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닦으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구두를 닦으며

0 개 711 조기조

구두닦이라는 직업이 있다. 이제 귀하신 몸이 되었다. 열 번을 닦으면 싸구려 구두 값이 되고 50번을 닦으면 좋은 구두 하나 값이 된다. 구두를 잘 닦으면 발걸음이 조심된다. 잘 차려입지 않아도 말쑥해 보인다. 그래서 아끼지 않고 구두를 닦는다. 구두에 그냥 내려앉은 먼지를 없애는 방법이 하나 있다. 미지근한 물을 흘리면서 가볍게 구두를 헹구는 것이다. 그러면 먼지는 쓸려간다. 광이 죽기 전에 한 두 번은 가능하다.


e5e83e5b8d9f59760b00dedcc152c8d4_1657587780_2387.png
 

먼지가 뿌옇게 앉아서 털어 내려다 놀라서 그만 두었다. 옆으로 보니 그냥 흙먼지가 아니었다. 아뿔싸! 이 도시에도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중국대륙에서 날아온 황사는 아니었다. 샛노란 것이, 마치 개나리 꽃 같아 보이는 것이 무엇이던가? 해가 긴 윤사월에 흩날렸다는 그 송홧가루다. 잘 모아서 떡 고물로 쓸 그 송홧가루가 내려앉은 구두...... 닦지도 씻지도 않기로 했다. 댓돌위에 가만히 벗어 놓는다. 그래, 언제 내가 너를 생각했었더냐? 미안해서 연습한답시고 구두에 대한 낙서를 해 보았다. 모두 시시(詩詩) 하는데 시는 아니고 시시한 낙서 말이다.


분식(粉飾)


검은 구두에 앉은 먼지

털려고 보니 노오래서 그냥 둔다.

낮은 데서 무거운 짐 지고

불평 한번 안 했었지

덥다고 춥다고 젖었다고

내색 한번 안 했었지   

네 밑창이 닳도록 

뛰어 다니면 되는 줄 알았지


애써 외면했네.

네 가쁜 숨소리

온 데가 다 삐거덕 거리는 소리 

 

송홧가루 분 바르고 너도 한 번 뽐내라.

고생 많은데

고생 했는데

내게 엄마 품을 내어 주느라고.


분식(粉飾)이란 분을 발라 ‘이뻐보이게’ 꾸민다는 말이다. 화장(化粧)이라고 한다. 회계장부를 조작한다는 말 보다 그냥 분발라 예쁘게 하는 것으로 말버릇이 되었다. 생얼이나 민낯으로 사는 것이 좋겠지만 빠알간 입술연지라도 발라야 생기 도는 사람 같지 않던가?


약속시간이 조금 남아, 그냥 기다리느니 길가의 부스(booth)에서 구두를 닦는다. 그런데 만날 사람이 왔다. 그래서 대충 닦아달라고 했다. 대충이라고요? 똥그랗게 눈을 뜨고는 그리는 못한단다. 직업에 대한 긍지가 있다. 한참이나 설교를 들어야 했다. 4,000원의 가치에 대해서, 살아온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그 만의 기술에 대해서..... 끝이 없다. 그래, 좋다. 그런 정신이라면...... 장인이 따로 없다. 하여간에 구두닦이들이 사라지니 구두를 닦기 어려워서 내가 불편하다.



정장에는 어울리지만 대체로 구두는 딱딱하고 불편하다. 그래서 가볍게 다닐 요량(料量)으로 운동화를 사려는데 충격을 흡수하면 좋겠다 싶어 스펀지 같은 바닥에 보드라운 깔창을 넣어야지 했다. 그 생각을 못했다. 타이어처럼 바람을 넣은 신발. 바람이 들어 몰캉함이 느껴지는 신발이 있었다. 좋기는 하다. 그런데 가격(價格)을 보고 가격(加擊)을 당한 기분이다. 운동화가 구두보다 비싸다. 심지어 자동차 타이어보다 비싼 것이 있다. 아파서 걷지를 못한다면야 무얼 못하랴 싶지만 공짜로 숨 쉬는 공기를 좀 집어넣었다기로서니 이럴 수가 있나 싶어 망설이고 있다. 신발의 다른 부분은 그리 좋지 않아도 된다. 바닥에 바람이나 좀 넉넉하게 넣어다오. 바람 값은 어차피 못 받을 테고 바람 넣는 값은 바가지 씌우지 마시라오!


■ 조기조(曺基祚 Kijo Cho)


- 경남대학교 30여년 교수직, 현 명예교수 

- Korean Times of Utah에서 오래도록 번역, 칼럼 기고 

- 최근‘스마트폰 100배 활용하기’출간 (공저) 

- 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비상근 이사장으로 봉사 

- kjcho@uok.ac.kr  

고양이 목의 방울

댓글 0 | 조회 718 | 2022.07.26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유럽과… 더보기
Now

현재 구두를 닦으며

댓글 0 | 조회 712 | 2022.07.12
구두닦이라는 직업이 있다. 이제 귀하… 더보기

기억장치

댓글 0 | 조회 705 | 2021.05.11
나는 정보시스템을 공부하고 강의했다.… 더보기

절식 만사(節食 萬事)

댓글 0 | 조회 704 | 2022.09.27
내동댕이치고 멀리로 집어 던져버리고 … 더보기

개니프?

댓글 0 | 조회 694 | 2022.09.13
직장의 일로 강원도 태백시에 3일을 … 더보기

까꿍은 하고

댓글 0 | 조회 673 | 2023.02.15
1월 30일,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어… 더보기

환갑을 맞은 라면

댓글 0 | 조회 628 | 2023.12.12
우리나라의 라면 역사가 오래된 줄은 … 더보기

미션 임파서블

댓글 0 | 조회 595 | 2023.07.25
최근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 더보기

출제자의 의도

댓글 0 | 조회 584 | 2023.06.13
영어는 문장을 다 들어야 한국어로 통… 더보기

짝사랑을 하는 이유

댓글 0 | 조회 581 | 2023.06.28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있다. 별로 할… 더보기

전파와 소통

댓글 0 | 조회 578 | 2023.02.28
연못 같은 조용한 수면에 돌을 던져 … 더보기

우즈벡 겉핥기

댓글 0 | 조회 530 | 2023.10.10
우즈베키스탄에 오면서 선입견에 휘둘리…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54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 더보기

기계고객의 시대

댓글 0 | 조회 383 | 2024.01.16
전 세계의 90개국 이상의 기업에 컨… 더보기

평양문화어와 한류

댓글 0 | 조회 363 | 2024.02.13
북에서 한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 더보기

대붕(大鵬), 관정(冠廷) 이종환

댓글 0 | 조회 325 | 2024.02.28
TV에서 장학퀴즈를 보고 다들 어찌 … 더보기

뉴욕의 말똥 걱정, 그리고 파괴적 혁신기술

댓글 0 | 조회 314 | 2024.03.26
아내가 암으로 수술을 받고 회복중일 … 더보기

건양하면 다경하다고?

댓글 0 | 조회 284 | 2024.03.13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절기(節氣)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