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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0/2010. 09:44 NZ코리아포스트 (125.♡.241.223)
아이비리그 진학 칼럼
10월은 뉴질랜드에서의 이민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15년 전 오클랜드 공항에 내려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보며 희망에 부풀었던 때가 10월이었다. 주말이면 바닷가에서, 방학이면 캠프장에서 소꿉놀이 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이들에게 그 시간들은 일생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환경은 아이들을 활동적으로 성장하게 해 주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여러가지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를 생각하면, 필자는 마치 아이들의 전용 운전기사였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곤 한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의 일이다. 아이가 하키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장비를 구입해주고 그저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운동하는 것이려니 했다. 팀에 들어가서 연습 몇 번 하더니 토요일 아침 게임에 참여해야 한단다. 아이가 경기의 규칙이나 알려나 싶고 번거롭다는 생각과 함께 졸린 눈을 비비며 찾아간 경기장에서 삼삼오오 모여있는 키위 부모들을 보며 참으로 신선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집은 아예 온 가족이 다 나와서 응원하고 있었고, 다들 즐거운 모습으로 그 시간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 아이를 그곳에 데려다 주고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얼른 집으로 돌아올 것만 생각한 나와 비교해보며‘부모 노릇’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다는 것은 결과만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하는 마음과는 차이가 있다. 결과에 의미를 두면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모든 노력이 허사로 느껴지지만, 과정에 의미를 두면 모든 순간의 노력은 의미를 갖게 된다.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시도해보고, 성공을 경험하든 실패를 경험하든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잘 할 때는 박수를 보내며 기뻐하고, 넘어질 때는 격려와 함께 스스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기뻐하는 그 모든 과정 자체가 부모로서의 참된 보람인 것을 배운다.
키위 동료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몇몇 동료가 피자를 주문하면서 양파를 빼달라, 피망을 빼달라 할 때면, 왜 어릴 때 부모들이 골고루 먹도록 가르치지 않았을까 한심해 했다. 비록 아이가 아주 중요한 시기에 공부를 게을리해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 하더라도, 17세가 되자마자 독립선언을 하고 집을 떠나도 키위 부모들은 반대하고 막아서는 대신에 존중해주고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쪽을 선택했다. 필자의 ‘왜 더 좋은 길이 있다고 믿으면 설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그 나이 때에 본인도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권리를 누렸듯이 같은 이유로 자식의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비록 부분적으로 모나게 편식하듯 살지라도 시간을 투자하고 얻을 수 있는 외적인 결과보다는 과정 하나하나를 스스로의 의지를 시도해보면서 이루어가는 내적인 성장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이들의 삶의 방식이다.
이민생활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내 문화의 장점과 키위 문화의 장점을 모두 적용해서 더 바람직한 일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결과보다는 아이가 성장해가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자 노력한다. 가끔은 큰 아이를 키우면서 터득한 지름길로 둘째를 유도하고 싶다는 충동이 인내심을 갖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켜봐야 함을 잊고 조바심을 내게 한다. 자식들은 건강한 환경을 마련해주면 씩씩하게 잘 자란다. 중요한 것은 부모도 자식에게 건강한 환경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일 아침 졸음에 겨운 자식을 깨우는 순간부터 나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말고, 조바심내지 말고, 자식을 믿고 지켜봐 주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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