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시인 이 산하
시를 쓸 때마다 이창동 감독의 명화 ‘시’가 떠오른다.
잔잔한 강물 위로 엎어진 시체 하나가 떠내려 온다.
하늘을 바로 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엎어져 있다.
멀리서 내 앞으로 운구하듯 천천히 다가오면
마침내 영화 제목이 수면 위에서 잔잔하게 일렁거린다.
시와 그리고 시체….
언제든 예기치 않은 것들이 내 앞으로 떠내려 온다.
진실은 수면 아래에 숨어있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시는 생사가 같은 날이라는 듯 강물이 운구하고
그렇게 얼굴이 사라져야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는 듯
마지막으로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무심히 흘러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물이 표정을 바꾸지 않을지라도
단지 떠내려가는 것만 보여주는 게 시는 아닐지라도
결국 세상의 모든 시도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미자의 모자처럼 물에 새기듯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시인 이산하
==========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