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없는 선진국은 없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차별금지법 없는 선진국은 없다!

oldfield0069외 1명
0 개 1,468 명사칼럼

대개 차별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무기한 고용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재중동포 출신 여성노동자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외국인(중국 국적자)으로서 이중차별을 받으며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경제적 착취를 당한다. 결국 다양한 차별에 노출된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로 발생하는 잉여가치야말로 한국 사회 자본 축적의 한 자양분이다.



750498fc9d63d35baa05e147722a9c8f_1663132091_357.pn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990년대 말에 나는 몇년간 한국의 한 사립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물론 무늬만 교수였다. 정확한 직함은 강의전임 강사, 매년 갱신해야 하는 3년짜리 계약이었다. 그럼에도 150만원가량인 쥐꼬리만한 월급에서 교수협의회 회비는 꼬박꼬박 원천징수됐다. 일면으로 보면 회비가 징수되는 만큼 교수공동체는 나를 “같은 교수”로 인정해주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겠다. 문제는, 회비는 꼬박꼬박 빠져나가도 그 교수협의회 모임에 한번도 초대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외국 국적자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판단을 받은 것일까? 그런데 한국 국적을 신청해 국적이 부여되고 난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외국 출신”이 문제였는지 “비정규직”이 문제였는지, 나는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른다. 그저 일상적으로 매일 관찰할 수 있는 차별이라는 현상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1990년대 말 대한민국에서 차별은 공기처럼 그저 일상이었다. 양심상 군에 갈 수 없어 감옥에 갔다 오고 나중에 평생토록 이등시민으로서 차별을 견뎌내야 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지식인 사회 안에서도 종종 “또라이”로 명명됐다. 장애인에 대해서 “병신” 같은 모욕적인 칭호들을 사용하는 것도, 종종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민초들 사이에서 혼혈인을 두고 “튀기”라는 멸칭을 듣는 것도 꽤나 잦은 경험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는 솔직히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운명적으로 혼혈인이 돼야 할 내 아이가 유치원·학교에서 “튀기” 같은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상상했을 때, 차별이 덜 심한 곳에 가서 육아에 착수하자는 것이 나의 유일한 마음이었다.


그때부터 어느덧 20여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이제 인접국가인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국제화”에 더 성공했다. 현재 한국의 총인구 중에서 외국인 체류자와 외국계 주민들을 다 합치면 거의 5%나 되는데, 이는 동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외국계 인구의 비율이다.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인구 구성도 다양해지고, 인권운동가들이 치열하게 투쟁해온 만큼 노골적인 차별도 이젠 옛날처럼 가시적이지 않다. 대놓고 약자를 모욕하는 것은 바깥 시선에 노출된 대한민국에서 다소 “구시대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그래서 가장 노골적인 차별의 표현들에 종종 시정 조처들이 단행된다. 나는 15년 전에 한국의 지방 도로변에서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세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비용 ○○○원에 장애인도 20대 신부 가능, 숫처녀 보장”과 같은, 그야말로 낯뜨거운 펼침막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펼침막들이 미국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에 한 사례로 등장하자 한국 정부는 서둘러 조치를 취했고 최근에는 볼 수 없게 됐다. 국내외 압력이 주효해 과거의 차별 지옥에서 이제 소수자들의 숨통이 그나마 어느 정도 트이긴 했다.


