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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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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거의 앞둔 바쁜 시간에 허둥거리며 뛰어 들어간 우체국. 아무도 없는 빈 홀 안에 정리를 서두르는 직원들만 카운터 앞에서 서성거린다.

  “헬로! 쏘리”로 다가가는 나를 처음보는 남자직원이 괜찮다는 듯 잔잔한 미소까지 흘리며 편안하게 맞이한다. 기분좋게 볼 일을 마치고 의례적인 인사로 “Thank you” 하며 돌아서는 등 뒤에서 “안녕히 가세요”발음도 정확한 말이 들려 왔다.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니 그 잘생긴 사십대 남자가 “놀랐어요?” 하는 표정으로 화들짝 웃으며 이번에는 한 수 더 뜨듯 “또 오세요” 한다.

  너무 당황한 나는 얼떨결에 “네 네”하는 대답만 하고 서둘러 나와 버렸다. 내가 코리안이라는 걸 어찌 알았을까? 대개 “니 하오마”나 “곤 니찌와”로 아는체 하며 인사하는 사람들은 길에서도 종종 만난다. 그 때마다 “안녕하세요? 나는 코리안이다.”라고 반박하며 무안을 주곤 했는데….

  한국말은 어디서 그렇게 잘 배웠을까. 얼마만큼 하는지 붙잡고 물어 보며 후련하게 수다라도 떨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가슴으로 한가락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같은 기분. 놀랍고 반갑고 대견하고 기뻤다. 이 나라 키위가 그렇게 한국말을 멋지고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 속에 살면서 영어를 배우려고 안간힘 하듯 가끔씩은 그들도 우리말을 하고 싶어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살아가는데 자신감도 생기고 힘이 보태진다. 영어 때문에 위축받고 바보처럼 웅크려 살다가 마음이 너그러워지는걸 느끼기 때문이다. 동양인은 그저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만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은 그들만큼 우리의 이민역사가 길지 않아서 그렇다지만 더러 한국여성과 결혼해서 사는 남자들까지 한국말을 배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직 영어만을 고집해 십수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가 진정한 속엣말을 나눌 수가 없다고 들었다. 혹시 그 남자는 한국인 아내와 살면서 열심히 처가나라 말을 배운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는 너무나 훌륭한 남편이지 않은가.

  이민 역사가 짧고 교민숫자 또한 많지 않으니 지구상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는 무식한 사람들도 있는 것같다. 허지만 “아이 엠 코리안”하면 “사커 굿 코리아”하면서 월드컵 4강의 나라였었다는 것을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알아주어 기분을 붕 뜨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도 있어 반갑다.

  어느 지인 한 분이 절친한 키위분을 모시고 한국행을 동행했다가 너무나 놀라는 모습에 가슴이 활짝 펴지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 나라에 이민와서 사니까 코리아라는 나라는 아주 형편없이 못사는 후진국으로 아는 모양이었다. “너희는 이렇게 잘사는 나라에서 왜 이민을 왔느냐?”는 물음에 그 분은 어찌 대답했을까? 어떤 말로 그들을 이해시켜야 할지 참 그렇다. 어찌되었건 그 분은 그 후로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아이처럼 말도 따라 배우려 하고 많이 존중해 주더라고 좋아했다. 뭔가를 인정했을때 갖게 되는 관심, 바로 그게 키 포인트다.

  “안녕하세요?”어느날 골프장에 들어서는 순간 키위 매니저가 우리말 인사를 해 와 놀랜다. 무슨 말인가 또다른 말을 해보려고 더듬거리고 애쓰는 모습이 애교스럽고 호감이 간다. 한국사람들이 유독 많이 드나드는 곳이어서 그들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우선 숫자가 많아야 파워가 생긴다는 실례여서 우리는 거기에서 열세를 면치 못해 안타깝다.

  요즈음은 땅덩어리 큰 중국이 세계적으로 이목이 집중되어 있어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은 추세다. 우리는 작은 나라지만 경제대국으로 세계 속에 자리하고 있음이 자랑스럽지만 이 나라에서는 역부족임이 분명하다. 우리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니 하오마”가 아닌 “안녕하세요?”로 분명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1.5세대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잊지 않도록 교육하고 관심을 갖는 일, 가슴깊이 명심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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