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0 개 899 오클랜드문학회

시인 복 효근


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사랑은 이렇게 달콤하다는 듯

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


채웠던 단물이 다 비워진 다음엔

이내 버려졌을,

버려져 쓰레기가 된 종이컵 하나

담장 아래 땅에 반쯤은 묻혀 있다


한때는 저도 나무였던지라

낡은 제 몸 가득 흙을 담고

한 포기 풀을 안고 있다

버려질 때 구겨진 상처가 먼저 헐거워져

그 틈으로 실뿌리들을 내밀어 젖 먹이고 있겠다


풀이 시들 때까지나 종이컵의 이름으로 남아 있을지

빳빳했던 성깔도 물기에 젖은 채 

간신히 제 형상을 보듬고 있어도

풀에 맺힌 코딱지만한 꽃 몇 송이 받쳐들고 

소멸이 기꺼운 듯 표정이 부드럽다


어쩌면 저를 버린 사람에 대한 

뜨거웠던 입맞춤의 기억이 

스스로를 거듭 고쳐 재활용하는지도 모를 일이지

1회용이라 부르는

아주 기나긴 생이 때론 저렇게는 있다.


시인 복 효근

(복효근·시인, 1962-)


6290afc2715596f44c543eef9de22b2e_1636507963_8625.png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귀가

댓글 0 | 조회 1,110 | 2021.01.27
시인 도종환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더보기

명자나무 우체국

댓글 0 | 조회 1,144 | 2021.02.11
올해도 어김없이 편지를 받았다봉투 속… 더보기

겨울 폭포

댓글 0 | 조회 1,086 | 2021.02.24
나이에 맞게 살 수 없다거나시대와 불… 더보기

안동소주

댓글 0 | 조회 1,242 | 2021.03.10
시인: 안 상학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 더보기

내 마음의 당간지주

댓글 0 | 조회 1,116 | 2021.03.24
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 더보기

안 보이는 사랑

댓글 0 | 조회 971 | 2021.04.14
시인 송재학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 더보기

저 거리의 암자

댓글 0 | 조회 953 | 2021.04.28
시인 : 신 달자어둠 깊어가는 수서역… 더보기

나는 죽어서

댓글 0 | 조회 1,353 | 2021.05.11
시인: 이 운룡나는 죽어서 보잘 것 … 더보기

젖은 신발

댓글 0 | 조회 923 | 2021.05.26
시인 이 정록아이들 운동화는대문 옆 … 더보기

母性의 바다

댓글 0 | 조회 926 | 2021.06.09
■ 글쓴이 최 재호타마키 드라이브를 … 더보기

유배(流配)

댓글 0 | 조회 872 | 2021.06.23
시인 우대식오늘날에도 유배라는 것이 … 더보기

전화

댓글 0 | 조회 939 | 2021.07.14
시인 마종기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 더보기

대동강 247킬로미터

댓글 0 | 조회 891 | 2021.07.28
시인 이문재1.4 후퇴 때 내려온평양… 더보기

고요를 믿다

댓글 0 | 조회 740 | 2021.08.11
시인 김 용택새들의 이동 시간은 이유… 더보기

겨울 숲

댓글 0 | 조회 802 | 2021.08.25
시인 복 효근새들도 떠나고그대가 한 … 더보기

이런 신발

댓글 0 | 조회 1,899 | 2021.10.13
시인: 주영국의사당을 나서는 대통령을… 더보기

공중

댓글 0 | 조회 844 | 2021.10.27
시인 송 재학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 더보기
Now

현재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댓글 0 | 조회 900 | 2021.11.10
시인 복 효근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 더보기

초록의 힘

댓글 0 | 조회 933 | 2021.11.24
시인 오민석초록의 힘은 자라는 것초록… 더보기

기차를 기다리며

댓글 0 | 조회 858 | 2021.12.08
시인 천 양희기차를 기다려보니 알겠다… 더보기

그 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댓글 0 | 조회 1,021 | 2021.12.21
시인 함민복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더보기

새해 아침

댓글 0 | 조회 917 | 2022.01.12
시인 송 수권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 더보기

내 마음의 방

댓글 0 | 조회 811 | 2022.01.27
■ 시인 박 노해지상에 집 한 채 갖… 더보기

자카란다 나무 아래서

댓글 0 | 조회 1,282 | 2022.02.10
■ 최 재호보라색 자카란다 꽃잎이 떨… 더보기

청춘바람

댓글 0 | 조회 811 | 2022.02.23
시인 이 운룡청춘의 말은 시고 떫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