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워지는 수레바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커넥터
Roy Kim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풍요로워지는 수레바퀴

kakao_950108b3외 1명
0 개 1,240 김지향

봄이 생각보다 빨리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정원에 소담하게 올라온 머위들이 살며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진정 봄이 온 것일까? 파미에서 20여년을 봄을 맞이했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봄이 온 걸 눈치 채게 되는 걸 보면 내가 참 둔한 사람인 것 같다.


0d0a724261d97ce93a79ab1b888e9192_1661295878_6763.jpg
 

외출을 잘 안하고 집에 있기를 좋아해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튼 봄은 이렇게 나에게 얼굴을 내밀었다. 


봄을 알린 머위를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었다. 봄의 향기를 맛보아야하지 않겠는가? 반가운 마음에 머위 줄기들을 잘라서 끓는 물에 데쳤다. 봄날에 처음 올라온 머위들은 살짝만 데쳐도 아기 살갗처럼 보드랍다.


손바닥 만 한 머위 잎 위에 현미밥을 얹어 놓고 쌈장을 곁들여서 싸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오늘 나는 작년에 나에게 머위를 분양해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머위 소식도 전할 겸 얼마 전에 담근 갓김치도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다행히 그 친구는 집에 있었고 조금 후에 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병원에 다녀오면서 우리 집에 잠깐 들러서 갓김치를 가져가면 좋을 듯 했다. 갓김치의 위력은 대단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도 갓김치를 가지러 우리 집에 왔다. 


귀한 머위장아찌를 손에 들고 온 그녀. 그렇게 빈손으로 오라고 했건만, 그녀의 성격으로는 빈손이 힘든 것 같다. 난 그녀에게 빈손으로 넙죽넙죽 잘도 받아먹었건만.


어쨌건 자신보다 큰 골프 우산을 쓰고 온 그녀는 점심으로 남편과 함께 갓김치를 먹으려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아주 맛있었다는 전갈이 왔고, 앞으로 갓김치를 담가서 먹어야겠다고 했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갓김치를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갓이 아닌 중국 갓으로 김치를 담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단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날 중국 갓으로 김치를 한 번 해보니, 제법 맛이 좋아서 그때부터 갓김치를 만들어 먹었다.


갓은 배추와 달리 사시사철 수확할 수 있는 채소라서 배추가 나지 않는 계절에도 김치를 담가 먹을 수가 있어서 좋다. 소금에 살짝 절여서 양념을 하면 되기에 포기김치보다 덜 번거로워서 좋다.


이번에 내가 갓김치를 참 많이 담갔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갑자기 갓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레빈의 한 농장에서 재배를 한 것인데, 너무 크게 자라서 상품성이 없는 갓이라면서 잔뜩 주었다고 한다.


배추가 나오지 않을 때 갓으로 김치를 담가 먹었었던 나에겐 횡재가 따로 없었다. 배추 다섯 포기로 김치를 담가도 몸살을 앓았던 나였지만, 갓김치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배추 다섯 포기보다 많은 양의 갓을 무조건 집으로 가지고 왔다.


얼마나 튼실하게 잘 자랐는지, 배추 두 배의 길이에 한 장의 줄기 폭이 7cm 정도 되었고 푸른 잎 또한 배추 저리 가라할 정도로 넓었다. 이렇게 큰 갓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피클을 담아 먹는다고 한다.


줄기가 두툼하고 배추보다 뻣뻣해 보이지만 아삭하고 물이 많아서 김치를 담그면 맛있을 거 같았다. 한껏 욕심을 내서 갓을 가져오긴 했는데, 요즘 내 몸 상태가 워낙 비실이 수준이라. 그래도 물질적인 욕심 앞에서 없는 힘도 내기 마련인가 보다.



갓김치를 한다고 잔뜩 벌려 놓고 있는데, 큰애가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다가 왔다. 힘든 일은 자신이 다 할 테니, 옆에서 조언만 해달라고 했다. 감기에 걸려 있는 아이에게 맡기기가 미안했지만, 함께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김치는 성공적으로 잘 만들어졌으며, 그 김치는 갓을 준 지인의 입도 즐겁게 해주었다. 갓을 준 사람은 말레이시아인이다. 맛있는 거 먹는 걸 좋아하며 요리하기도 좋아하고 한국음식을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뚝배기를 즐겨 사용하며, 김치 또한 좋아한다.


자신이 준 갓으로 만든 김치를 먹어보더니, 갓김치 맛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오죽 맛있었으면 갓을 더 주겠다는 말을 했을까? 그 소식을 전하는 지인은 걱정 어린 목소리로 “언니, 갓김치를 더 담글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우리 집에 일꾼들 많아서 괜찮다고. 결국 그 갓이 우리 집으로 도착했고, 이번 갓김치 담그는 일은 사위 몫이 되어 버렸다. 학교에 다녀와서 저녁 먹고 나서 시작한 김치 만드는 작업은 12시가 넘어서야 완성이 되었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던지....... 둘이 먹다 한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는 김치가 되었다. 이렇게 만든 김치들이 냉장고에 가득 진열이 되어 있다. 


