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Sora7
0 개 647 오소영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집으로 오라는 전갈이었다.


공항에서 집으로 달려갈 동안 언니는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며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 동생 입맛 잊지않고 고국의 배추 겉절이 버무려 무거운 줄도 모르고 들고 와서 말이다.


그렇게 반가운 만남을 하고 헤어진지가 며칠이나 되었다고....


눈빠지게 기다리는 친구들도 있고 일정이 바쁜데도 어쩔수없이 언니 집으로 먼저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언니는 벌써부터 외출 채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앉을 새도 없이 반색하는 언니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야했다.


쇼윈도도 화려한 어느 귀금속 가게로 나를 이끌었다.


의아해 하며 언니를 바라보는 내 손을 끌어 당겨 주인에게 내밀었다. 언니는 경쾌한 목소리로 묵주반지를 맞춰 주려 한다며 화사하게 웃었다. 동생 사랑이 한결같은 내 언니. 감동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언니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내가 뉴질랜드에 와서 가톨릭 새 신자가 되었다는 걸 알고 제일먼저 기뻐해 주신 분도 언니였다. 빨리 들어와 만나자고 보챈 이유가 그래서일까? 어찌 그냥 넘어가겠냐며 축하 기념 선물이란다. 기도 많이 하라고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육남매 가운데 여동생이 나 하나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유독 언니는 마치 엄마처럼 나를 늘 챙겨주었다.


유교 뿌리가 깊은 가정의 맏며느리인 언니가 과감히 개종을 한건 몇년 전이다.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던 층층시하에서 벗어난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조신하게만 살아오던 언니가 그런 용감성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가 없다. 큰소리 한번 못내고 살았으니 뒤늦은 바람끼?였을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성당가는 뒷덜미에 목탁을 두드리며 반대의사를 전한다는 형부, 그러나 자녀들까지 모두 어머니를 따라 나서니 형부의 목탁소리는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 형부 혼자서 외롭게 투쟁하는 그 집의 주일 풍경이 눈앞에 그려져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몇년 후 형부도 임종때는 결국 대세를 받고 떠나셨다고 들었다.


언니는 평생에 품었던 뜻을 이루어 삶이 더없이 기쁘다며 행복해 했다. 멀리 떨어져 사는 동생마저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으니 이보다 더 큰 경사가 어디 있냐며 많이 좋아했다.



묵주반지는 그렇게 내 손가락의 주인이 되었다. 외출시에는 어김없이 끼고 나온다. 언니의 사랑이 담긴 묵주반지가 든든한 수호천사이기 때문이다. 차에 앉아 편하게 묵주를 돌리다보면 그 날의 추억, 언니의 따뜻한 손길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리움을 달래주는 잊을수 없는 영원한 선물....


지금은 양지바른 언덕에 쓸쓸히 서있는 나무와 영원한 친구가 되어있는 내 언니.


형만한 아우 없다더니 난 받은 사랑만큼 돌려드릴게 없는 동생이다. 언니가 만들어준 묵주로 저 세상 영혼이라도 기뻐해 주십사, 기도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머지않아 민들레꽃 철이 돌아온다. 민들레 함께 뜯던 언니가 많이 보고싶다.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쯤 반드시 전했어야 했는데,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인사도 하지못한 못난 동생이었다. 너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 뿐이다.


이제 유품으로 남겨진 반지. 내 손을 이끌며 환하게 웃던 그 날의 언니 얼굴이 영상으로 눈앞에 어른거린다.


수호천사가 되어 항상 지켜주는 언니는 오늘도 길동무가 되어 내곁에서 웃고 있다.


22ccdb22d08a2cc63ef652ed5783f21e_1727149484_572.jpg
 

안과병원에 갔을 때다.


인도인으로 보이는 얼굴 가므잡잡한 간호사가 내 검지 손가락에 낀 반지를 가리켰다.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예쁘다며 내 곁으로 가까이 왔다. 


좀 황당해서 멋쩍게 웃어주었다. 문득 그녀의 가슴에 형체를 알수없는 화려한 목걸이가 눈 에 띄었다. 흔히 볼 수 없는 것임에 놀랐다.


나는 얼른 네 목걸이가 더 멋지다고 칭찬을 돌려줬다. 그녀가 자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결국은 자기 목걸이를 자랑하고파 먼저 수작을 걸어온 것 같았다. 유난히 반짝이는 광택으로보아 새 것인게 확실했다.


얼마나 자랑이 하고 싶었으면 .... 속으로 많이 웃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손가락에 그 반지를 들여다 봤다. 오른 손가락엔 묵주반지를 왼 손가락에 꼭 끼고 다니는 귀중품이었다.


십수년을 분신처럼 함께하는 그것은 18금에 두 줄 큐빅이 돌려박힌 수수한 반지다. 잊지못할 추억이 있는 영원한 친구.


