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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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Him

0 개 1,212 김준

‘웰링턴 허리케인즈….?’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연락처 확인을 위해 이메일 주소를 받았을 때 내심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이거 혹시.. 이 녀석 웰링턴을 베이스로 한 10대 갱 조직의 멤버인것은 아닐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들어도 10대 후반, 치기 어린 시절에 친구들끼리 모여 무슨 ‘파’니 무슨 ‘조직’이니.. 장난처럼 지어 냈을법한 이름을 이메일 주소로 받았으니… 건실한 십대로 보기에는 좀 어렵겠다는 선입견을 갖는것이 오히려 당연할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하디 선한 아이의 미소 어린  얼굴을 대하고 나서는 잠시나마 제가 엉뚱한 생각을 했었구나 싶었고, 뒤이어 들려주는 이메일주소에 대한 사연에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G는 어릴적 웰링턴에 살았었는데 1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럭비를 즐기게 되어 지역 팀에 가입했더랍니다. 그리고 그 지역팀의 이름이 ‘웰링턴 허리케인즈’였던 것이죠. 어쩐지 이름 뒤에 선수번호 같은 번호가 붙어 있더라니.. 이미 그 팀을 떠난 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소속팀과 럭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밝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제가 비록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되지만 가끔씩은 그들에게서 인생의 또 다른 면을 배우는 적이 있는데 G도 그 중에 한 명 이었다고 말할수 있겠네요. 얼굴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긍정의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 그리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엄격함과 주변 모두를 아우르는 넓고 깊은 생각..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G는 또래의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성숙하면서도 밝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특유의 성실성에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한 육체까지 더해 한마디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다 거기서 거기라던가요… 제가 보는 G의 모습이나 학교의 학생들이 보는 모습이 결코 다르지는 않을 터.. Y12에 G는 Head boy로 선출 되었고 임기 동안 공부에 치이고 학교 일에 치이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항상 예의 그 미소를 잃지 않았습니다. G의 밝은 마음과 긍정적 자세는 학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공부하던 물리, 화학에서도 다른 학생들을 앞서 나가는 발군의 성적을 일구어 냈지만 그 외의 과목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던 것을 보면.. G야말로 흔히 말하는 ‘엄친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거기에다가 대학 입시에서 조차 많은 학생들이 염원하는 IVY league에 발을 디뎠으니 도대체 모자라는게 뭘까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제가 이렇게  G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저는 가지지 못한 중요한 한가지를 G가 넘치도록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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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한 ‘긍정의 힘’ 입니다. 힘들고 어렵다는 IB 과정을 공부하며 G 혼자서 맘 편할 수는 없었을 텐데도 G는 눈 앞에 닥친 어려움 속에서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고 과욕을 부리다가 괴로워 하기보다는 합리적인 목표를 세워 그에 매진하는 10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성숙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내비치지 않은 속내야 제가 다 알 수는 없었겠지만 G가 만약 마음속 불덩이를 삭혀서 온화한 미소로 승화시키며 살았던 거라면 이건 더더욱 대단한 친구가 아닐 수 없겠지요. 


“ ‘긍정’이란 스스로의 모습과, 처한 상황과,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예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에서‘긍정’에 대한 동서양의 정의들을 찾아서 다 아우르니 이런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는데요. 어쩐지 제게는 이런 고차원적인 정의보다는, 몸이 아파서 망쳐버린 시험결과를 한 동안 바라보다가 한숨 한번 푸욱 내 쉬고는 ‘뭐.. 다음에 잘하면 되지요..’라며 씨익 웃던 G의 미소가, 아쉬움과 결연함과 희망을 품은 그 미소가 더 현실적인 정의로 다가 옵니다. 


똑 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힘든 상황에서 ‘힘들어.. 힘들어..’를 연발하는 사람이 있고 묵묵히 미소지으며 상황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명은 자신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 사용하며 일하기에 힘들기만 한 것이고, 다른 한 명은 땀흘려 일하면서 육체의 강인함을 키우기에 미소 짓는다 할 수 있겠지요. 



2022년 첫번째 term. 


오늘도 또 하루의 힘든 학업을 이어가야 할 우리의 아이들에게 G의 미소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미소 띈 얼굴이 주장하던 ‘긍정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어려움이 종국엔 여러분의 강인함을 키워 줄 거라고, 꼭 그럴 거라고, 그런 믿음으로 생활했고 지금도 미소 띈 얼굴로 삶을 매진하는 그런 선배가 있다고, 어렵겠지만 긍정의 미소를 한번 지어보라고.. 그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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