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 버릴 줄 아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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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버릴 줄 아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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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느 한 가지도 가져가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가져갈 것처럼 욕심부리며 산다.

몇일 전까지 한국에 폭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만큼 줄기차게 쏟아지는 동안 수해지역은 참담했다. 지붕도 가라앉고, 축대도 무너졌고, 돼지도 자동차도 떠내려 갔다. 그런가하면 필요 없이 남발하던 모발폰이 모처럼 효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옛적부터 정치를 잘하려면 치산치수(治山治水)가 근본이라고 했다. 태조 이방원은 ‘산으로 둘러 싸여 비만 오면 물이 차는’ 한성(서울) 한가운데에 배수로를 팠는데 그것이 오늘날 역사의 현장이 된 청계천이다. 그런데 이번 수해를 보면서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구들이 모두 좋아해 틈틈이 사곤했던 책들이 이민을 오게 되자 큰 짐이 되었다. 눈물을 머금고 여러박스를 정리했는데도 이민짐의 1/4은 족히 되었다. 이제는 몇번씩 본 책들이고,인터넷세상에서 큰 의미가 없는 채 이사때 짐만 되는 것 같아 없애려고 하면 식구들이 결사반대였다. 이민 초기에는 좋았는데 작은 집으로 옮기고 나니 둘 곳이 없어 개러지속을 가득 채우고 차는 길에 세울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리석고 비생산적일 수가 없다. 그래서 식구들이 모두 한국 가 있던 챤스를 이용, 수십박스를 정리했다. 기증하고, 버리고.

그런데 우리가 필요 없이 집안에 쌓아 두고 있는 것은 책뿐만이 아니다. 십년을 입지 않고 걸어만 두는 양복, 넥타이, 운동화, 그릇, 고장난 자전거, 구형의 골프채를 비롯한 스포츠 용품들.  때로는 둔하게 보이기도 하는 키위들이지만 ‘오픈 홈’ 하는 집에 가보면 대부분 살림이 산뜻하고 간편하게 정리된 데 놀라곤 한다. 넥타이를 정리해서 도네이션하는 곳에 보내고, 쓰지 않는 그릇들을 정리해 ‘free’라고 써서 길 가에 내 놓았더니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 날 때마다 책, 의류, 가구등 집안 곳곳을 정리하면서 소위 ‘버림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독자들도 한번 해 보시면 ‘없어지는 데도 마음이 뿌듯해지는 부유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필요 없는 나무도 솎아 내고, 심지가 굳은 채 수북이 꽃혀 있는 볼펜들, 효용기간이 5년이 지난 약품들-나누거나 버릴 것들은 너무나 많다.

코드인사의 본보기인 김병준 부총리가 취임 13일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논문표절 의혹등으로 연일 확산되어가던 각계의 사퇴압력에도 “내가 왜 사직을 해!”라며 버티는 동안은 무척이나 불안하고, 측은한 모습이었는데 사의를 표한 뒤로는 오히려 편안하고 당당해 보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당대 세상을 떡주무르듯하던 세도가들이 하루아침에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권불십년의 현상을 역사를 통해 수 없이 보아왔다. 멀리는 정중부, 정도전, 조광조, 윤원형, 장희빈, 대원군등이 그러했고 가깝게는 이승만, 이기붕, 박정희, 전두환, 박철언, 김우중, 박지원등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제2인자로 일관한 김종필씨만이 그나마 보신의 명수답게 살아남았다고 할까.

여기서 우리는 지혜의 왕 ‘솔로몬(Solomon)’을 생각해 본다. <‘솔로몬’은 ‘평화’라는 뜻이다.
부왕 다윗이 자기 생애가 너무 파란만장했기에 그렇게 이름 지은 것이다. 다윗왕이 휘하 장군 ‘우리야’를 전쟁터에 내 보내고 그의 미모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여 예루살렘에서 낳은 솔로몬은 밧세바의 두번째 소생이자 다윗왕의 넷째 아들이다. 그럼에도 다윗은 그의 총명함을 보고 특별히 사랑했고, 후계자로 지명하게 된다. 솔로몬은 선지자 나단을 통해 정신교육을 익혔고, 다윗으로부터 통치술을, 어머니를 통해 왕의 자질을 배웠다. 일부에서 장자 아도니아를 왕으로 옹립코자 했으나 결국 솔로몬은 약관 21세에 이스라엘 3대왕으로 취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의 하나로 40년간(B.C.961-922) 이스라엘을 통치하게 된다.

그는 홍해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다윗의 사업을 계승하여 민족통일을 이룩했고 유브라테스에서 이집트까지 영토를 확장시켰다. 또한 20년에 걸쳐 대성전과 왕궁을 신축하였는가 하면,  팔레스타인의 비이스라엘 민족을 거의 정복하였다. 문학적 소질이 풍부하여 성서의 전도서, 잠언, 시편의 일부등을 기록하였고 천여명이나 되는 왕비와 궁녀들을 두었으며 역사이래 가장 호화롭고 행복했던 군왕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성공하고 행복했던 그도 결국은 인생의 허무를 통감하고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필요없는 생각들을 버리는 지혜로움을 가져야 한다. 나쁜 친구들에 대한 미움도, 과도한 경쟁심도, 지나친 비평도, 자녀들의 무관심에 대한 아쉬움도,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부질없는 그리움도 모두 버려야만 여생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레바논 사태를 보는 옛 이스라엘왕 솔로몬의 심정은 매우 착잡할 것이다.

“후손들아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될 것이니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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