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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공주
옛날 딸 셋을 둔 여왕이 살고 있었다. 세 공주는 모두 혼기가 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하여 여왕의 근심이 컸다.
어느 날 여자거지가 성을 지나가다가 동냥을 구했고, 여왕이 우울해 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지 물었다. 여왕이 걱정거리를 털어 놓자 거지는 밤이 되면 공주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는지 살펴본 후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했다.
밤이 되어 여왕은 딸들이 자는 모습을 관찰했는데 맏이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뻗고 자고, 둘째는 두 팔을 포개서 가슴에 안고 자고, 막내는 무릎 사이에 두 손을 끼운 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다음 날 여왕이 거지에게 그들의 자는 모습에 대해 말하자 막내 공주가 나뿐 운을 타고 나서 다른 공주들의 좋은 운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거지가 떠난 후 시름에 잠긴 여왕에게 막내공주가 언니들의 결혼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길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여왕이 말렸지만 막내는 치마 가장자리에 금화주머니를 꿰매 단 후 수녀복을 입고 길을 떠났다. 그렇게 막내가 성문을 통과해 출발하자 언니들에게 청혼할 두 남자가 성 안으로 들어갔다.
막내공주는 걷고 또 걸어 어느 상인의 집에서 잠자리를 부탁했고 상인이 이층 방에서 자라고 했지만 거절하며 지하실에 머물렀다.
밤이 되자 공주의 모이라가 와서 지하실에 보관되어 있는 옷감들을 갈가리 찢기 시작했다. 막내공주가 제발 하지 말라고 아무리 부탁을 해도 모이라는 몽땅 찢어 헝클어 놓으며 오히려 공주까지도 찢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날이 밝자 상인이 와서 자신을 망하게 한 끔찍한 재앙을 보게 되었고 공주는 치마 끝에 꿰매둔 주머니의 금화를 상인에게 주었다.
다시 길을 떠난 공주는 밤이 되어 유리장수 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옷감장수 집에서와 똑같이 모이라의 공격을 받았고, 다음 날 상인이 통곡하자 공주는 또 금화를 주어 그를 진정시켰다.
공주는 다시 길을 떠나 어느 나라 왕이 다스리는 성에 도착하게 되었다. 공주가 그곳에서 왕비에게 일감을 달라고 청하자 영리한 왕비는 공주가 신분을 속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공주가 진주 자수를 놓자 벽에 걸린 그림 속 사람들이 공주가 수놓을 진주를 빼앗으며 괴롭혔고 이것을 지켜보던 왕비는 동정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하녀들이 밤마다 자수 놓는 아이가 그릇을 깬다고 말하면 왕비는 지체 높은 공주인데 단지 나쁜 운명을 타고났을 뿐이라며 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