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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문학회와 뉴질랜드 한국교육원 주관한 제 3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수상자 발표
[최우수상]
시 부문 : 예재민 ‘법칙’
에세이 부문 : 정하영 ‘곰돌이의 꿈’
[우수상]
시 부문 : 문민호 ‘날씨’
에세이 부문 : 유리안 ‘항상 둘 가운데에’
[가작]
시 부문 : 최선 ‘만약 네가’
에세이 부문 : 박시온 ‘옆집 고양이’
[장려상]
시 부문 : 박준서 ‘나는 엄마가 셋’
전아린 ‘달빛 속의 할머니’
에세이 부문 : 조성현 ‘물에 젖은 할머니’
이하연 ‘아폴로 하우스 캡틴’
조서린 ‘추억을 담은 상자’
[특별상]
시 부문 : 진세아 ‘봄’
세나 에세르 ‘나뭇잎’ / ‘라라라 라라라라’
황윤찬 : ‘초록’
송서아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우진: ‘나는’ / ‘우리를 많이 사랑하는 아빠’
에세이 부문 : 고루카스 ‘첫 피아노 레슨’
고예원 ‘말썽꾸러기 토끼’ / ‘리오’
홍수지 ‘만남’
2020년도 뉴질랜드 제3회 국어사랑 청소년 문학상
심사평 - 이산하 시인
총 응모작 270편 중 1차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작품들은 시 8편과 에세이 7편 등 전체 15편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자기완결성이 뛰어나기보다는 요즘말로 포텐(potential, 잠재력이 넘치는)이 터지는 글들이 많아 가슴 설레면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들에 대해 간략한 소감을 쓴다.
【최우수상 : 시부문】- ‘법칙’ (예재민, 한민족 한글학교)
시는 에세이나 소설처럼 긴 말이 필요 없이 짧다. 짧은 이유는 열 마디 백 마디를 한두 마디로 압축하기 때문이다. 다만 어떻게 압축 하느냐가 문제이다. 그 압축의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발상의 전환이다. 이 시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간명하다. 머리를 거치지 않고 가슴에 바로 꽂힌다. 사과나 눈물이 중력의 법칙으로 떨어지는 건 똑같다. 그런데 문제는 눈물로 상징되는 슬픔의 법칙이 단순히 과학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삶의 결정체라는 점이다. 눈물은 떨어지기 전에는 사과를 닮았지만 떨어질 때는 숟가락을 닮았다.
숟가락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또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거리와 시간이 가장 먼 길이이고 가장 긴 시간이다. 또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도 숟가락과 눈물이다. 그것은 중력의 법칙이 아니라 슬픔의 법칙이다. 뉴턴이 과학만 알았지 그런 인생을 모를 거라고 과감하게 단언하는 ‘발칙한’ 용기가 너무 부럽다. 초등학생 작품으로 믿어지지 않을 만큼 눈이 번쩍 뜨이면서 가슴이 서늘해지는 놀라운 시다.
과정 없이 목적을 달성하는 게 직관이고 통찰인데, 어린 나이에 품은 이런 ‘에피파니’(epiphany)를 앞으로도 잃지 말기 바란다.
【최우수상 : 에세이부문】- ‘곰돌이의 꿈’ (정하영, 서부오클랜드 한국학교)
‘곰순이’라는 곰인형이 주인공이 되어 일상을 묘사하는데 그 묘사력이 아주 뛰어나고 여자 아이와의 따뜻한 감정 교류가 섬세하다. 특히 서술어가 먼저 나오고 주어를 중간에 배치해 문장의 균형감을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아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우수상 : 시부문】- ‘날씨’ (문민호, 북부오클랜드 한국학교)
처음에 ‘날씨는 엄마’로 규정해 묘사하다가 뒤에 갑자기 거꾸로 ‘엄마는 날씨’로 규정하는데, 그‘뒤집기 묘사’만으로도 매우 신선하다. 사물을 입체적 관점으로 보는 길이 곧 나를 객관화시켜 보는 첫걸음이다. 시인과 소설가 등 예술가들은 자기 에고(ego)가 심해서 그 길을 가다가 대부분 비틀거리거나 나자빠진다. 자기 얼굴은 자기가 보지 못하니 남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자주 비춰보기를 바란다. 그래야 무지개와 눈도 자주 보일 것이다.
【우수상 : 에세이부문】- ‘항상 둘 가운데에’ (유리안, 북부오클랜드 한국학교)
오해이든 아니든 친구들 사이의 갈등과 불화가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나의 방관자적 태도에 대한 반성과 또 싸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화해를 시도했을 때 그들의 관계는 지금쯤 과연 좋게 바뀌었을까, 라는 다소 무거운 성찰이 인상적이다.
【가작】 ‘옆집 고양이’ (박시온, 초6)
초등학생의 작품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아주 능숙한데다 감정전달도 은근히 세련되어 있어 작가로서의 장래가 촉망된다.
【시 부문 가작 】 ‘만약 네가’ (최선, 중2)
우리 주변의 작은 일상을 통해 거대한 문명과 자연의 모순을 은근히 폭로하는 뛰어난 관찰력의 시다.
【장려상 】 ‘추억을 담은 상자’ (조서린, 고2)
어머니가 소중하게 보관해 놓은 추억의 상자를 통해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장려상 】 ‘나는 엄마가 셋’ (박준서, 초5)
형과 누나가 많은 어린 막내의 심리를 잘 표현한 아주 깔끔한 시다. 마지막에 ‘아빠, 우리 바꿀까요?” 라고 바늘로 콕 찌르는 것 같은 순발력과 재치가 번득인다.
【장려상 】 ‘달빛속의 할머니’ (전아린, 초4)
불러도 대답 없는 보름달 같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녹아 있다. 특히 눈을 한 번씩 뜨고 감을 때마다 할머니의 모습도 명멸한다는 발상은 매우 신선하다.
【장려상 】 ‘물에 젖은 자전거’ (조성현, 중2)
비 오는 날 엄마와 자전거를 타고 장보러 갔다 온 에피소드를 차분하게 그렸는데, 무리 없는 자연스런 구성과 짧고 간결한 문체가 돋보인다. 다만 엄마 자전거 바퀴의 튀는 빗물을 피해 내가 앞으로 나아가 달리면, 거꾸로 내 자전거 빗물이 엄마한테로 튀어갈 것인데, 그 집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크게 아쉬웠다.
【장려상 】 ‘아폴로 하우스 캡틴’ (이하연, 초6)
선거에 출마한 사람의 섬세한 심리가 아주 솔직하고 긴장감 있게 잘 그려져 있다. 계속 문어체로 흘러가다가 아주 급박한 상황이나 내가 특히 강조해야 할 대목이 오면 갑자기 구어체로 돌아서는 문장이 아주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