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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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죽음의 방식: 홍세화와 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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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고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 4월20일 오후에는 2023년 12월18일 세상을 뜬 재일 디아스포라 논객 서경식 선생을 추모하는 모임이 그가 생전에 재직했던 도쿄경제대학에서 열렸다. 그날 저녁에는 4월18일 세상을 뜬 홍세화 선생의 추모제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거행됐다.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들을 기리는 행사가 같은 날 있었다는 사실은 단지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불과 4개월 사이에 목도한 홍세화와 서경식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글과 삶을 지켜보았던 독자와 지인에게 커다란 상실감과 슬픔으로 다가왔지 싶다.


이들은 오랜 세월을 망명자로 이국에서 보내거나 디아스포라로서의 자의식을 지니며 살아왔다. 늘 시대의 야만에 저항하고 소수자를 옹호하는 데 평생을 바친 홍세화와 서경식은 한겨레 지면에 장기간 칼럼을 써온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들 사이에는 차이점이 더 많다. 


서경식은 감옥에 갇힌 형들을 위한 구원 활동이 계기가 되어 글쓰기를 시작해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예술의 사회적 맥락 등 여러 사회적 현안에 대해 에세이 형식의 글을 통해 발언해 왔다. 그는 누구보다도 지성의 퇴행에 치열하게 저항하면서도 특유의 매력적인 문장이 보여주듯이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에 민감한 개인주의자의 기질을 지녔다. 홍세화는 그보다 사회적 맥락을 중시했던 실천가이자 척탄병이었다. 그는 늘 공동체의 그늘과 소수자를 챙기며 장발장은행장과 진보신당 대표라는 이력에서 볼 수 있듯이 배제된 이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현장에 깊게 관여했다. 그에게 글쓰기는 바로 이런 소명을 구현하기 위한 의미 깊은 과업이자 한국 사회의 어떤 편향성과 이데올로기를 깨뜨리는 도끼였다.


물론 이들은 상대방의 존재와 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겠지만, 생전에 깊은 교류를 한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저자가 공저 형태로 펴낸 책까지 쳐도 이 두 사람의 이름이 함께 오른 책은 없다. 때로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이들은 상당히 다른 관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는 겸허함이라는 점에서 만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홍세화가 지인에게 남긴 것은 ‘겸손’이라는 단어다. 이런 덕목은 글쓰기에서 늘 자신을 낮추며 세상을 헤아렸던 서경식의 태도와 만난다.


생각해 보니 죽음의 방식도 이들의 생애와 고유한 실존의 감각을 닮았다. 서경식은 집 근처 온천에서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순간적으로 전혀 예고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다. 늘 죽음을 응시하고 한 개인의 존엄과 권리를 섬세하게 살폈던 서경식다운 죽음이 아닌가. 그의 유골함은 여전히 나가노 신슈 자택에 모셔져 있다. 이에 비해 홍세화는 오랜 시간 그를 신뢰했던 지인과 동지의 보살핌 속에 투병 과정을 통해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유골함은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묻혔다. 죽음 이후에도 그의 옆에는 뜻을 함께했던 동지들이 있다.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정답은 없다. 각자의 운명과 표정이 존재할 뿐.


나는 이들로부터 시대의 퇴행에 저항하는 비판적 지성,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의 감각, 글쓰기의 매력과 힘에 대해 배우고 느꼈다. “고마움이 흐르는 물이라면 막아 큰 저수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전에 표현했던 한 비평가의 문장을 이제는 밤하늘의 별이 된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저세상에서 만나게 될 홍세화와 서경식이 생전에는 미처 다하지 못한 깊은 우정을 쌓게 되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바란다.


* 출처: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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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우 | 숙명여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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