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여름철 과일과 채소
여름은 과일과 열매채소의 계절이다. 기온이 높고 낮 시간이 길며 햇빛이 강렬해서 모든 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이러한 풍요로운 열매들이 있기에 우리는 작열하는 태양 속에서 땀을 흘리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여름철에 특히 미각을 돋우는 복숭아 자두 살구는 여름철 과일 'Summerfruit'로 통칭되며, 이태리 요리에 많이 들어가는 토마토도 여름철 열매채소다. 언제나 넉넉한 자국 내 생산과 세계적인 교역의 덕택으로 우리가 사시사철 풍성하게 즐기는 이들 과일과 열매채소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과일과 열매채소는 기온이 높아야 잘 자라며 품질이 좋게 된다. 그래서 생산하기 어려운 다른 계절보다는 제철인 여름에 이러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우리 건강에 유리할 뿐 아니라 환경 친화적인 소비가 된다. 물론 겨울철에도 환경조건만 만들어 주면 이들 여름철 채소를 생산해 낼 수 있지만 품질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게다가 재배기간에 난방연료의 소요가 많아서 환경에 막대한 부담을 주게 된다. 반면에 저온성 채소인 상추나 무, 배추는 여름철에 생산하기가 몹시 힘이 들어, 고랭지나 특별한 환경 조건을 만들어 주는 데에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저온성 채소류는 여름철에는 되도록 멀리 해야 한다.
그러면 여름철 과일과 채소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몸 속의 독소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복숭아, 씨까지 약제로 사용하는 살구, 신과일의 대명사로 알려 졌지만 요즈음에는 달콤한 품종이 더 많은 자두, 피로 회복에 좋다는 포도, 완벽한 식품으로 알려진 아보카도, 최근 인기가 높은 블루베리 등이 있다. 또한 채소 가운데 고추처럼 열매를 맺어 이들을 즐기게 되는 것을 열매채소라 한다. 세계에서 인류가 가장 많이 소비하는 토마토, 비타민 C의 보고로 우리와 친근한 고추, 된장찌개에 빠질 수 없는 호박, 아랍에서는 이들 요리를 마스터해야만 시집을 갈 수 있다는 가지, 여름철 더위를 잊게 해주는 수박과 참외, 열대지방 사람들이 즐겨 찾는 오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면 이들을 모두 다 먹어야 하는가? 그렇다 가능하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이들 여름 과일과 채소도 개인에 따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고, 즐겨 찾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개인의 기호에 따라 즐기는데, 가능하면 빨강, 노랑, 자주, 초록, 흰색의 다섯 부류의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에게 친숙하지 않는 과일과 채소도 하나 둘 층을 넓혀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잘못된 여름철 과일과 채소류의 소비 형태를 살펴보자. 앞에서 지적한 무, 배추는 저온성 채소로 여름철에는 고랭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한 여름에도 배추김치를 즐기려는 현대 소비자들로 이들을 무리하게 생산해 대느라 한국의 고랭지가 몸살을 앓고 있으며, 무척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 금치 소리를 듣기도 한다. 또한 여름철에 산과 바다에서 삼겹살에 상추를 즐기려는 행락객들도 가장 품질이 좋지 않은 상추를 가장 높은 가격에 구입하게 된다. 그러므로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여름철에는 이러한 메뉴를 피하는 대신에 제철 농산물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서 즐기도록 해야 한다.
여름에는 제철에 많이 생산되는 과일과 열매채소를 가능한 많이 찾도록 하고, 여름철에 생산하기 어려운 저온성 채소류는 봄 가을로 미루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어린이들에 대한 건전한 식생활에 대한 교육과 이들에 대한 접근 기회의 마련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만약 엄마가 들깨 잎을 좋아하지 않게 되면, 애들은 그걸 먹어 볼 기회가 없게 된다. 어렸을 적에 가능한 많은 기회를 마련해 주도록 해야 한다. 한국의 주부는 "파프리카는 애들이 안 먹어"라고 말하는 데, 일본의 주부는 "안돼, 이건 너의 건강에 좋은 거야"라고 애들을 설득한다.
반면에 뉴질랜드 학교를 포함한 서양에서는 '5 + A Day' 같은 어린이에게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자는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행히도 여기 뉴질랜드의 과일과 열매채소는 풍부한 일조량과 충분한 강수량으로 품질이 뛰어나고, 또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여름철 과일과 열매채소의 참 맛에 푹 빠져 보는 것이 어떨 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