그 반지의 원래 주인은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나라 먼 곳으로 여행 떠난지가 몇년 되었다. 내 손가락에서 더더욱 빼놓을수 없는 이유가 그래서일 것이다.


그와 나는 낯선 나라에 와서 새로이 인연을 맺은 동갑네였다. 우리는 어릴적 소꼽동무 뺨칠만큼 정 깊은 친구가 되었다.


이십여년 전이다. 사람 사귀기가 까다로운 내 앞에 당돌하리만치 저돌적으로 다가온 여인이었다.


처음엔 겁을 먹었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인간미 푸근하고 후덕한 사람임을 알게되었다. 그저 조금 먼저 왔기에 안내에 신경 써준 일밖에 없는 나였다. 그 사소한 친절을 크게 고마움으로 받아준 여인이었다.


자주 가족들 식사 자리에도 불러주고 특식이 있을때도 어김없이 챙겼다. 그 진솔함에 친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어가 불통인 이국 생활에서 말이 통하는 또래 말벗이 가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죽이 잘 맞아 여기저기 모르는 길도 찾아나서고 함께 모임에도 나갔다. 친화력이 좋아 누구나를 쉽게 사귀는 여인.



그러나 나를 대하는 마음은 정말로 특별했다.


일년여를 그렇게 함께 했지만 영원히 거주할분이 아니었다.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서로가 애틋하고 아쉬웠다.


자기는 고국의 친구들이 기다리는 귀국길이어서 괜찮다고 했다. 남겨진 사람은 외로워서 어쩌냐고 내 걱정이 먼저였다. 


마치 어린 자녀를 혼자두고 떠나는 사람처럼 안타까워 했다.


송별식사를 함께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였다. 그가 갑자기 내 곁으로 와서 바짝 붙어섰다. 내 손을 꼭 쥐었다. 뭔가가 내 손 안에 쥐어졌다. 펴보니 반지였다. 촘촘하게 보석이 박힌 금반지였다. 자기 보고싶을 때 보라며 내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그녀의 따뜻한 체온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그 특별한 석별에 왈칵 눈물이 나왔다.


우리는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그런 인연이 아니라는걸 맘 속깊이 느꼈다. 오래오래 잊지말자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그 날 이후부터 그 반지는 나의 동반자였다. 친구와 함깨하는 기분을 늘 가지고 다녔다. 


지금도 문득문득 함께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 반지를 본다. 그의 체취가 아직도 배어 있을것 같아 그리움이 묻어난다.


자주 연락 못한다고 마음 변한것 아니니 안심하라던 그 말이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어찌 그리 쉽게 떠나셨는지... 


남편 보내고 허전해서 친구들이 소개해 준 남친과 연애중이라고 깔깔 웃으며 전화해주던 그 친구.


며칠도 지나지않아 돈도 못쓰는 짠돌이 걷어찼다고 알려줘 우리는 함께 웃었다.


요즘은 심심해서 옆집 구십대 노인과 놀아준다고 했다. 정부에서 이십 몇만원을 받는 일이라나. 돈벌이 재밌어서 뉴질랜드도 못 간다고 자랑이 늘어졌다.


아프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는데 언제 병들어 갔는지.... 이제 그 반지가 그 친구의 유품이 되었다.


그리고보니 양 손가락에 호사스럽게 끼고다니는 반지가 똑같이 유품이었다. 정들었던 사람은 떠나고 남겨진 것들.


언제 어디서나 메신저 역할을 하는 그 반지들은 내 영원한 사랑이다. 그리고 그리움이다.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99 | 4시간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60 | 3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18 | 5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65 | 8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789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39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1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66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0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1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69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37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4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0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2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202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611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69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 더보기

욕심부리면 트리플 보기 – 과욕이 부르는 실패

댓글 0 | 조회 208 | 2026.03.10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원하지 마라… 더보기

수선과 복원의 예술

댓글 0 | 조회 148 | 2026.03.10
반복적인 힘(스트레스)이 가해져서 성… 더보기

지방간(脂肪肝, Fatty Liver)

댓글 0 | 조회 296 | 2026.03.07
웬만해선 아프다고 표현하지 않는 간(… 더보기

2027 한국대학 전형별 핵심 포인트

댓글 0 | 조회 413 | 2026.03.03
2026년도 한국대학 입시가 마무리되… 더보기

Biomed&Health Sci 개강 1주일차 체크리스트

댓글 0 | 조회 360 | 2026.02.27
지난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자녀의 공부, 어디까지 도와야 할까

댓글 0 | 조회 752 | 2026.02.26
자녀가 학교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 더보기

외로움이 만드는 위험한 선택

댓글 0 | 조회 305 | 2026.02.25
— 고립, 멘탈헬스, 그리고 갬블링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