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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 노래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자비, 수확, 사랑, 치유를 상징하는 숭배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마녀를 감시하는 작은 악마, 특히 검은 고양이는 마녀나 악마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생각하여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한때 전 유럽을 강타했던 흑사병이 퍼진 이유가 쥐의 천적인 고양이를 핍박한 결과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요물로 불리며 불길한 상징의 대표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아기가 우는 듯한 울음소리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눈 때문에 불길한 동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요즘은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진 듯하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강하고 재빠르고 유연한 사람과 닮아 있다. 하지만 점점 늙어 이빨이 무디어지고 더 이상 쥐를 쫓을 수 없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 신경도 무디어지고 몸이 굼뜨게 된 노인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나 밤의 세레나데를 많이 알고 있는 고양이의 특성은 무언가 신비롭고 서사적인 느낌도 든다. 나는 간혹 노인들에게서 많은 세월 쌓인 경험으로 인해 삶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눈빛을 볼 때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으며 밤이면 도란도란 지난 세월에 대한 경험과 지혜들을 나누어 줄 수 있다.
또 그들은 그 깊이와 이해로 젊은이들을 자비롭게 포용하고 치유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닭은 울음으로 새벽을 알리는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간주된다. 닭이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상에서 생활하는 모습은 어둠과 밝음을 경계하는 새벽의 존재로서의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시계가 없던 시절 밤이나 흐린 날에는 닭의 울음소리로 시각을 알았고 실제 옛이야기에서도 시간을 알 수 없던 옛날 그 닭의 소중한 능력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있기도 하다.
닭의 이러한 특징 역시 생과 사의 중간에 있는 노인들의 특징과 닮아 있다. 노인들은 그 깊고 오래된 안목으로 환하게 밝아오는 새벽을 알리듯 젊은이들에게 삶에 대한 성찰과 통찰을 일깨워주고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