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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

0 개 1,713 오소영
예전에는 혼자서만 쓸 수 있는 호젓한 시간이 참 많이도 아쉬었다. 이젠 남는게 시간밖에 없는데도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가 없으니 사람 살아가는 이치가 그런건가? 허허로운 생각이 든다. 
 
다른 욕심 그만두고 이렇게 여유롭고 조용한 시간에 책이라도 맘껏 읽고. 신문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코메디 프로에서 잠깐 본적이 있다. “눈 감고 귀 닫아...” 남장(男裝)으로 사뭇 거칠게 행동 하면서도 자기 남친에게만은 그런걸 보이고 싶지 않다는 여성스러움의 애교적인 부탁이다. 

난 지금 그 누구에게 부탁받은 일도 없는데 귀 굳건히 잠그고 눈도 편치않은 상태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이제 남은건 무료함 뿐일까? 하지만 내겐 아직도 건강하게 남은게 더 많으니 절망하기엔 이르다.
  
걷는 것만은 자신있는 두 다리가 아직 쓸만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나가서 할 수 있는 골프가 있다.

사실 난 젊었을 때부터 장수(長壽)같은 건 욕심도 없었다. 명(命)이 짧다는 생각으로 오래 살아남을 자신이 없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럴만한 특별한 이유라고 하면 허약한 체질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요행이랄까. 청정의 나라에 와서 맘놓고 푸른 풀밭을 밟을 수 있는 운동 골프 덕에 덤으로 잘도 견디어내고 있어서 참으로 대견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또 하나 내 맘을 지극히 편케 해 주는 곳. 그래서 참새 방앗간처럼 싫증 안 내고 드나 드는 ‘카페’가 있다.

언제부터일까? 그 ‘카페’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쇼핑 몰 안에 오픈된 공간이 편해서였다고 생각되는데 사실은 커피 맛도 내 취향에 딱이다. 카드에 구멍 뚫으며 여섯개에 한 잔. 네  개에 또 한 잔. 열 개에 공짜 커피가 두 잔이다. 그 상술에 넘어갔을까 슬며시 단골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 카페엔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깨 더깨 먼지처럼 쌓여가고 있다.  

내 ‘모빌 폰’을 누르면 ‘오랜지기’로 뜨는. 참말로 십 수년을 말벗 해 온 오랜 친구. ‘그와  함께’가 우리들이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골프장에서는 아주 가까운데 위치 해 있어서 다니기도 쉽다. 운동하다가 비를 만나 도중에 나오게 되면 당연히 그 곳으로 가서 남겨진 시간을 채우고 돌아온다.

중국인 젊은 매니저나 종업원들 모두가 하나같이 사근사근 함이란 찾아 볼 수도 없다. 그냥 무뚝뚝하다. 벽에 좋은 그림이 걸렸다든가 아니면 멜로디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럴만한 분위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마치 우리처럼 평범함 그 자체가 특별하게 편해서일까? 
     
점심 때 간단하게 떼우려고 스시 도시락 하나 사서 들고 가면 앉을 자리가 없어 많이 서성대야 한다. 그동안 드나들면서 보고 익힌 이 나라 문화에 우리도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음을 깨달으며 놀랜다.

어느 날. 느닷없이 당신 신발이 너무 멋지다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있어 기분을 띄어준다. 이거 ‘made in korea’야 자랑하며 잠시 애국자가 되어본다. 때로는 우리들 옷 차림을 흘금거리면서 ‘당신들 사랑하는 사이냐?’고 거침없이 물어오는 키위 할머니도 있다. 물론 그들도 자주 얼굴 보는 사람들이기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드린다. “이 분은 내 파트너야” 그녀가 상대방 남자를 소개한다. 결국은 자기 자랑이 하고 싶었나보다. 우리가 보면 한참 아래일 것 같은데 또래로 보아 주는 모양이니 다행이랄까? (당신들은 좋겠다 젊어서... 슬프게도 우리는 사랑 같은 것 멀리 갔다 이해로 만나는 나이지) 속으로 뇌까리며 그래도 젊게 봐 주니 고마워서 허물없이 웃어준다.
       
주변에 세 개의 은행이 있고 ‘카운트 다운’도 앞에 있어서 벽에 붙은 긴 소파에 기대어 앉으면 사람들 구경이 심심찮다. 인종 시장을 방불케 하는 여러 나라 사람들 속에서 우리도 특징있는 한 몫으로 함께 하고 있으니 과연 이 나라는 다민족 국가임을 실감한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겨울철엔 춥고 축축한게 정말 싫다. 이 세상에 나만 홀로 버려진듯 인기척 하나 없는 고적함. 혼자서 늙어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고적감은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금방 울적해지기 때문이다. 주말엔 거의 남대문 시장만큼 붐비는 쇼핑몰은 그래서 더 좋다.

장난감 코너에 미니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며 공중을 나르는 헬리곱터 등 어린애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앙탈을 부리는게 너무 귀엽다. 가끔씩 나도 저런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다는 치기를 느끼며 애들과 노인은 동격이라는 말이 맞구나 라고 혼자 속으로 웃는다.

하얀 크림위에 정성으로 그려놓은 달콤한 초코렛 문양을 가볍게 먼저 걷어먹는 재미로 ‘카프치노’를 주로 시킨다.  

향긋한 커피 한 잔에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나누다 보면 훌쩍 시간이 가 버린다. 한국의 정치풍토를 성토하는 노익장의 눈빛에서 아직도 걸출한 청년의 패기를 볼 땐 괜스레 반갑다. 우리도 한 때는 피 뜨거운 젊음이 있었지. 그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다. 속물로 편케만 살겠다는 여인에게 정치 이야기는 멀기만 하지만 아는체 들어준다 그게 우리들 만남의 핵심 과제니까....   

그래도 가끔씩 의견이 엇갈릴 땐 다툼도 서슴치 않는다. 그것이 서로를 더욱 깊이 알게되는 계기가 된 것일까? 고달픈 인생살이 어려운 일 있을 때 들어주고 다독이면서 어언 십 여년을 훌쩍 잘도 지내왔다.

나이 먹어 가면서 많이 하는 말들이 있다. 속엣 말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가 꼭 있어야 한다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동성도 좋지만 이성 친구가 더 좋단다.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골프 파트너로. 내 안에 하고 싶은 말 편하게 들어 줄 말 벗으로. 이렇게 찻 집에 마주앉아 담소를 나누며. 미운 정 고운 정을 수 놓아 가는 우리는 그래서 잘 늙어가는 삶인가.

“내일 안과 예약 잊지 말아요” 이번에는 내가 픽업 할 차례라는 암시다. 자식들 귀찮게 안 하고 가장 중요한 일을 서로 서로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우리들 스스로가 제일 맘에 드는 부분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있다. 따뜻하게 신경쓰라는 서로간의 안위와 먹거리의 정보도 나누면서 오늘도 카페 한 편에 또 한 장의 메모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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