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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심으라 하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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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에 유럽여행을 하면서 스위스의 도시, 취리히와 제네바를 둘러보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도시 어느 곳에 텃밭이 있었고 두어 평으로 나누어 개인별로 경작하게 하는데 그늘이 있는 앉을 자리를 제공하니 주말이나 시간 나는 대로 나와 심고 가꾸며 즉석에서 해 먹을 수 있었다. 자주 못 나오는 사람을 대신해서 농장 일꾼이 물과 거름을 주고 기본적인 손질을 하고 있었다. 이거 대박이다 싶었다. 미국의 한 친구는 마당 잔디밭 옆에 나무로 틀을 짜서 거름흙을 넣고 토마토며 오이, 가지, 호박 등을 심고 가꾸는데 많이 나서 자주 우리 집에 나눠주었다. 나도 따라 해 보았다.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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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밭두렁이란 말은 정겹다. 사라질까 아끼는 말이다. 이제 휴경지가 많고 기계의 도움으로 농사를 지으니 그깟 논두렁 밭두렁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오래전이다. 모내기가 끝나면 논두렁을 흙으로 다듬어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고는 거기에 ‘두렁거리’를 심었다. 손에 콩을 몇 알씩 쥐고 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두세 알을 넣고는 덮어주면 됐다. 훌쩍 자란 벼 옆에 콩이 경쟁하듯 자라고 그걸로 수확하는 콩만 해도 메주를 쑤어 된장을 만들 수 있었다. 메주를 쑤는 그 콩은 귀하신 몸이고 요리에 쓰는 콩기름은 거의가 수입산이다. 그런데 이게 문제의 핵심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해바라기를 심지 못하니 다른 식용유 값이 오르고 동남아 여러 나라,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나는 팜유도 비상이 걸렸다. 자기들 먹을 것도 모자라 팔지 않겠다하니 기름을 넣거나 기름으로 튀기는 식품이 오르고 있다. 밀가루도 값이 올랐다. 그러니 안 오를 것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 엥겔지수를 걱정하게 되었다. 밥상의 위기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기에 그런 줄로만 알다가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먹거리였고, 돈이 되는 것은 따로 있어서 농사를 홀대했다. 쌀을 안 먹으니 쌀이 남아 처치 곤란이라고 휴경하라 했다. 밀이나 보리는 수입하는 게 싸다며 안 심은 지 오래다. 무역(貿易)이라는 것이 원래 비교생산비 가설에 근거한 것이다. 잘 되는 곳에서 저렴하게 대량생산한 것을 약간의 운반비 등을 주고 수입해다 먹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바나나와 열대과일을 싸고 맛있게 먹게 되었다. 그러다가 보니 곡물의 자급자족률이 20% 정도로 내려간 모양이다. 우리 것이라며 날을 세우는 김치조차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고 배추 몇 포기라도 김장을 하느니 주문하면 문 앞에 갖다 주는데 누가 마늘, 고추, 생강, 새우나 까나리 액젓에 매실청을 넣어 소를 만들고 소금에 절인 배추에 버무리는 김치를 담그겠는가? 그러다가 먹거리를 팔지 않겠다하니 난리를 치는 것이다. 소위 식량위기, 식량안보다. 식량 자급률이 40%는 넘어야 된다고 들었다. 어쩌지요?


전쟁 말고는 기후 변화가 곡물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 많은 밀과 옥수수를 생산하지만 가물거나 홍수가 들어 실농(失農)을 하였다. 병이 들어 커피도 생산량이 급감했단다. 말라가는 일부 아프리카는 곡식은커녕 마실 물도 모자란다. 운이 나쁘려니 우리나라에도 지난 겨울에 많은 꿀벌들이 죽었다. 그 원인을 찾느라 고심하는 모양이다. 열매가 맺히려면 꽃가루받이가 필요하다. 그걸 도와주는 꿀벌이 없다면 먹고 사는 일에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고마움을 모른 채 꿀까지 뺏어먹고 살았던 건 아닌지….



고구마 줄기를 잘라 심고 모내기를 할 때이니 무엇이든지 심어보면 좋겠다. 거름을 잘 하면 튼튼하게 자랄 것이다. 싹이 트고 꽃을 피우고, 꽃 진 자리에 작은 열매가 크는 것을 보면 세상이 경이롭다. 누가 무슨 재주로 공장에서 고추 하나, 호박 하나를 만들어 내겠는가? 도시에 살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옥상이 비어있다. 노는 옥상이나 베란다가 너무 아깝다. 옥상에다 비닐이라도 깔고 거름흙을 담아 무얼 좀 심으면 좋겠다. 장려하는 도시농업이 아니라도 좋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자급자족을 하는 것이다. 실내 공간을 활용하도록 수직재배, 수경재배를 돕는 제품도 많이 있다. 먹거리 아니면 보고 즐길 관상식물, 반려식물도 좋다. 춘약불경(春若不耕)이면 추무소망(秋無所望)이라 하였다. 씨 뿌리고 가꾸면 일거오득(一擧五得)은 된다. 아직 5월 초다. 늦은 때는 없다.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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