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이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페어웰 스핏아직 정신도 들지 않았는데 바깥으로 끌려 나가보니 캠퍼밴 밖에 냄비가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어젯밤 허영만 화백이 잡은 장어 몇 마리가 꿈틀거렸다. 뉴질랜드에 와서 장어에 물린 후부터 장어는 왠지 만지기도 싫었다. 봉주 형님과 허영만 화백은 장어를 가지고 나가더니 머리를 자르고 토막을 쳐서 부실한 양념과 야채를 넣어 한참을 끓였다. 봉주 형님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냄비 뚜껑을 열자 진한 비린내와 함께 서서히 수증기가 걷히며 장어 머리가 입을 크게 벌린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토막 친 몸과 머리가 3도 화상을 입은 채 냄비 속에 가득 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도무지 식욕이 나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먹나 했는데, 두 형님들은 머리와 꼬리를 집어 짓궂은 얼굴로 내게 권하면서 감탄사까지 터뜨리며 먹는다. 나는 가리는 것 없이 거의 다 먹는 잡식성이지만 입 벌리고 죽은 미끈한 장어 머리를 아침부터 너무나 맛있게 먹는 두 사람에게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남섬의 최북단 페어웰 스핏
페어웰 스핏이 시작점에서 보이는 풍경은 '눈물 나게' 감동적이다.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은 바람에 날려온 작은 모래알들이 오랫동안 퇴적된 곳으로, 곱고 흰 모래가 길이 35킬로미터, 너비 1킬로미터로 길게 뻗어 있다. 남섬의 최북단이며 교통이 불편해서 단체 관광객은 전혀 보이지 않지만 절대 그냥 지나쳐도 되는 곳은 아니다. 얕은 바다에 계속 모래가 퇴적되어 매년 약 3000평만큼의 땅이 새로 생 기는 페어웰 스핏. 해변 안쪽은 수심이 워낙 완만해서 썰물이 되면 상상할 수도 없이 넓은 모래톱이 육지로 변하는데, 이러한 지형이 새들에게는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그래서 페어웰 스핏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새 서식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약 90종류의 새가 서식하는데 흑조, 물떼새 등을 비롯해서 펭귄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밀물 때 물이 차면 새들이 모두 해안가로 밀려 올라오기 때문에 가까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썰물 때 생기는 얕고 넓은 모래톱은 새들에게는 좋은 서식지이지만, 물고기들에게는 무서운 덫이 되기도 한다. 특히 시야가 좁은 고래나 돌고래가 얕은 곳에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을 스트랜딩(Stranding)이라고 한다. 스트랜딩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이 지역은 세계적인 스트랜딩 지역으로 한 번에 100마리의 고개가 스트랜딩된 기록이 있다. 고래는 허파로 숨을 쉬는 동물이지만 육지에 올라오면 물의 부력을 받지 못해, 스스로의 무게에 내장이 짓눌려 파열되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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