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식 만사(節食 萬事)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차자명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절식 만사(節食 萬事)

0 개 1,168 조기조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싶은 것이 헌 신짝이다. 헌 신짝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 그간의 애증이 있다 해도 어쩌겠는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9남매가 자란 우리 집엔 새것이란 없었다. 셋째 아들인 나는 형들의 것을 물려받아 모든 게 다 누더기 같은 것이었다. 한 여름을 소먹이고 풀 베고 지내면 찬바람 들 때 추석이 온다. 그때 긴팔 셔츠 하나 새 옷을 얻어 입는다. 당연히 헌 옷을 물려 입는 것인 줄 알고 자랐다. 헌책에 헌 책 보따리.... 책가방이라고는 딴 세상 이야기였다. 언제 양복을 입어 보기나 할까 싶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베신’이라는 운동화 보다는 고무신을 더 많이 신었다.



직장을 은퇴하면서 그 많은 책을 다 버렸다. 누군가 필요하면 가져가시라 했더니 어떤 이가 트럭을 몰고 와 쓸어 담았다. 그전에 나는 꼭 필요한 몇 권만 챙겨왔다, 내가 힘들여 썼거나 번역한 책, 형광펜 칠과 메모가 가득 들어 있는 강의 교재 등이다. 논문도 다 버렸다. 검색하면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 논문들은 유치찬란한 수준의 것 아니겠는가. 버릴 물건 중에서 가져올 물건을 고르지 못해서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챙기고는 다 치우라고 부탁했더니 그게 미련 남기지 않는 방법임을 알겠다.


간편하게 살자고 마음먹었다. 집에 오래도록 쓰지 않는 물건들을 치웠다. 꼭 필요한 것들 중심으로 살자고 널찍한 책상을 구했다. 6인용 앤틱 식탁을 구해서 유리판을 깔고 모니터를 2개 놓았다. 동시에 두어 가지 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필요한 방송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워드작업이나 계산 작업을 하였다. 컴퓨터와 프린터는 상 밑에 두었다. 그런데도 너른 책상이 금세 좁아지기 시작했다. 보던 책, 연습장이며 잡지며 스크랩 기사며, 문방구 까지 이러저러한 것들이 쌓여 자판을 놓고 마우스를 움직이는 공간마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차 한 잔을 놓고 먹기에도 좁아 불편했고 밥을 먹으려니 식탁이 아니라 책상이고 책상이 아니라 곧 작업대가 된 것이다. 정리가 필요했다. 정리란 버리는 것이다. 이면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 거기에 글을 적고는 워드로 입력했으면 버려야 하는데 그걸 또 버리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것이다. 왜 못 버리느냐고? 손으로 적은 연습장에 땀이 배어서 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53cc555f3cff8581f3eddfc295583c3a_1664242279_9512.png
 

서울로 이사를 하면서 정말로 단출하게 살아볼 생각이었다. 유목민들이 집을 분해해서 옮겨 금세 짓고 살듯이, 당장 입을 옷과 쓰던 컴퓨터와 몇 가지 물건을 승용차에 싣고 떠났다. 허물 벗듯이 벗고 나온 것이다. 쓰던 가전제품은 아는 사람들에게 가져가되 있던 자리 청소를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안 가져가는 것이 내가 잘 활용하던 그 단단하고 우아한 6인용 앤틱 식탁이었다. ‘당근 마켓’(중고품 거래 앱)에 반값으로 올려도 입질이 없다. 식탁이 없는 집이 어디 있겠는가? 거의 1/3 가격으로 내려 팔았다. 이런 이유로 내가 당근 마켓의 제품을 골라 찾고 있다. 누군가가 나처럼 어쩔 수 없이 좋은 물건을 거저 파는 경우가 있겠구나 하게 된 것이다.


이사를 와서 당근 마켓을 훑어보았다. 필요한 물건들을 검색하고 살펴본다. 고르고 골라 흰색 피아노 하나를 샀다. 흰 색의 벽과 침구에 맞춘 것이다. 거의 새 것인데 1/3 가격으로 샀으니 내 앤틱 식탁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중고품 시장에는 아예 새 것을 팔기도 한다. 그건 행운이지 않은가? 가끔은 이리 저리 당근 마켓을 훑어본다. 안 살 물건도 욕심이 난다. 이거 사 두었다가 누구에게 선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파는 사람은 이사를 가면서 필요 없게 되었거나 무언가 열심히 쓸 작정으로 사 놓고는 안 쓰게 되어 되판다. 자라거나 몸이 불어 못 입는 것도 있다. 그 사정을 다 어찌 설명하겠는가? 필요한 것이고 쓸 만한 것이 아주 저렴한 가격이라면 따봉아닌가?


