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0 개 1,051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 허 수경

 

문득 나는 한 공원에 들어서는 것이다 

도심의 가을공원에 앉아있는 것이다 

이 저녁에 지는 잎들은 얼마나 가벼운지 

한 장의 몸으로 땅 위에 눕고 

 

술병을 들고 앉아있는 늙은 남자의 얼굴이 술에 짙어져 갈 때 

그 옆에 앉아 상처 난 세상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얼마나 다른 이름으로 나, 오래 살았던가 

여기에 없는 나를 그리워하며 

지금 나는 땅에 떨어진 잎들을 오지 않아도 좋았을 

운명의 손금처럼 들여다보는데 

 

몰랐네 

저기 공원 뒤편 수도원에는 침묵만 남은 그림자가 지고 

저기 공원 뒤편 병원에는 물기 없는 울음이 수술대에 놓여 있는 것을 

 

나는 몰라서 

차가운 해는 뜨거운 발을 굴리고 

지상에 내려놓은 붉은 먼지가 내 유목의 상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동안 

술 취해 잠든 남자를 남기고 

나는 가을공원에서 나오는 것이다

 

 

e723c2f5cd5472fdef8235a8584fa70d_1556056281_4367.jpg
 

♣ 허 수경 : 시집으로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파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길모퉁이의 중국식당>>,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가 있다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낙타는 십리밖에서도

댓글 0 | 조회 1,058 | 2019.10.09
시인 허 만하길이 끝나는 데서산이 시… 더보기

농담

댓글 0 | 조회 1,058 | 2019.07.10
시인 이문재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 더보기

뿌리로부터

댓글 0 | 조회 1,052 | 2019.02.27
나 희덕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이… 더보기
Now

현재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댓글 0 | 조회 1,052 | 2019.04.24
시인 : 허 수경문득 나는 한 공원에… 더보기

먼지의 무게

댓글 0 | 조회 1,051 | 2019.03.27
시인: 이 산하복사꽃 지는 어느 봄날… 더보기

어머니의 마당

댓글 0 | 조회 1,046 | 2018.12.21
글쓴이: 성 백군마당이 넓은 집십수년… 더보기

식민지의 국어시간

댓글 0 | 조회 1,041 | 2019.12.11
시인:문 병란내가 아홉 살이었을 때2… 더보기

결혼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034 | 2022.08.23
시인 정 호승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 더보기

마디

댓글 0 | 조회 1,022 | 2016.07.14
글쓴이: 김 세영절지동물보다 마디가 … 더보기

그 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댓글 0 | 조회 1,019 | 2021.12.21
시인 함민복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더보기

즐거운 유숙留宿

댓글 0 | 조회 1,001 | 2020.08.12
시인 : 오민석푸른 안개에 잠긴 숲이… 더보기

길에서

댓글 0 | 조회 993 | 2019.11.27
시인 황 동규무너진 사당 앞나뭇가지에… 더보기

틈. 생명의 집

댓글 0 | 조회 993 | 2018.09.29
이운룡틈은 우주의 집, 무한 끝없다.… 더보기

눈풀꽃

댓글 0 | 조회 979 | 2020.10.29
루이스 글릭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 더보기

찬란

댓글 0 | 조회 974 | 2017.12.20
이 병률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더보기

안 보이는 사랑

댓글 0 | 조회 968 | 2021.04.14
시인 송재학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 더보기

저 거리의 암자

댓글 0 | 조회 948 | 2021.04.28
시인 : 신 달자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더보기

때로 나는 지루한 서정이 싫다네

댓글 0 | 조회 944 | 2018.01.31
김 용택시냇가에 파란 새 풀이 돋아나… 더보기

길에 관한 독서

댓글 0 | 조회 944 | 2018.02.28
이 문재1한때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더보기

전화

댓글 0 | 조회 932 | 2021.07.14
시인 마종기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 더보기

여름의 침묵

댓글 0 | 조회 928 | 2020.02.12
시인 : 마 종기그 여름철 혼자 미주… 더보기

초록의 힘

댓글 0 | 조회 922 | 2021.11.24
시인 오민석초록의 힘은 자라는 것초록… 더보기

母性의 바다

댓글 0 | 조회 918 | 2021.06.09
■ 글쓴이 최 재호타마키 드라이브를 … 더보기

젖은 신발

댓글 0 | 조회 917 | 2021.05.26
시인 이 정록아이들 운동화는대문 옆 … 더보기

새해 아침

댓글 0 | 조회 911 | 2022.01.12
시인 송 수권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