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문명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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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명의 몰락

0 개 894 한일수

벌써 17년 전의 일이지만 2008년 베이징에서 치러진 하계 올림픽 때의 기억이다. 올림픽 개막식은 가장 장엄하고 규모가 크고 호화찬란했으며 만 오천 명에 이르는 개막식 공연단, 가장 장시간 진행된 개막식, 올림픽 기간 중 봉사할 치어리더만 30만 명이라는 등 수식어를 낳았다. 입장식 동안 경기장을 한 바퀴 에워싼 후 굽 높은 부츠를 신고 환영 동작을 반복하던 치어리더들의 동작에서 서글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메인 스타디움에서 터져 나오는 수천발의 폭죽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듯 보였으나 문명의 광기(狂氣)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전체주의의 망령 아래 매몰 되어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대하는 것 같았다. 반면 1988년에 서울에서 거행된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 주었던 9살 소년의 굴렁쇠 굴리기 연기는 숨소리도 조심스러울 만큼 전 세계 70억 인구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풍선을 계속 부풀리면 어느 시점에 가서는 터지고 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Icarus)는 아버지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더 높이 날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계속 태양을 향해 돌진하다가 밀랍(蜜蠟)으로 고정시킨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 바다로 추락하고 말았다. 인류문명의 발달은 계속되어 왔고 21세기 들어 4반세기에 이른 지금의 현실은 거의 끝에 와 있으며 이제 쇠퇴냐 멸망이냐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사회는 개별 국가나 민족의 개별단위의 사회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세계체제로 되어 있다. 인적, 물질적 이동은 일일 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정보 통신의 발달로 동일 시간대에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구가 바다로 연결되어 있듯이 어느 지역사회의 일은 전 지구에 영향을 주고, 세계 인구는 동일 공동체적인 운명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인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시대에 와 있다고 한다. 인류세는 인류(anthropos)와 시대(cene)의 합성어로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꾼 시기를 일컫는 새 지질시대의 명칭이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을 발견한 공로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델란드의 파울 크뤼천 박사는 인류의 과도한 산업화와 온실가스 배출 남용 등으로 지구환경이 새로운 지질시대에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에너지혁명, 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만물의 영장으로 문명의 발달을 주도해왔으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끝없이 계속해왔다. 산업혁명은 기후변동에 영향을 주는 인류활동이 불평등하게 진행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볼 때 2008년 기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에서 전체의 72.6%를 차지하지만 이들 나라에 사는 인구는 18.8%에 불과하다. 21세기 초엽 전체 인구의 46%를 차지하는 빈곤층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7%에 불과했으며 최고부유층은 전 세계 인구의 7%이지만 총 배출량은 50%를 차지했다. 


금세기 중에는 AI(인공지능)이 상용화되어 인간의 영역을 담당해나갈 태세이다. 이런 가운데 인류를 살기 좋고 편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발달시킨 문명이 인간에 의해서 지구를 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인류의 문명사는 자연을 정복대상으로 취급하여 끊임없이 물질을 개발하여 왔고 자기와 다른 민족이나 국가들은 정복 대상으로 삼아 무기를 개발 생산하여 왔다. 그 결과 인간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형국이 되어가고 지구의 생태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오늘날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제6차 멸종 시대의 도래 등 위기설은 모두 인간의 문명 발달에 의한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지구의 위기가 닥쳐왔더라도 전 세계인이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동 대처해 나간다면 그 위기를 모면해 나갈 수도 있는 일이리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플라스틱이며 동시에 가장 해악한 발명품도 플라스틱이다”라고 말한다. 부패하지 않고 영원히 버티며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여 온갖 소재로 활용되어온 플라스틱은 현대생활과 가장 밀접한 물질이다.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양이 소비되고 있는데 썩지 않고 쌓이기 때문에 지구를 멸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물질을 발명한 것도 인간인데 그 해독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생산을 중단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 생산하여 해독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는 탄소 배출량에서 비롯되고 기후위기는 지구의 위기로 귀결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질의 생산과 소비를 줄이고 인적, 물적 유통량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과잉생산, 과잉유통, 과잉판매, 과잉소비로 이어지는 퇴폐적 자본주의의 연결고리를 깨고 합리적인 생산, 유통, 판매,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틀을 구성해나가야할 일이다. 생산-유통-판매-소비의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이고 지구가 살기 위해서는 배출량을 줄여야 되는 현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1997년 말 한국에 외환위기가 닥쳐왔을 때 한국인은 엄청난 시련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1998년 2월 ‘아나바다’ 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또한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던 금 모으기 운동에도 참여하여 한국은행의 금 보유고를 높여 국가 신용도를 제고함으로서 위기를 극복하는데도 기여하였다. 


‘아나바다’ 운동은 물품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운동으로 한국의 IMF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 국민들이 나서서 실천했던 운동이다. 그런데 이 운동은 전 세계인들이 지구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의 시점에서 실천해야할 덕목으로 요청되고 있다. 팽배한 물질만능주의의 결과로 지구가 위기에 처해 있는데 현재에도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쓰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물자로 지구상의 공간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 순간에도 생산품은 계속 쏟아져 나와 유통, 판매, 소비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꼭 필요한 물건은 수 십 번 숙고한 끝에 구매할 일이지만 있는 물건은 아껴 쓰고, 남는 물건은 나눠 쓰고,  서로 바꿔 쓰고, 사용한 물건도 다시 쓰는 아나바다 운동을 한민족 주도하에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펼쳐나가 지구를 살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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