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변호사 맞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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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4/2011. 17:10
NZ코리아포스트 (219.♡.51.194)
뉴질랜드 법률정보
얼마전 ‘나는 변호사다’라는 거창하고도 민망한 제목으로 칼럼이 나간 이후, 여러 독자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여태까지 혼자서만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칼럼을 주의깊게 읽어주시는 독자제현들은 역시나 변호사이거나, 변호사를 꿈꾸는 분, 그들의 가족 또는 현재 변호사에게 의뢰를 맏긴 일이 있으신 분들이 다수인듯 하다.
‘변호사’. 이 나라에서 변호사(lawyer)라 함은 solicitor와 barrister를 통털어 일컫는 단어이다. 변호사로 임용을 받으면, solicitor와 barrister의 두가지 역할을 다 맡을 수 있는데, 각기 활동하는 분야가 사뭇 다르다. 간혹 한국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신 교민들께서 이나라 변호사는 변호사 같질 않어, 법정에 안나가는 변호사가 무슨 변호사야… 또는 변호사보고, 저 변호사 변호사 맞어? 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는 solicitor와 barrister의 역할 그리고 업무의 분담을 모르시기에 하시는 말씀이다.
간단하게 요약해서 barrister(이하 ‘배리스터’)는 법정에 나가서 의뢰인의 소송을 대신해서 진행하는 변호사를 뜻하고, solicitor(이하 ‘솔리시터’)는 소송 보다는, 의뢰인의 전반적인 법률조언을 맡는 변호사라 생각하시면 될 듯 하다. 법을 소송 그리고 법정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배리스터가 전통적인 변호사의 그림에 더 맞을 듯 하다.
헌데, 현재 뉴질랜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중 단 1,594명만이 배리스터의 역할에만 치중하고 있고, 나머지 9,991명의 변호사는 솔리시터의 업무를 보고 있다. (여기서 배리스터라 함은 정확히 표현하면 barrister sole이지만, 이 칼럼에서는 배리스터와 barrister sole의 분류를 생략하기로 한다). 그러면 솔리시터로 일하는 86.2%의 변호사는 변호사의 탈을 쓴 변호사인 척 하는 사람들일까?
어느나라든 비슷하겠지만, 뉴질랜드의 법률체계는 소송을 진행하는 사람에게 큰 경제적인 부담을 준다. 소송 비용은 기본으로 만불 이상의 단위로 소요되게 되고, 소송에서 승소한다 해도, 적지않은 비용이 부담으로 남게된다. 그 뿐인가, 항소에 항소를 거쳐, 한 소송이 최종 결말이 나기까지 삼년에서 오년 또는 그 이상 걸리는 소송들이 허다하다.
그렇다면 의뢰인들에게 법률적으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애초에 소송까지 갈 일을 없애면 되는것이 아닌가? 그 역할이 솔리시터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의뢰인이 동업으로 비지니스를 시작한다고 가정하자. 두 동업자가 당사자들간에 이렇게 저렇게 잘 해봅시다 하고 사업을 시작할 때는 모든것이 화목하게 잘 될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업이란게 그렇게 생각처럼 되지는 않는듯 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일들이 생기고 이것들이 하나 둘 쌓이다 보면 나중에는 사소한 일 가지고도 걷잡을 수 없도록 큰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솔리시터의 역할은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하려 하는 두 당사자에게 joint venture agreement, partnership agreement 또는 shareholders agreement 등의 동업 계약서를 권하고 작성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두 동업자가 의견이 상충될 때를 대비하여 계약서를 작성해 놓는다면 애초에 분쟁의 소지가 없어질 것이 아닌가. 만약 이러한 계약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생긴다면, 계약서 그리고 법률에 입각하여 법정에 서지 않고도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 내는것이 솔리시터의 역할이다.
그러고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 때부터 배리스터의 업무가 시작된다. 배리스터는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방행을 제시하기 보다는 소송을 전제로 업무를 보게된다. 즉 솔리시터는 소송이라는 전쟁으로 가기전까지의 외교전이고, 배리스터는 소송이 시작된 후 법원이라는 전장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듯 하다.
한국에서는 일반인이 변호사에게 의뢰를 할 상황이 그다지 많지 않은듯 하다. 그에 비하면 뉴질랜드는 변호사가 보다 접하기 쉬운 직업군이고, 법률서비스가 대중화 되어있다 생각한다. 필자의 억지스러운 논리로는 변호사의 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인구당 소송의 비율이 적을수록 선진국이라 생각되는데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솔리시터와 배리스터,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신다면, 변호사보고 ‘당신 변호사 맞어?’ 하고 생기는 의문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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