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우체국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하늘 우체국

0 개 1,159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이 병철


하늘 우체국에 가본 적 있다

구름이 치는 전보 속에서는

깨알빛 새들이 시옷자 날개를 펴고

텅 빈 서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우체국을 품고 있는 산맥의 품에서

연필심 냄새가 수런수런 피어올랐다

만년설 아래에도 흑연이 숨어 있을까

나는 투명한 결정들이 지면을 이룬

거대한 엽서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 깜빡이듯 낮과 밤이 바뀌는 동안

사람과 산양들이 서툰 글씨로

저마다의 사연을 기록해둔 곳

잉크 자국조차 가물가물한 설원엔

펜 혹을 닮은 바위들만 솟아 있었다

나는 손바닥만 한 알프스를 사서는

그 뒷면에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마을까지 퍼지지 못하고

바람에 증발되는 목동의 노래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일까

눈 삼키다 멈춰선 제설차의 기침을

옮겨 적을 수 없었다, 그때

해발 3,500미터의 쓸쓸한 우체국에서

네가 있는 서울 반지하 주택까지의 거리가

크레바스보다 더 움푹 팬 흉터로 아려왔다

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엽서 위에

긴 문장을 적듯 천천히 우표를 붙였다

유리창에는 서리가 적어 놓은 주소가

소리 없이 지워지고 있었다


시인 이 병철

dc2be5eb30550a1b61fdcdd5ada7634b_1607470958_7776.jpg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여름의 침묵

댓글 0 | 조회 928 | 2020.02.12
시인 : 마 종기그 여름철 혼자 미주… 더보기

저녁의 노래

댓글 0 | 조회 1,088 | 2020.02.26
시인: 이 상국나는 저녁이 좋다깃털처… 더보기

댓글 0 | 조회 1,218 | 2020.03.11
시인: 신 경림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더보기

그 사람을 가졌는가

댓글 0 | 조회 1,685 | 2020.03.24
시인: 함 석헌만리 길 나서는 길처자… 더보기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541 | 2020.04.02
시인 김 영 남만약 어느 여자에게 이… 더보기

슬픔을 위하여

댓글 0 | 조회 2,236 | 2020.04.21
시인:정 호승슬픔을 위하여슬픔을 이야… 더보기

미자의 모자

댓글 0 | 조회 1,597 | 2020.05.01
시인 이 산하시를 쓸 때마다 이창동 … 더보기

종로, 어느 분식점에서 아우와 점심을 하며

댓글 0 | 조회 1,755 | 2020.05.12
시인: 황 지 우국수 두 그릇과 다꾸… 더보기

낯선 집

댓글 0 | 조회 1,564 | 2020.05.27
시인 배 창환나 오래전부터 꿈꾸었지내… 더보기

그리운 명륜여인숙

댓글 0 | 조회 1,436 | 2020.06.10
오 민석잠 안 오는 밤 누워 명륜여인… 더보기

오래된 집

댓글 0 | 조회 1,607 | 2020.06.24
시인 주 영국큰집 뒤안의 오래된 우물… 더보기

사랑의 동일성

댓글 0 | 조회 1,244 | 2020.07.14
시인 이 운룡왼손이 오른손을 잡고 속… 더보기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댓글 0 | 조회 1,329 | 2020.07.29
시인:류 시화너였구나나무 뒤에 숨어 … 더보기

즐거운 유숙留宿

댓글 0 | 조회 1,005 | 2020.08.12
시인 : 오민석푸른 안개에 잠긴 숲이… 더보기

산길

댓글 0 | 조회 1,207 | 2020.08.26
시인 : 성 백군산길을 간다한 걸음 … 더보기

봄비 2

댓글 0 | 조회 1,106 | 2020.09.08
시인 김 용택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 더보기

뼈아픈 후회

댓글 0 | 조회 2,196 | 2020.09.23
시인 황지우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 더보기

제3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수상자 발표

댓글 0 | 조회 1,800 | 2020.10.13
오클랜드문학회와 뉴질랜드 한국교육원 … 더보기

어깨너머라는 말은

댓글 0 | 조회 1,302 | 2020.10.13
시인 박지웅어깨너머라는 말은 얼마나 … 더보기

눈풀꽃

댓글 0 | 조회 986 | 2020.10.29
루이스 글릭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 더보기

수목장

댓글 0 | 조회 1,558 | 2020.11.11
시인: 권 대웅나무에게로 가리해에게도… 더보기

꽃과 저녁에 관한 기록

댓글 0 | 조회 1,322 | 2020.11.24
시인 고 영민노을이 붉다.무엇에 대한… 더보기
Now

현재 하늘 우체국

댓글 0 | 조회 1,160 | 2020.12.09
시인 이 병철하늘 우체국에 가본 적 … 더보기

공무가空無歌

댓글 0 | 조회 1,071 | 2020.12.23
시인 이 운룡껍질 벗긴 시간은 달콤하… 더보기

기스본의 일출

댓글 0 | 조회 1,256 | 2021.01.12
글쓴이: 최 재호새해 첫 새벽세상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