한데 차별이 어느 정도 완화돼도 여전히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된 위계와 서열의 한국 사회에서 타자·약자는 평등한 대우를 절대 받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젊은 세대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집단적 구조적 차별에 직면하지 않고 성장했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지난해 (윤 대통령이 폐지하고자 하는)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에선, 20대 여성의 73.4%가 바로 그 구조적 성차별을 일상 속에서 몸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일터에서 여성, 특히 젊은 여성에게 어렵고 귀찮은 일이 다 몰리는 한편, 온라인에서 여혐의 범람을 매일 접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여혐만 흘러넘치는 것도 아니다. 특히 각종 게시판이나 댓글에서는 중국인에 대한 일제강점기의 모욕적인 표현인 “짱깨”나 “짱꼴라” 등을 일상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한국계 중국인(조선족)과 이미 귀화한 과거의 중국 국적 소지자 등을 다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중국 국적의, 또는 중국계 인구가 거의 90만명 정도 되는 나라에서 중국(인)에 대한 인종적 모욕이 아무 제재 없이 판친다. 대개 차별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무기한 고용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재중동포 출신 여성노동자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외국인(중국 국적자)으로서 이중차별을 받으며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경제적 착취를 당한다. 결국 다양한 차별에 노출된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로 발생하는 잉여가치야말로 한국 사회 자본축적의 한 자양분이다.


차별이 자본주의 사회 특유의 경제적 착취와 직결돼 있는 만큼,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이상 근절되기는 힘들 것이다. 한데 겉으로는 덜 나타나도 여전히 일상 속 다반사인 이 차별을 불법화하는 법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여성이나 청년, 비정규직, 외국인, 장애인, 동성애자 등이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차별 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그 해결을 향해 나아가는 매우 중요한 ‘걸음’이다. 구조적인 성차별의 존재를 부정하는 발언이나 사실에 맞지 않지만 반중국 등 배외주의적 정서에 강하게 호소한 “외국인 건강보험 불공정” 발언 등으로 구설에 오른 윤석열 후보가 결국 대통령이 된 지금 차별금지법은 특히나 시급하다. 윤 대통령 대선 유세 과정에서도 가시적으로 나타난 사실이지만, 한국의 강경 우파는 남녀 갈라치기나 배외주의적 감정에 쉽게 호소하는 등 차별을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는 일이 잦다. 이 강경 우파가 집권한 지금에 와서는, 차별금지법이 만약 없다면 한국의 인권 상황이 크게 후퇴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나마 지난 20여년 동안 이룩한 성과들도 잘못하면 잃을 위험이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크게 바뀐 것은 무엇보다 민심, 즉 대중적인 인권 감수성의 수준이다. 강경 우파가 상습적으로 반중국 정서에 호소하는 등 차별을 조장하지만,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조사를 보면 우리 시민들의 67.2%나 차별금지법 제정에 긍정적이다. 지금 시민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미 15년 동안이나 미루어 온 정치인들보다 오히려 훨씬 더 성숙한 평등 지향 의식을 보여준다. 이제 정치인들이 드디어 응답해야 할 때다. 당장에 정계의 관심은 오로지 6·1 지방선거에 집중돼 있지만, 임기가 정해진 선출직 공무원이 누가 되느냐보다 차별에 노출돼 있는 약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는 훨씬 더 본질적인 문제다.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이상 그 어느 정당의 집권도 영구적이지 않다. 그러나 어느 당이 선거에서 이기든 간에, 차별금지법마저도 없는 나라는 결코 선진적 민주사회일 수는 없다.


* 출처 <한겨레: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750498fc9d63d35baa05e147722a9c8f_1663132142_7164.png
 

■ 박 노자


오슬로대학교수, 한국학자, 칼럼니스트


소련의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데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자랐고, 본명은‘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2001년 귀화하여 한국인이 되었다. 레닌그라드 대학 극동사학과에서 조선사를 전공했고, 모스크바 대학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칼럼들을 묶은『당신들의 대한민국』 으로 주목받았으며,『주식회사 대한민국』『비굴의 시대』『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전환의 시대』등은 이 연장선상의 저작이다.『거꾸로 보는 고대사』『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우승열패의 신화』『러시아 혁명사 강의』등을 통해 역사 연구자로서의 작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227 | 9시간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31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60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14 | 4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33 | 8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2 | 9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05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3 | 10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10일전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89 | 10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6 | 10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6 | 10일전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68 | 10일전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7 | 10일전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6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5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8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5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28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7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4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89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7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5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