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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금수강산이 삼천리 병든 강산으로 변하고
있다. 강이 죽으니 그 안에 사는 생태계가 파괴
되고 결국 인간마저……
4월이 되니 한국의 봄이 그립다. 어찌 봄뿐이겠는가?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다. 크리스마스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이 되었고 이제 부활절이 가까이 오고 있는 계절이 되었다. 황보근영의 문촌 수기에서「삼천리금수강산」이라는 시를 되새겨본다.
“개나리 지더니 벚꽃이요, 벚꽃 지더니 진달래, 목련입니다. 시샘바람 봄비에 한복 입은 여인네 꽃잎 떨어지듯 진달래, 목련 꽃잎 떨어지니 라일락입니다. 라일락 향내가 그윽하니 연초록, 민초록, 진초록 산산이 초록이요 들마다 사과 꽃, 복사꽃입니다. 오늘도 봄비는 수채화를 그리듯 푸르른 청춘이 물감을 온 세상에 적십니다.
창을 여니 비바람에 꽃향기가 실려 오고 초록의 염료가 눈을 적십니다. 하여, 농하듯 말 합니다.‘먼 산은 봄인데, 가까이는 가을이네요.’하니 벗이 웃으며 말하십니다.‘
원래가 그래!’본시자연(本是自然)인가 봅니다.
본래가 그러한데 괜시리 의미를 부여했음이 부끄럽습니다. 비는 비요, 바람은 바람인걸, 꽃은 꽃이요, 초록은 초록인걸, 봄은 봄이요, 삼천리는 금수강산입니다.”
사계절의 구별이 뚜렷한 한국의 기후는 계절 따라 아름다운 풍경들을 자연 스스로 연출해낸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계절 감각도 무디어지고 달력에 의존해 세월의 흐름을 감지하게 된다.
이민 온 후 북 섬의 여러 산들을 트램핑(Tramping)하였지만 산세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천변만화(千變萬化)의 모습을 보여주며 형형색색의 칼라를 연출해내는 한국의 산들하고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미국에 이민 간 친구의 말도 한국의 산 같이 아름다운 산은 미국에도 없다고 하였다.
봄이 오면 진달래, 철쭉,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화(雪花), 기암괴석(奇巖怪石)과 소나무의 자태 등을 어디서 볼 수 있으랴!
삼천리금수강산(三千里錦繡江山)! 어렸을 적부터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다. 한반도의 구석구석이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표현이리라.
삼천리는 한반도를 나타내는 다분히 상징적인 표현일 수 있다.
해남 땅 끝 마을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가 2천리가 넘는데 정확히 삼천리가 되어서가 아니라 국토의 길이에 대해 느끼는 우리 겨레의 심정적 거리라고 본다.
또는 한반도의 최대 길이가 2100 리이고 동서로 최대 넓은 데가 900 리임으로 3000 리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견해도 있고 제주도 끝에서 함경북도 끝까지가 3천리라는 데서 출발했다는 해설도 있다.
하여간 수려한 산,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강/하천, 무성한 숲의 아름다움은 세계 어느 국토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니 우리가 한국을 떠나 온 후로 조국의 강산은 너무도 변해버렸다.
농로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실개천은 직선으로 쭉 뻗은 물길이 되고 산들은 아파트 숲으로 덥혀 버렸다.
드디어 한반도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난리를 치더니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물길 개선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졸속 시행되었다. 2010년 한국에 갔을 때 4대강의 모래를 파 올려 산더미 같이 쌓아 놓은 모습을 보고 미래를 걱정했다.
정부예산 22조2천억이라는 돈을 퍼붓고 돌아 온 것은 녹조 라떼 현상으로 강물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뿐이다.
대대적인 준설 작업 후 16개의 댐을 건설했는데 강에 모래가 없으니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댐에 의해 물길이 막혔으니 강물은 썩어가게 된 것이다.
식수원이 되고 있는 썩은 강물은 국민들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수억 년 동안 내려오던 자연 생태계를 송두리째 교란시킨 환경 개악(改惡) 사업이 된 것이다. 9년 전 이명박 정부 때의 일이다.
삼천리금수강산이 삼천리 병(病)든 강산이 되어 전 국토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전국이 콘크리트로 포장되다시피 된데다 자동차 매연에 더하여
아오테아로아의 꿈 (68)중국 발 미세 먼지까지 몰려와 숨 쉬는 공기는 유효성의 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인문 환경, 사회 환경, 정치 환경 어느 것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이다.
뭐라 해도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물길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은 요원의 험난한 길로 보인다. 파헤치는데 엄청난 돈이 이미 뿌려졌고 재앙으로 치닫는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실정이지만 원상회복하는 데에 65조원이라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고 하니 기가 찰 일이다. 4대강 사업의 부작용으로 강이 죽고 그 안에 사는 생명들이 죽고, 결국 인간마저 죽음의 행렬에 동참할 것인가?
자연은 자연에 맡겨라! 자연은 스스로의 복원 능력도 있고 정화 능력도 있다.
길어 봤자 100년도 못살고 이 세상에서 살아질 인간 개체가 장구한 세월 동안 생명력을 지탱해 온 자연을 마음대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한국의 일은 남의 나라의 일이 아니다.
자연 훼손을 최대로 억제하는 뉴질랜드의 정치 시회 구조가 돋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끝난 지도 5년에 접어드는데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왜 아무 대책이 없는지, 다음 달에 구성되는 새로운 정부에 기대해 볼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