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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이 많으면 떠내려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의 일을 내 일같이 여기고 인정이 많다는 게 참 좋을 수도 있지만, 인정이 많으면 물에 떠내려가듯 휩쓸립니다. 물론 인간적인 정은 있어야 하되, 자기 자신이 물 같은 존재여야 됩니다. 물이라는 것은 컵에 담으면 마시는 물이 되고 대야에 담으면 세수하는 물이 되고, 흘러서 강을 이루고 바다가 되고 자기를 주장하지 않죠.
늘 자신은 물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나 사물은 그 물에 들어와서 노는 고기가 되어 내 안에서 헤엄치고 놀다가 싫증나면 가 버리고 하는 존재입니다. 뭘 주장하지 않아요. 그냥 들어오면 들여놓았다가 나가면 내놓았다가 그렇게 하십시오.
들어오면 들어오나 보다, 나가면 나가나 보다 할 뿐 들고 나는 것을 참견하지 않아요. 주인이 자기 자신입니다. ‘아, 손님이 왔구나’, ‘아, 가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면 됩니다. 자기는 늘 제 자리에 있으면서.
참견을 안 한다고 해서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느냐? 그게 아닙니다. 원격 조정하는 거죠. 항상 멀리서 바라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더 잘 보입니다. 사람도 너무 가까이 보면 코만 보이고 안경만 보이고 그렇죠. 입에 고춧가루 낀 것까지 너무 자세히 보입니다.
그런데 떨어져서 보면 형체가 다 보입니다. 늘 시야를 근시안적으로 보면 자꾸 흠만 보이는데 거리를 띄어서 보면 정확하게 보입니다. 점점 더 거리를 띄어서 지구를 띄어놓고 보시고, 우주를 띄어놓고 보십시오. 지구 속의 그 사람, 우주 속의 그 사람…….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점 같이 보이고 개미같이 보이죠. 우주의 일부로서 보이는 겁니다.
우주 속에 점찍은 거 가지고 참견할 일이 뭐가 있나요? 우주와 같이 돌아가는 것이고 자신의 갈 길로 가는구나, 이렇게 크게 보입니다. 왜 자꾸 단점이 보이느냐 하면 너무 가까이서 보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돌리지도 못해요. 완전히 고정돼 있어서 사시가 되어 있습니다. 한 곳만 계속 보이니까 별 게 다 보이죠. 주근깨 있는 것까지 보이고, 못 마땅할 수밖에 없습니다. 띄우고 보십시오.
시간도 그렇습니다. 오늘, 지금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 같지만 시간도 이렇게 띄워서 보라고요. 한 달 후를 보십시오. 지금 당장은 싸워서 난리 날 것 같아도 한 달 후로 시간 여행을 가보세요. 한 달 후의 그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글부글 끓는 게 없어집니다. 진정이 돼요. 한 달 후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알아요? 눈부시게 변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항상 시야를 망원경으로 보듯이 보시고, 시간도 길게 잡아서 보세요. 나라가 당장 망할 것 같아도 한 달 후에 보면 또 엄청난 변화가 있어요. 급변하는 세계정세잖습니까. 굉장히 빨리 돌아갑니다. 한 달 전 신문하고 한 달 후 신문을 보십시오. 그 날이 그 날인 것 같지만 엄청난 변화가 있습니다. 그렇게 띄워서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