딤채 같은 김치냉장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다. 김치 냉장고가 따로 없는 것이 더 좋다. 맛있게 맛이 들었을 때, 지인들과 나눠 먹는 즐거움을 맛봐야 한다. 


안 그래도 요즘 나누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나누면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지는 수레를 탄 것이 틀림없는데. 수레바퀴가 신나게 굴러가도록 놔둬야 한다.


사실, 내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 양란 두 줄기, 심장에 좋다고 보내 온 용과, 멜론, 레몬, 그레이푸룻, 미역국 한 냄비, 스시, 매운 고춧가루, 구운 김 100장짜리 한 팩, 블루베리 머핀., 머위장아찌.......등 이번 한 주에 받은 선물만 해도 차고도 넘친다.

  

내가 받으려고 주는 게 아니다.

그들 역시 받으려고 주는 게 아니다.

그저 주고 싶은 마음으로 서로 주기만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매일 끔찍한 기사가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는 이 시대에 

그래도 우리는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살 수 있음에. 

사랑이 있음에.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만성 콩팥병(chronic kidney disease)

댓글 0 | 조회 227 | 9시간전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 더보기

주거침입절도(Burglary)와 강도(Robbery)

댓글 0 | 조회 231 | 2일전
안녕하세요 한국 교민 여러분, 벌써 … 더보기

보험 수리 보증은 누가 책임질까?

댓글 0 | 조회 260 | 2일전
자동차 사고 후 보험으로 수리를 진행… 더보기

뉴질랜드 의예과 치예과 (Biomed/Health Sci) 입학 전 꼭 알아야할 …

댓글 0 | 조회 314 | 4일전
이번 칼럼에서는 Biomed/Heal… 더보기

어휘력은 암기만으로 늘지 않는다

댓글 0 | 조회 733 | 8일전
아이들의 어휘력을 판단할 때, 우리는… 더보기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댓글 0 | 조회 312 | 9일전
그 날의 여행지는 늘상 가던 온천행이… 더보기

목사 가운을 버리고

댓글 0 | 조회 705 | 9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외국에서 방문했… 더보기

요점만 정리한 종교인 워크비자

댓글 0 | 조회 603 | 10일전
뉴질랜드 이민부는 종교 관련 직무에 … 더보기

21. 잠든 전사 – 테 마타 봉우리의 전설

댓글 0 | 조회 141 | 10일전
Te Mata o Rongokako … 더보기

2026년 뉴질랜드 바이오메드, 헬스사이언스 입학준비

댓글 0 | 조회 489 | 10일전
: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더보기

샘터와 우물가

댓글 0 | 조회 106 | 10일전
시골집엔 샘이 있었다. 장독대 아래에… 더보기

이민자의 스트레스,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626 | 10일전
ㅣ 술, 갬블링, 과로로 흘러가는 감… 더보기

차나무도 생명, 내버려둘수록 차 맛도 맑다

댓글 0 | 조회 168 | 10일전
화엄사 구층암 ‘죽로야생차’“혹시 대… 더보기

장학금 그리고 의사가 꿈인 두 학생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397 | 10일전
출처 : https://www.acs… 더보기

장애인 가족 돌봄자

댓글 0 | 조회 196 | 2026.01.27
가족 구성원중 항시 돌봐야 하는 장애… 더보기

바빌론의 공중정원 전설

댓글 0 | 조회 135 | 2026.01.27
ㅣ존재했는가, 아니면 인간이 만든 가… 더보기

다른 길은 없다

댓글 0 | 조회 118 | 2026.01.27
시인 류 시화자기 인생의 의미를 볼 … 더보기

2편 – 〈세기의 디지털 강도〉 (The Heist of Light)

댓글 0 | 조회 145 | 2026.01.27
“단 12초 만에, 79억 달러가 사… 더보기

향후 10년간 가장 인기 있는 직업 목록이 발표

댓글 0 | 조회 528 | 2026.01.27
이 5가지 진로는 뉴질랜드 학생들에게… 더보기

운도 실력이다 –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행운

댓글 0 | 조회 207 | 2026.01.27
골프장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목격한다… 더보기

‘조용한 살인자’ 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694 | 2026.01.23
지난(1월 20일)은 대한(大寒)으로… 더보기

2025년 의대 치대 수의대 38명 합격생의 공통점

댓글 0 | 조회 789 | 2026.01.22
출처 : https://www.huf… 더보기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s notice)

댓글 0 | 조회 677 | 2026.01.21
오늘은 출입금지 통지서(trespas… 더보기

1편 – 〈황금의 망령〉 (The Phantom of Gold)

댓글 0 | 조회 285 | 2026.01.16
840톤의 금괴가 사라진 날, 세계는… 더보기

아들 신발

댓글 0 | 조회 295 | 2026.01.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결혼해 집 떠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