과욕이 부르는 실패

댓글 0 | 조회 186 | 2026.03.10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마라… 더보기

수선과 복원의 예술

댓글 0 | 조회 124 | 2026.03.10
반복적인 힘(스트레스)이 가해져서 성… 더보기

지방간(脂肪肝, Fatty Liver)

댓글 0 | 조회 265 | 2026.03.07
웬만해선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간(… 더보기

2027 한국대학 전형별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381 | 2026.03.03
2026년도 한국대학 입시가 마무리되… 더보기

Biomed&Health Sci 개강 1주일차 체크리스트

댓글 0 | 조회 331 | 2026.02.27
지난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자녀의 공부, 어디까지 도와야 할까

댓글 0 | 조회 722 | 2026.02.26
자녀가 학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 더보기

외로움이 만드는 위험한 선택

댓글 0 | 조회 277 | 2026.02.25
— 고립, 멘탈헬스, 그리고 갬블링의… 더보기

봉평 장날에

댓글 0 | 조회 204 | 2026.02.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봉평 장터에서… 더보기

네스 호의 괴물, 네시(Nessie)

댓글 0 | 조회 172 | 2026.02.25
인간은 왜 아직도 그 그림자를 놓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