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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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래

0 개 2,760 오소영
‘하늘을 쳐다보며 사-뿐 귀에다 손을 대보라 구름이 방긋 웃는 소리 고요하게 들린다.’

밝고 맑은 꿈을 꾸던 어린시절. 푸른 풀밭에 누워 드넓은 창공에 미래의 멋진 삶을 마음껏 스캐치하며. 점저이 흘러가는 구름에 무한대의 부푼꿈을 실어볼 때. 들꽃들의 간지럽게 소곤거리는 소리와. 구름이 흘러가며 웃는소리.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아름다운 하모니로 꼬마 수녀를 축복 해 주었다.

‘저 쪽에서 이 쪽에서 웃음소리가 우리귀에 들려온다 저 하늘 끝까지. 아하하 오호호 에헤헤....’ 가랑잎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터져나오던 그 때. 정말 헤프게 참 많이도 웃었다. 내게도 그런 때가 있었구나.

‘내가 다니던 학교에 선생님은 싱글벙글 선생님. 덕망있고 인자한 우리 선생님 싱글벙글 선생님.’  

코믹하고 명랑한 미국민요를 부를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어떤 얼굴이 있다. 싱글벙글은 커녕 굵은테 안경너머로 보이는 선생님 눈은 겁만 잔뜩 주던 무서운 호랑이. 칙칙한 얼굴에 키가 작달막한 그 선생님이 교단에 올라 훈시를 할 때면 지루하고 짜증이 나서 앞의 아이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치다가 들켜서 혼도나고... 두렵기만 하던 그 선생님이 유독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두텁고 짙은 눈섭밑에 강하게 빛나던 눈빛이 바로 그 분의 멋진 카리스마였던가.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이젠 저 세상 가시고 안 계시겠지.

백발을 날리며 낭낭하게 소리를 모으는 ‘시니어 합창단’ 노래 부를땐 그 거추장스러운 나이같은 것 미련없이 내던지고 꿈을 쫓는 동화속의 아이들이 되지만 노랫말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긴 여정을 걸어온 숨가뿐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기에 이젠 그 감동을 가슴으로 노래한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차고....’ 흔히들 부르는 등대지기 노래. 싸늘한 겨울밤. 달빛에 빚긴 긴 그림자를 밟으며 공부에 지쳐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하던 엄마. 등대지기가 되어 한 가정을 지켜내던 시절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때가 한 여자로써 아내로 어머니로 가장 행복했던 인생의 황금기가 아니었을까. 뜨거운 열정과 사랑으로 지켜낸 소중한 내 가정. 내 이웃. 그리고 나의 모든 것들을.... 우리는 지금 그 거룩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의 마음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윤끼잃고 메말라가는 정서가 너무나 아쉽다.

삶에 있어서 희. 노. 애. 락.이 없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 없을까. 행복속에 묻혀 나른한 피로를 풀다보면 어느새 격랑의 파도가 밀려와 절망의 절벽 끝까지 몰고가는 인생항로. ‘물결치는 작은 배 위에 등불만 흔들리고...’ 아슬아슬하지만 그 고비를 잘 넘기고나면 물결은 더욱 잔잔해져 다시 새 희망으로 넘친다. ‘바다로 가자 물결 넘실 뛰노는 바다로 가자’ 어느새 바다는 예쁜 노래가 되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 우리를 다시 부른다. ‘초록빛 바다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초록빛 어여쁜 손이 되지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대할 때. 주위의 모든 것들도 아름답게 나를 반긴다.

또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더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며 크리스마스 캐롤도 부른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응축된 한을 등에지고 구비구비 고개를 몇구비나 넘어왔을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내가 넘을 고개는 몇개나 남았을까. 아리랑 고개를 다 넘으면 거기는 무엇이 기다리는 세상일지... ‘초가집 삼간을 저 산밑에 짓고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볼까나’ 질펀한 자연속에 묻혀 가슴을 활짝 열어놓고 노래부르는 지금의 내 삶이 바로 흐르는 시내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eden동산에 올라 저 아래 길을 더듬어 저-기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12월의 꽃. 포후투카와 꽃비와 어우러진 푸르름속에서 작은 한 점을 찾아낸다. 저게 바로 내 초가집 삼간이질 않던가.

아리랑 고개를 잘도 잘도 넘으며 또 한 해 마지막 달을 노래에 실어본다.

이 한 해를 보내면서 그동안 사랑으로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성원 보내주시기를 기대하면서 교민 각 가정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오  소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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