평생 헌 옷과 쓰던 물건만 물려 입고 쓰다가 한 번이라도 번듯한 새 옷, 새 차, 새 집에 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새 것이라도 한 번 입고 쓰면 중고 아닌가? 헌 옷이라도 몸에 맞고 깨끗하게 빨고 깔끔하게 고쳐 입으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나 더 있다. 옷걸이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입으면 날씬하지는 못해도 청년의, 아니 노년의, 아니다. 장년의 멋스러움이 배어나도록 관리하기는 한다.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배불리 먹지 않는 절식(節食)이 만사다. 누구는 인사가 만사라 하더니만.....


53cc555f3cff8581f3eddfc295583c3a_1664242237_7507.jpg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매력만점의 은퇴부모 투자이민

댓글 0 | 조회 391 | 5시간전
COVID-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 더보기

호주 뉴질랜드 의대 합격의 분기점: 지금 점검해야 할 시기

댓글 0 | 조회 232 | 6시간전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연주 씨의 카드

댓글 0 | 조회 138 | 6시간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적 장애를 가… 더보기

2026년 통과된 고용관계법 개정안

댓글 0 | 조회 256 | 8시간전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피고용… 더보기

‘취미’와 ‘문제’의 경계선

댓글 0 | 조회 112 | 8시간전
- 갬블링 위험 신호 점검뉴질랜드에 … 더보기

개똥걱정 말똥걱정

댓글 0 | 조회 92 | 8시간전
1898년 뉴욕에서 세계 최초의 국제… 더보기

6편 – MH370: 사라진 하늘

댓글 0 | 조회 97 | 8시간전
“비행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있던… 더보기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열 최신 입시 정보 및 선발기준 (의대, 약대, 검안대, 영상…

댓글 0 | 조회 177 | 13시간전
이번 칼럼에서는 오클랜드대 각 의료계… 더보기

병보다 무서운 간병비

댓글 0 | 조회 772 | 4일전
고려 말기의 명장인 이성계(李成桂)가… 더보기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입시 통계 총정리 (의대 약대 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430 | 6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2년 (2025… 더보기

약 처방, 이제는 12개월분까지 처방 받을 수 있다

댓글 0 | 조회 978 | 8일전

올해부터 바뀌는 오클랜드대 의료계열 MMI 면접방식 (의대,약대,검안대 등)

댓글 0 | 조회 802 | 2026.03.12
의료계열 (메디컬) 입시에서 가장 중… 더보기

피아노의 영혼

댓글 0 | 조회 243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인간의 본질적 문제

댓글 0 | 조회 205 | 2026.03.11
저는 불교의 윤회설을 문자 그대로 믿… 더보기

히말라야의 그림자 빅풋과 예티는 존재하는가

댓글 0 | 조회 169 | 2026.03.11
어느 겨울밤, 히말라야의 깊은 산속에… 더보기

나만의 등불 밝혀 내 마음 찾는 여정

댓글 0 | 조회 141 | 2026.03.11
강진 무위사의 ‘보름달 명상 템플스테… 더보기

뉴질랜드 부동산 등기부등본 (Certificate of Title)은 공신력이 …

댓글 0 | 조회 725 | 2026.03.11
한동안 한국에서는 대규모 전세사기로 … 더보기

준다는 것

댓글 0 | 조회 170 | 2026.03.11
시인 안 도현이 지상에서 우리가 가진… 더보기

뉴질랜드•호주 의대 입시, 구조적 변화의 흐름

댓글 0 | 조회 341 | 2026.03.11
▲ 이미지 출처: Google Gem… 더보기

24. 와이아타푸 – 네이피어 바다에 잠든 정령

댓글 0 | 조회 145 | 2026.03.11
* 바다가 노래하던 시절아주 오래전,… 더보기

결격 사유를 '면제'로 바꾸는 기록의 재해석 - Waiver

댓글 0 | 조회 370 | 2026.03.10
뉴질랜드에 오래 머물기를 원한다면, … 더보기

그 해 여름

댓글 0 | 조회 173 | 2026.03.10
오래 전 한국에서의 어느 봄, 나는 … 더보기

5편 – MK-울트라의 아이들

댓글 0 | 조회 203 | 2026.03.10
“지워진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 더보기

SMC 문턱이 나를 위해 낮아지나?

댓글 0 | 조회 616 | 2026.03.10
(부제 : 8월, 신규 영주권 카테고… 더보기

오늘 해야 할 일

댓글 0 | 조회 272 | 2026.03.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점심은 누룽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